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희망포럼] “전통은 미래의 문화코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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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희망포럼] “전통은 미래의 문화코드”
  • 재외동포신문
  • 승인 2009.08.10 11: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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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글은 지난달 24일 희망포럼 광화문홀에서 김명곤 전 문광부장관이 ‘전통문화와 한민족의 정체성’이라는 주제로 행한 115번째 희망포럼의 강연 내용을 요약 정리한 것이다. <편집자주>

▲ 지난달 24일 ‘제115차 희망포럼’에서 김명곤 전 문화관광부 장관이 강연했다.

필자가 블로그를 만들어 운영한 지 두 달 정도 됐다. 정치 관련된 글을 올리면 조회수가 쉽게 수만 번에 달하지만 문화와 관련된 글을 올리면 많아 봐야 수천 회밖에 되지 않는다. 며칠전에도 문화에 관한 글을 하나 올렸다. 3천명쯤 다녀갔다.

필자의 고민은 어떻게 하면 전통문화를 현대의 삶속에서 세계인과 교류하면서 살려 낼 수 있을까 하는 것인데 정말 어렵다. 점점 더 어려워지는 것 같다.

필자의 마음을 대변해줄 글이 연암 박지원 선생의 글 가운데 있어 이를 먼저 소개한다.

“화담 서경덕선생이 길을 가다 울고 있는 사람을 만났다.

‘너는 왜 우는가?’

대답하기를

‘저는 다섯 살에 눈을 멀어 이제 스무 해나 되었습니다. 아침에 길을 나와 길을 가는데 갑자기 천지만물이 밝아지고 밝게 보이는 지라 기뻐 돌아가려 하니, 골목길은 갈림도 많고 대문은 서로 같아 제 집을 찾지 못하겠습니다. 그래서 웁니다.’

선생이 말하길,

‘내가 네게 돌아가는 길을 가르쳐 주겠다. 도로 눈을 감아라. 그러면 네 집을 바로 찾을 수 있으리라.’
이에 눈을 감고 지팡이를 두드려 도달할 수 있었다.”

구한말 애국계몽기에 간행된 ‘담총’이란 글에서 연암의 글을 인용한 후 ‘신세계에 눈을 떴으나 미처 적응하지 못한 우리 민중을 눈 뜬 소경으로 보고, 도로 눈을 감으라는 것은 구시대에 안주하라는 뜻’이라고  선생을 비판했다.

필자는 이를 달리 해석한다. 이 글의 요지는 ‘왜 눈 뜬 소경이 집으로 가는 길을 잃어버렸을까’ 하는 의문에 있다. 자기 집 앞에서 눈을 떴으면 괜찮았을 텐데 밖에 나와 눈을 뜨니 탈이 난 것이다.

잠깐 눈을 감고 지팡이를 두드려 자신이 태어나고 자란 삶의 숨결을 간직하고 있는 집을 찾게 되면, 그 이후는 눈을 뜨고도 얼마든지 살아갈 수 있게 된다.

‘나를 확고히 세우지 않으면 밖의 것이 나를 잃게 만든다’는 연암선생의 인상적인 가르침을 문화를 즐기는 모든 이들에게 전하고 싶다.

제 것을 모른다면 좋아 보이는 서구의 화려한 예술들이 나를 길 잃게 하고, 눈멀게 할 수도 있다. 낡고 어렵다며 멀리 하지만, 전통예술은 보물창고이다. 지금 우리가 찾고자 하는 수많은 보물들은 오래 전에 옛사람들이 저장해 놓은 창고 속에 잔뜩 들어 있다.

전세계는 지금 전통과 문화를 상품화하기 위해 치열한 경쟁을 전개하고 있다. 일본은 60년대부터 기업과 정부가 같이 일본을 세계에 알리는 문화정책을 펼쳤다. 일본이 이때 들고 나온 것이 3K 4S였다. 3K는 기모노, 가부키, 가라데이고, 4S는 스모, 사무라이, 사쿠라, 스시이다. 지금 우리는 일본 하면 이미지로 이들 3K 4S를 떠 올린다.

일본을 바로 뒤쫓아 간 나라가 중국이다.

중국은 문화대혁명 시기 중국의 과거 전통을 파괴하는 정책을 펼쳤으나, 80년대 이후에는 그것이 잘못된 정책임을 깨닫고, 전통문화를 복원하는 정책을 실시하고 있다. 중국의 정책 중에서 가장 중요한 것이 중원공정이다.

중원공정은 양자강을 중심으로 중원지방 유물을 조사해서 복원하는 사업이다. 중원공정의 핵심이 탐원(探源)공정이다. 탐원공정은 삼황오제의 중국 신화를 역사화 하는 작업이다. 특히 황제를 역사화하는 작업이다. 황제를 역사화하는 데 동이족의 조상인 치우천황이 걸림돌이 되자 중국은 치우천황을 중국의 3황(三皇)의 한 사람으로 편입해 버렸다.

중국이 치우사당, 치우상을 만들어 치우를 중국인의 조상의 하나로 만들어버린 이유는 월드컵 때 붉은 악마가 치우를 상징으로 사용하면서 경각심을 느꼈기 때문이다.

중국신화의 전문가 김선자 연세대교수가 ‘만들어진 민족주의, 황제신화’라는 책에서 탐원공정의 허구성을 잘 밝혀내고 있다.

신화는 한 민족의 정신의 뿌리이자 영혼이다. 신화가 잘못된 민족주의와 결합하면 영혼을 파괴하는 독과 같은 무기가 된다. 이 때 주변 민족의 역사와 문화는 파괴의 위험에 직면하게 된다. 신화는 또한 상상력을 발휘해 수많은 콘텐츠를 만들어 낼 수 있는 상상력의 보고이다.

일본, 중국이 자국의 전통을 확립해 세계화, 산업화를 위해 노력하는 것처럼 우리도 우리의 전통을 잘 살려 세계적인 상품으로 만들기 위해 노력해야 한다.

필자는 문화관광부 장관을 할 때 우리의 전통을 세계화하기 위해 한스타일 사업을 추진한 바 있다. 한스타일 사업은 6H로 표현된다. 6H는 한복, 한옥, 한글, 한지, 한식, 한국음악을 일컫는 영문 이니셜이다. 당시 한스타일 박람회도 개최했는데 지금도 계속된다.

전통과 생활과 관련된 산업은 매우 유망하다. 그러나 전통을 유물화하면 그 가치는 사라진다. 전통은 미래라는 시각이 필요하다. 외국에선 많은 사람들이 자신의 전통을 미래의 문화코드로 육성하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

필자에게 전통은 ‘삶의 활기를 불어넣어주고 예술의 영감을 끊임없이 제공해 주는 영혼의 보물창고’이다. 전통문화의 중요성에 대한 새로운 각성과 우리 전통문화를 세계화 하고자 하는 새로운 운동이 일어나길 기대한다.                               

정리=강성봉 기자
ksb0605@freecha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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