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포재단, 전문성 확보가 우선 과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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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포재단, 전문성 확보가 우선 과제”
  • 김제완
  • 승인 2002.12.24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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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랑스동포신문 오니바 www.oniva82.com 107호 2002/12/22

사진 : 지난 10월12일 고려대 인촌기념관에서 열린 재외동포 주제의 국제학술대회 ‘한민족 디아스포라’의 사회를 보고 있는 윤인진교수

재외동포재단의 연간 예산은 200억원에 이른다. 지난 97년말 설립된 이후 예산이 점차 늘었다. 이에 따라 동포들을 위한 사업들도 다양해지고 있다. 그러나 수많은 동포언론들이 있지만 재외동포재단의 활동에 대한 본격적인 취재기사를 찾기가 어려운 실정이다. 국내언론에서도 관심이 없다. 현재 동포재단을 출입처로 삼고 있는 기자는 연합뉴스 재외동포부 소속 기자 한명에 불과하다. 그러나 통신사의 한계를 절감하고 있다. 자체 매체가 없는 조건에서 기사를 내보내도 주요 일간지등에서 받아쓰는 경우를 찾기 어렵다.

지난 10월 중순 서울에서 동경의 월간동포잡지 ‘아리랑’의 곽미정 편집장과 캐나다 뱅쿠버의 주간 ‘코리아미디어’ 이영주 편집장 그리고 본지 편집인등이 만나 이같은 문제에 대한 인식을 공유하고 장기적인 계획하에 삼각 공동취재에 나서기로 했다. 이같은 결정에 따라 우선 외곽 취재에 나서 동포문제 전문가들을 인터뷰했다. 이번 취재는 곽미정 편집장이 담당했다.--편집자

취재/재외동포재단 공동취재단

윤인진(尹麟鎭. 41. 고려대학교 사회학) 교수는 재단의 문제 혹은 개선 방향에서 크게 두 가지를 들었다. 가장 중요한 것은 재단 종사자의 전문화이고, 다음이 재단-전문가-시민단체간 지속적 의사소통 채널이 필요하다는 것이다.

윤 교수는 지금 현재 재단이 하고 있는 행사 중 문화․교육적 행사에 대해 좋은 평가를 하면서, 재단은 동포에게 정치․경제 측면의 접근보다 문화․교육적 접근이 좋다고 말했다. 그런 의미에서 재단이 현재까지 해온 예술제나 문학상, 교육지원 사업을 좋은 행사로 꼽았다. 이 과정에서 윤 교수가 부수적으로 지적한 문제는 ‘이미 세계상공인협회(옥타)와 같은 경제력있는 단체의 행사를 재단이 추가로 지원하는 것을 부정적으로 보는 시각이 있다’고 소개하면서, 재단이 지원의 원칙을 정할 필요가 있다고 했다. 또 지원 이후 평가 시스템이 있어야 지원이 유용하게 될 것이라고 제시했다. 인터뷰의 구체 내용은 아래와 같다.

-재단 의사결정자들 보직 너무 자주 바뀐다
97년부터 시작된 재단에서 가장 큰 개선 분야는 재단 종사자의 전문화이다. 특히 의사결정권을 가진 이사진의 전문화가 필요하다. 전문화가 안 되는 결정적 요소는 너무 자리가 자주 바뀐다. 직원은 그래도 안정되어 있지만, 이사 등 의사 결정권을 가진 자리의 보직이 자주 바뀌다 보니 업무를 파악할 때쯤 다른 부서로 옮겨가 전문성을 갖기 어렵다. 또 종사자가 장기간 일을 하면 좀더 책임감을 가질 수 있을 텐데 단기간 근무하다 보니 지속적으로 일을 처리하기 어려운 면이 있다.

-재단 인력 전문화 교육과정 필요하다
재외동포 재단 직원들이 전문적인 지식을 하루아침에 가질 수는 없다. 재외동포재단 직원들(이사장, 이사장 등 보직 직원까지)의 교육이 필요하다. 재외동포의 개념과 중요성, 이들(재외동포)과 우리(한국인)와의 관계, 재외동포정책의 기본 목표와 방향, 구체적인 재외동포의 역사와 삶의 방식 등에 대해서 평생교육 차원에서 교육이 되어야 한다. 많은 경우 재외동포재단의 이사들과 직원들은 외교통상부나 기타 정부 부처에서 온 사람들이기 때문에 재외동포에 대해 지식이 부족할 뿐만 아니라 심한 경우에는 잘못된 동포의식을 갖는 경우도 있다. 재외동포를 위해 일하는 사람들이 재외동포에 대해 잘 모르고 심하게는 잘못된 인식을 갖고 있다면 보통 문제가 아니다.


