목단강 사건 대책회의를 심양에서 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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목단강 사건 대책회의를 심양에서 열다
  • 장흥석
  • 승인 2009.08.24 15: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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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장흥석(재중국한국인회·목단강취업사기사건돕기 대책위원장).
지난 13일 아침 이른 기차를 타고 심양으로 향했다. 목단강한국취업사기사건심양대책위를 주재하기 위해서다.

앞서 8월 10일에는 북경에 있는 대책위원들과 1차 회의를 가졌다.

목단강한국취업사기사건은 한국인 여모씨 등이 흑룡강성 목단강시에서 한국에 취직시켜주겠다며 현지인 790여명으로부터 우리돈 21억원 상당하는 금액을 사취한 사건이다.

지난해 여름 이 사기사건으로 피해자들이 파산하거나 가정파탄을 겪는 등 큰 어려움을 겪고 있다고 중국 언론들이 보도하면서 중국내에서 반한감정이 고조되는 등 한중간에 불편한 요인으로 작용해 왔다.

특히 이 사건에는 당시 인근지역의 한국인회 회장도 관련이 있어서 재중국한국인회(회장 정효권)로서도 내몰라라 하고만 있을 수 없는 일이기도 했다.

이에 따라 재중국한국인회는 필자를 위원장으로 한 대책위를 구성하고, 민간차원에서 수습의 길을 모색하고 있다.

그 연장선으로 심양에서 대책회의를 개최하게 된 것이다.

심양은 북경에서 기차로 4시간밖에 걸리지 않았다. 예전에는 적어도 9시간이 걸리던 길이다. 중국의 철도 속도가 빨라졌다는 것을 실감했다.

대책회의는 많은 조선족 동포들과 우리 한국인들이 모여 살고 있는 서탑의 심양한국인회 사무실에서 열렸다.

한인회 사무실은 9월 13일 심양에서 열리는 KBS 전국노래자랑 준비로 분주했다. 원로 MC 송해씨가 진행하는 이 프로그램은 중국 심양에서는 처음 열린다.

심양시와 한인들이 함께 일주일간 축제를 여는 심양한인주간에 맞춰 열리기 때문에 심양한인회는 노래자랑을 준비하랴 한인축제를 준비하랴 눈코뜰새 없이 바빠 보였다.

이번 대책회의에는 중국 동북삼성(요녕성 길림성 흑룡강성)에 있는 대책위원들이 참석했다.

권유현 심양한인회장, 정창호 대련한인회장, 박왕근 연변한인회장, 엄재봉 목단강한인회장, 김도균 장춘한인회장 등이다.

엄회장과 박회장은 멀리 목단강과 연길에서 밤새워 기차를 타고 오는 성의를 보였다. 대련의 정회장과 장춘의 김회장도 심양에 오기 위해 차로 5시간을 운전해왔다.

해당지역 한인사회의 일만해도 번거로운 일이 많을 텐데 이렇게 목단강지역 한국인 사기사건에까지 관심과 열의를 보여주는 것이 눈물겹도록 고마웠다.

서탑의 한인식당에서 간단히 식사를 마친 우리는 한인회 사무실에서 대책회의를 시작했다. 우선 사건의 개요부터 정리했다. 이 사건은 2006년 4월부터 2008년 4월에 걸쳐 발생했다.

범인인 여모씨는 한국에서 체포돼 수감돼 있으며, 그가 갖고 있던 4억5천만원 상당의 현금도 한국의 경찰이 압류했다. 이 돈은 한국 경찰로부터 중국에 넘겨져 현재 중국 공안 당국이 보관하고 있다고 한다.

중국 경찰은 이외에 중국현지에서 압류한 것 등 모두 우리돈 7억여원 상당의 금품을 확보했으나 아직 피해자들에게 나눠주지는 않고 있다는 게 현지에서 수집된 정보다.

이유는 분명치 않으나 확보된 금액이 피해액 21억원의 3분의 1 정도에 불과한데다, 일부 피해자들은 한국행을 고집하며 돈 받기를 거부하기 때문이라는 해석도 나오고 있다.

이런 상황에서 과연 우리 대책위는 무엇을 할 수 있을까?

우리는 이같은 사건 개요를 정리하고, 피해자들을 도울 수 있는 현실적이고 실제적인 방안을 장시간 논의했다.

회의에 앞서 우리는 대책위 활동이 민간차원(재중국한국인회)에서 피해자들에게 조그만 부분이라도 돕기 위한 활동에 국한된다는 점을 분명히 했다.

이에 따라 어떻게 도울 것인가에 대한 의견들이 쏟아져 나왔다. 이를 정리해보면 다음과 같다.

△이 사건의 성격상(당시 지역한인회장 연루) 일단 한인회차원에서 피해자들을 도울 수 있는 실제적인 방안을 마련하여 최대한 도와야 한다.
△구체적으로는 우리의 작은 정성이라도 모아서 피해자들에게 도움이라도 주는 방안을 연구하자(피해자 가정의 아동들 돕기, 연로자 돕기 등)
△민간차원에서 발생한 취업사기사건에 공관이나 정부차원에서 나서기는 어렵다.
그러나 우리 한인회에서 여러 가지 도움의 방안을 만들어 실행해 나갈 때에는 공관이나 정부차원의 협조도 적극적으로 요청하자.
△이미 공식적으로는 한국검찰과 중국공안당국의 조사를 통해서 종결된 부분을 확인하고, 한인회차원에서 피해규모와 피해자들의 현재정황을 정확히 파악하여 피해자들에게 현실적으로 도움이 가능한 방안도 병행하여 연구해 나가자.
△이 사건의 성격상 활동시한을 오래끌면 부작용이 발생할 수 도 있다. 그래서 대책위활동시한을 2009년 12월말까지 정하고 대책위 활동은 연말까지 종결한다.
현재로서는 대외적으로 발표하기 어렵지만 피해자들을 돕기위한 여러 방안들을 대책위원들이 활발히 개진하며서, 심양에서의 대책회의를 마쳤다.

이 사건은 해외교민사회에서 앞으로도 일어날 수 있는 여러사건 가운데 표본이라 생각한다. 이러한 사건이 발생할 때마다 정부나 한인회가 나서서 개입할 수는 없다.

그러나 해외교민사회의 대표성을 가진 한인회의 간부가 연루된 사건은 대단히 부끄럽기도 하고 책임감을 느끼는 사건이다.

재중한인회가 도덕적인 책임감을 느끼는 것도 이 때문이다. 따라서 민간차원에서 향후 한중우의증진에 저해요소를 제거하고, 나아가 민간차원의 한·중 우의 증진에 작은 기여를 하고자 순수한 마음에서 활동을 전개해 나가자는 것이다.

이에 재중한인회 뿐만이 아니라 이 사건에 관심 있는 많은 재내외동포와 기업, 기관들의 피해자돕기 운동에 적극적인 협조와 협력을 기대한다.

나아가 이러한 사건이 다시는 재발하지 않도록 재외한인회는 각별히 유의해야겠다.

작은 정성이 모여서, 큰 도움이 되기도 하고여러 사람의 지혜를 모으면 어려운 문제도 해결된다는 말이 새삼 가슴에 와닿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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