원정출산 II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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원정출산 II
  • 코리아나뉴스
  • 승인 2003.11.11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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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생아에게 시민권을 부여하는
미국의 법제도를 활용하는 것은
이민을 위해 가장 적절한 방법이다
지난 8월 28일과 9월 4일에 방송된
TV홈쇼핑에서 기획된 이민상품이
단일 방송시간에 단일품목으로
최고주문을 기록했다는 사실은
이민이 이제 보편화된 사회현상이란 뜻이고
그렇다면 준비할 필요가 있다

한국의 언론들은 산모들이 관광비자를 받아 입국하여
출산을 하였기 때문에 목적을 위반하여
위법이라고 지적하고 있다
관광의 범위는 대체 어디까지인가?
꼭 그랜드캐년이나 요세미티에 가야하는가?
한인타운을 보고 병원을 보는 것도 임산부에겐 관광이다
그리고 '출산비자'는 아예 있지도 않은데
미국 정부에선 문제삼을 수 있겠으나
한국 언론이 떠들 필요는 없다고 본다

한국의 산모들이 적극적으로 미국에 건너와 아이를 낳고 신생아가 시민권을 받는 행위. 즉 〈원정출산〉이 사회적 문제로 등장하였다.
언론의 보도방향이 부정적이라 일반인들도 대부분 그렇게 생각하고 있다. 마치 몹쓸 짓을 한 집단처럼 매도당하고 있는데 물론 이런 행위는 중산층 가정의 이기적 행동의 표출이라 비난받을 구석이 전혀 없는 것은 아니다.
그러나 사회 곳곳에 만연한 부조리와 상류층으로 갈수록 더욱 기승을 부리는 부정부패에 비하면 사실 아무 것도 아니다.
우선 정치권을 봐도 그렇다. 몇십억원, 몇백억원을 예사로 해 먹고 있는 판이다. 그러나 〈원정출산〉을 하는 사람들은 한국이나 남에게 피해를 준 것이 전혀 없다.
단지 미국의 법 제도를 이용한 것뿐이다. 산모 자신의 비용으로 위험을 무릅쓰고 달려와 그 대가로 아이에게 시민권을 안겨 주고 있다. 시민권을 받은 아이가 성장하여 받게될 각종 베네핏(?)은 어쩌면 부모의 또 다른 유산(遺産)의 한 형태지도 모른다.
반면 이를 빌미로 LA에서는 이와 관련된 각종 부조리가 횡행하고 있다는 소문이다. 이런 악덕 상행위는 근절되어야 할 것이다.
이에 본지는 지난주에 이어 연속 보도한다
<편집자 주>

◎ 게르만 민족의 대이동
서기 300년 경 로마제국은 번영의 극치를 누렸다. 태평성대라 로마시민은 군대를 가기 싫어하고 사치와 방탕에 젖으면서 군대를 용병제도로 충당하며 많은 게르만 민족을 군인으로 채용하였다.
게르만 민족은 북유럽을 근거지로 활동하고 있었으나 이 지역의 기후가 늘 춥고 흐리고 좋지 않아 따뜻하고 살기 좋은 지중해지역으로 슬금슬금 넘어 들어온 것이다. 그러다가 375년경에는 훈족의 침입을 받아 로마제국으로 대거 이동하는 '게르만 민족의 대이동'이 전개되는데 이 때 국경을 경비하던 모든 군인들이 게르만 용병들이라 같은 핏줄인 이들을 제지할 수가 없었던 것이다.
이동에 성공한 이들은 서유럽에 골고루 퍼지면서 세력을 확장했고 로마제국은 군사권이 아예 게르만족으로 채워지고 말았다. 결국 476년 게르만 장군 오도아케르에 의해 로마제국은 멸망되고 만다.
물론 이 시절 로마는 도덕적으로도 타락하여 끝간데 없는 향락의 꿀단지에 빠져 정신을 가누지 못하는 시기이기도 했지만 곳곳에 산재한 게르만 민족이 큰 원인이었다. 이렇게 민족의 이동은 세계의 역사를 바꾸는 계기도 된다. 그렇게 거창한 이동은 아니라 해도 작은 개인의 이사도 국가적으론 그 뜻이 큰 것이다. 이것이 오늘날 이민이 갖는 사회적 의미가 될 것이다.
올해 미주 이민 100주년을 맞아 갖가지 행사도 펼쳐진 것도 이와 같은 맥락일 것이다.