하지만 현재 상황에서는 재외동포 재단의 인력을 선발하는 과정이나 일단 들어온 후 이들을 교육하는 시스템이 없다고 봐도 과언이 아니다. 따라서 신임 재외동포재단 이사장은 재단 인력의 전문화 차원에서 소양교육을 도입해야 한다고 생각한다. 한 가지 방법으로는, 인력 선발 과정에서부터 재외동포 관련 지식과 경험을 기준으로 선발해야 하고, 선발된 후에도 정기적인 전문가 초청 강좌에 참석하거나 워크숍, 수련회 등을 통해서 전문지식과 동포 친화적인 인식을 갖도록 해야 한다. 그리고 연구조사 사업에서도 외부 학자들에게만 맡길 것이 아니라 재단 사람들이 공동연구원으로 참여하거나 현지조사에 동참하는 것도 재단 인력을 전문화하는 좋은 방법이 될 수 있다.

-재단과 전문가 사이에 지속적 의사소통 채널이 필요하다.
재단 이사장이 새로 선임되면 재외동포 전문가와 심도 있는 논의를 거쳐서 재단의 목표 방향 활동 계획을 중장기적으로 설립하는 방안이 필요하다고 본다. 그런데 재단과 전문가간 관계가 기대만큼 협력이 이루어지는 것 같지 않다. 재외동포 전문가들은 재단에서 콘설턴트 등을 요청하면 도울 용의가 있는데, 재단이 자문이나 도움을 적극적으로 구하는 것 같지 않다.


연초가 되면 재단 이사장․기획 이사들이 재외동포 전문가, 시민단체와 함께 포럼 같은 걸 통해서 인식의 차이에 대해 솔직한 대화를 하면 서로 이해하고 차이를 좁혀갈 수 있는 측면이 크다고 본다.
학자나 시민 단체들이 시대를 앞서가는 측면이 있다. 그렇다 하더라도 어떤 것이 현실적으로 어려운지, 충분히 대화를 하여 의견을 좁히고, 한 번에 문제 해결이 안 되면 점진적인 해결점을 찾을 수 있는데 그와 같은 지속적인 대화 채널이 아직 마련되어 있지 않다.


산발적으로 몇몇 교수가 재단 이사장을 만난다든가, 학술회에서 만나는 정도이지, 포럼 비슷하게 심도 있게 논의하는 것이 없다. 이것이 서로(전문가-재단-시민단체)에 대해 불신하게 하는 요인이 되는 것 같다.

-재단의 그간 활동 중 평가할 점도 있다
재단의 활동이 정치 외교적인 성격을 띠게 되면 동포들에게 오히려 피해가 될 수 있고, 문제가 복잡해지는 성격이 있다. 나 자신도 재외동포에 대한 재단의 기본 정책의 우선 순위는 문화적이고 교육적인 측면에 초점을 맞춰야 한다고 생각한다. 교육․문화적인 접근은 국정에 개입하는 것이 아니기 때문에 거주국 정부와 외교 마찰을 피할 수 있어서 상대적으로 안전하다고 할까. 더구나 일본의 동포도 그렇고, 동포의 주류가 2.3.4세로 넘어가고 있으므로 그들에게 정치 경제적으로 접근한다는 것은 관련이 되지 못한다. 그들에게 한민족 정체성을 갖게 하고, 모국과의 유대를 강화해서 서로(모국-해외동포)간 발전을 모색하는 것이 바람직한 방향이기 때문에 문화적 교육적인 부분에 초점을 맞춰야 한다. 재단 행사 중 그런 프로그램은 있다. 예술제, 문학상과 같은 문화행사, 한국어 교육지원, 한국어 교사초청, 학술지원 같은 것은 좀더 지속적으로 해야 한다.

-재단 지원에 원칙 있어야 한다. 돈 있는 단체 또 지원하는 건 문제
재단은 지원 사업에서 원칙이 있어야 한다. 돈이 있는 단체의 행사를 재단에서 별도로 지원하는 것은 불필요하다는 생각이 든다. 예를 들어 세계한인상공인 총회 같은 행사를 재단에서 지원하는 것에 부정적 시각을 가진 사람들이 있다. 그들은 어떻게 보면 재력이 있는 사람들인데, 굳이 재단이 별도로 지원해야 하는지 의문이다. 재단은 지원의 우선 순위를 재력이 없고 소외된 계층 집단들의 문화 교육 사업을 하는 기관에 우선적으로 지원해야 형평성에 충실한 게 아닐까 한다.


예산 지출은 정치․경제적 영향력과 상당히 관련이 되어 있기 때문에 힘이 있는 기관이나 개인이 기금을 더 받는 경우가 있는 것 같다. 상대적으로 그렇지 못한 단체나 기관은 활동이 좋아도 영향력을 발휘하지 못하므로 환영받지 못하는 것 같다. 그러면 힘이 없는 단체나 조직은 소외될 수밖에 없어 사회정의 차원에서 좀더 관심을 가져야 할 것이다. 지원의 원칙을 재단이 설정해야 할 것 같다.

-사후 평가제도 있어야 한다
‘많은 행사가 일회성이고 과시적’이라는 비판을 해결하는 방법으로서 사후 평가를 철저히 해야 한다. 행사를 마치고 난 후에는 행사가 얼마만큼 동포의 실생활에 도움을 주는 충실한 내용이었는지 평가를 통해서, 평가 결과가 좋은 행사나 단체는 계속해서 지원하는 시스템이어야 한다. 지금 현재는 일단 지원 받기가 어렵지 받고 나서는 결과에 대해서 평가가 없는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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