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질랜드에서 오는 손님, 도요새 ‘얄비’이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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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질랜드에서 오는 손님, 도요새 ‘얄비’이야기
  • 박성훈
  • 승인 2009.05.15 18: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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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박성훈(뉴질랜드 환경연합, 코리안가든 대변인)
한국의 4월은 뉴질랜드 해안가 새들, 그 중에서도 세계 최장거리 마라토너인 큰뒷부리도요새(Bar-tailed godwit)에게는 특별한 달이다. 새만금으로 갈까, 압록강 하구로 갈까를 둘러싸고 이 영리한 새들의 지도자들간에 의견이 팽팽히 맞서는 때이기 때문이다.

이 새는 1만킬로미터 이상을 10여일 밤낮없이 쉬지도 먹지도 않고 날아도 지치지 않는다. 그래서 중국과 한국을 찾아간다. 이 새들을 지치지 않게 만드는 독특한 호르몬 인자에서 조류독감의 해법을 찾아보려던 미국의 보건당국과 뉴질랜드 미란다 트러스트(Miranda Naturalists’ Trust) 회원들이 최첨단 위성추적장치로 연구한 결과 베일에 가려졌던 여행 행로의 의문점들이 속속 풀리고 있다.

지난 수년간 연구분석한 결과는 이 새들의 습성을 연구해온 이곳 미란다 트러스트 회원들을 놀라게 하면서 조류학계의 관심이 다시 한번 한반도로 쏠리게 만들었다.

특히 지난해에 압록강과 새만금으로 건너갔다가 부화지역인 알래스카를 거쳐 새식구들을 데리고 금년초에 이곳 뉴질랜드에 돌아온 8만8천 마리의 가드윗 도요새들한테서 중요한 단서가 잡힌 것이다.

그것은 한국을 선호하는 참혈통을 이어 받은 소수의 도요 물떼새들이 연거푸 한반도만을 찾는다는 것이다. 이들은 새만금 갯벌 주변을 맴돌거나 비무장 지대 북단에서 압록강 남단에 이르기까지의 알려지지 않은 한반도의 도래지를 찾되 중국으로 가지 않았다는 정황이 포착됐기 때문이다.

다시 말해 중국에 비해 한반도를 선호하는 조상을 가진 도요새들은 유전자의 안내탓인듯 한반도를 도래지로 찾는다는 얘기가 된다.

그 덕분에 미란다 트러스트 데이비드 로리 회장과 한국을 좋아하는 애드리언과 토니를 중심으로 한 조사단원들이 올해 북한의 서부해안가로 들어갔다.

▲ 큰뒷부리도요새.
이들은 지난달 29일도 사랑하는 새들을 맞아 이들을 집계하는데 여념이 없었다고 쇼어버드 센터 철새본부의 키스(Keith)가 전해준다. 이들은 한국의 새만금 매립공사 완료시점을 전후하여 철새보호와 환경문제로 그곳을 수없이 드나들었던 까닭에 한국에도 꽤 알려진 이방인 친구들이다.

마침 앞서 지난달 20일에는 낙동강 하구에서 지난해에 왔던 큰뒷부리도요새들이 또다시 나타났다는 반가운 소식이 들렸다. 부산, 울산, 경남지역 매체들이 연일 이 경이로운 뉴질랜드 손님의 방문을 보도하며 이동의 습성과 특징을 화제로 담아 소개했다고 한다.

한국에서는 이들이 ‘얄비’라는 좀 생소하기는 하지만 낭만적인 이름으로 불리는게 흥미롭다. ‘머나먼 남쪽나라 뉴질랜드에서 온 나그네 철새 얄비’인 셈이다.

조류학계 회원이자 번역자인 필자에게도 얄비는 전혀 생소한 이름이다. 이 묘한 신조어에 호기심을 느낀 나머지 유래를 알아보니 새를 사랑하는 한 모임단체의 책임을 맡고 있는 분이 요새 청소년들이 애완견(새) 등에 즐겨 부르는 귀여운 이름을 이 철새에 붙였다는 것이다.

어차피 이름도 시간의 흐름 속에서 변천해 간다는 사실을 비추어 본다면 꼭 거부할 일만은 아니라는 생각이다.

사실 이번에 조사단 동료들이 북한에 알리기 위하여 준비해간 적지 않은 분량의 번역문에도 전문용어나 학술용어 외에는 사용되지 않았다. 그만큼 고난이도의 번역 작업이었다. 그러나 진작 ‘얄비’라는 향토 환경적 용어가 나왔더라면 학술용어 옆에 토를 달아 북한 동포들에게도 이 예쁜 이름을 소개할 수도 있었을 것이란 아쉬움이 남아있다.

조사단이 돌아와 새와 사람들에게 들려줄 사연과 한반도 토양에서 싹트는 희망의 메시지가 자못 기대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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