◎ 왜 이민을 꿈꾸는가?
한국의 경제난은 중산층과 젊은이들에게 이민을 권장하고 있다. 다만 일제 강점기에는 지식인들이 술에 빠져 있었는데 지금은 탈출을 시도하고 있다는 차이이다.
현진건의 단편소설〈술 권하는 사회〉에서도 동경 유학까지 마친 인텔리가 귀국하여 아내의 기대에 어긋나게 돈 벌 생각은 않고 술만 마시고 다니기에 아내는 "그 몹쓸 사회가 왜 술을 권하는고?"하며 절규하는 장면이 나온다. 그러나 요즘의 젊은이들은 가만히 않아 비탄에 빠지지 않고 기회와 더 나은 자신들의 행복을 위해 세계 곳곳을 찾아 적극적으로 나서는 것이다.
이런 젊은이들의 행렬을 나무랄 수는 없다. 어떤 면에선 아주 바람직한 현상인지도 모른다. 가만히 앉아서 불평만 늘어놓아 봐야 누가 도와주지 않는다. 국가가? 친인척이? 선후배가? 아니다. 모두 그들을 피하고 업신여길 것이 뻔하다. 이럴 땐 다시 한번 배수의 진을 치고 도전을 하고 승부수를 띄우는 것이 옳다.
그래서일까? 이민의 행렬에 가속도가 붙은 사건이 계속 일어나고 있다. 한 예가 바로 지난 8월 28일 밤 11시 10분 경 한국의 TV 홈쇼핑업체가 기획한 이민상품이 시작 80분만에 무려 983명이 신청하는 기록을 세웠고 이어 앙코르로 9월 4일자로 2차 방송이 나갔을 때에는 무려 2,935명이 지원을 한 것이다. 모두 3,928명이 신청을 하였는데 이 기록은 TV 홈쇼핑 사상 '단일 방송시간에 단일품목'으론 최고주문 기록을 수립했다는 사실만 봐도 알 수 있다.
신청한 젊은이들에게 그 이유를 물었더니 모두가 한국이 살기가 어렵다는 것이다. 성공의 기회도 적고 확률도 희박하며 정직과 성실이 통용되지 않고 치솟는 주택 값과 교육비에 희망이 없다는 것이다. 그래서 자신의 전공과목을 믿고 떠난다는 것이다. 또 한 마리의 파랑새를 찾아서.

◎ 그렇다면 미리 준비하는 것도
물론 이민이 지상낙원이란 의미는 아니다. 단지 주거이전의 자유에 포함된 선택권의 행사로 보면 된다. 자신의 형편에 맞는, 삶의 보람을 찾을 수 있는 곳이면 되는 것이다. 그러므로 만약 이런 환경을 미리 준비할 수 있다면 그야말로 'Why Not'이다.
아마 앞으로 미국에의 이민은 더욱 까다로워질 전망이다. 취업, 종교, 투자 모두가 쉽지 않겠지만 그래도 시민권자의 부모나 형제들은 가능성이 많다. 그렇다면 이를 이용하는 것이 나쁜 것이 아니지 않은가 말이다. 이미 캘리포니아나 텍사스 지역은 영어보다 스페니시가 더 보편적이 되었고 LA도 영어가 필요 없을 정도로 한인 상권이 고루 번창하고 있다. 심지어 전화번호를 잘못 눌렀을 때에도 상대방이 '여보세요'하고 나올 정도로 한인 인구가 많은 것이다. 이게 바로 국력이 되고 있다.
미국에서 시민권과 투표권이 바로 힘이다. 이번에 캘리포니아 주지사 그레이 데이비스가 소환되고 아놀드 슈워제네거가 주지사가 된 경우도 그런 유권자의 힘이다. 아직은 정치일선에 한인들의 파워가 약하지만 이도 시민권자가 많아지면 자연 강한 힘을 갖기 마련이다.
일반적인 절차로 영주권을 받아 다시 시민권을 받으려면 시간도 보통 10년이 넘게 걸린다. 우선 어떤 영주권이라도 신청하여 받기까지 보통 3∼4년이 소요되고 영주권 취득 후에 다시 시민권을 받기까지 또 5∼6년이 걸리기 때문이다. 그런데 이런 세월이 생략되고 비용도 들지 않는 아주 좋은 방법이 있다면 왜 마다해야 하는가? 이거 잘 생각해 봐야 한다. 절대 산모를 나무라지 말고 그렇게 떠나도록 만든 정치인들과 지도자들을 먼저 탓해야 할 것이다. 곳곳에 썩은 냄새가 진동하고 있고 또 스스로 잘 알고 있으면서도 위선을 떨고 "존경하는 국민 여러분....."을 외치는 꼴을 보면 역겨워 구토가 날 지경이라고도 한다. 사실 그렇다.

◎ 쪽박은 깨지 마라
그렇다면 언론들도 이런 원정출산을 선정적인 시선으로만 봐서는 안될 것이다. 그 이유와 미치는 파장에 초점을 맞추는 것이 옳은 태도일 것이다. 한국의 TV 방송국에서 시사 다큐로 취급된 약 1시간 짜리 프로그램에서 나오는 얘기는 모두 한국의 임산부가 잘못한 것으로 나온다.
그들이 잘못한 가장 대표적인 것이 '관광비자'로 들어와 목적과는 다르게 출산을 했다는 것이다. 즉 방문목적을 위반하여 국가적 망신을 시켰다는 것이다. 그러나 아직 '출산비자'는 있지도 않다. 그리고 관광이란 무척 광범위한 영역 아닌가? 산모들이 눈을 뜨고 본 것이 다 관광 아닌가? 관광은 반드시 그랜드 캐년을 봐야 하고 요세미티를 가야만 하는 것인가?
사실 이 보다 더 망신스러운 것은 입양아 수출이 세계 제 1위라는 것이다. 한국에서 출산한 아이들이 부모가 없어 미국에 입양되는데 그런 것이 더 부끄러운 일이다. 버젓하게 자신의 비용을 들여 미국으로 온 산모들은 목적이 그렇게 틀린 것이 아니다. 한인타운도 보았고 산후조리원도 보았고 의료시설도 보았으니 그것도 관광일 수 있고 목적에 위배되진 않는다.
그러나 미국 정부에서 문제는 삼을 순 있을 것이다. 너무 의도적으로 출산이 임박해서 미국에 오기 때문이다. 이런 일은 산모에게도 위험하니 권장할 일이 못된다. 그리고 이런 산모들을 이용하여 메디컬을 신청하고 부정한 일을 한다면 이는 엄하게 징계 받아야 할 사항이다.
<다음주에 계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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