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우아동 돕는 ‘동전과 희망’ 브랜드로 중국 대륙을 사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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불우아동 돕는 ‘동전과 희망’ 브랜드로 중국 대륙을 사귄다
  • 이종환 기자
  • 승인 2009.04.16 23: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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재중국한국인회 대의원총회 참관기

▲ 10일 하북성 랑팡시에서 열린 재중국한국인회 운영위원회 겸 임시 대의원 총회에는 중국 전역 33개 한인회에서 120여명이 참석해 열기를 더했다.

북경 인근 하북성에서 지난 10일 재중국한국인회(회장 정효권) 운영위원회 겸 임시 대의원총회가 열렸다. 봄꽃이 활짝 핀 향하(香河)현의 천하제일성에서였다.

옛 북경성을 본떠 만든 이곳은 드라마세트장 치고는 입이 벌어질 규모. 중국의 ‘대국기질’에 익숙한 각지의 한인회 간부들도 혀를 내두를 정도다.

“북경 공안(경찰)이 집회 허가를 안 내줘서 하북성에서 열게 된 거예요”

누군가가 이렇게 귀띔한다. 천안문사태 20주년을 앞둔 긴장감 때문일까? 아니면 한인회 새 집행부에 대한 ‘군기잡기’일까? 북경 당국의 처사는 천하제일성을 만든 하북성의 배포와는 달리 옹색한 느낌이다.

회의 토의 안건은 3가지. 먼저 금년도 예산안 심의였다.

“지난해 예산의 5배가 넘어요”라고 말하는 한 간부는 “우리돈 17억원에 이르는 올해 예산안 대부분을 회장이 부담한다”고 털어놓았다.

이 때문에 예산안 심의에도 ‘행복한’긴장감이 흘렀다. 세부집행내역이 준비 안 됐다는 이유로 한때 정회까지 갔던 토의는 예상외로 싱겁게 끝났다.

“절약이 미덕이다. 올해 예산을 다 쓰지 말고 3억원을 남겨두자”는 산동성 연태한인회 박윤환 회장의 제안에 박수가 쏟아졌던 것.

이어 정관개정안이 안건으로 올랐다. 현재 중앙회(본회)-지회 체제로 돼 있는 정관을 총연합회로 바꾸자는 현 집행부의 제안이었다.

“지역한인회 위로 지역별 연합회인 산동, 화동, 화남연합회 등이 있다. 그래서 그 위에 있는 조직이 총연합회가 돼야 하는 것 아니냐”는 게 제안의 핵심.

그러나 “이 안은 나라로 보면 체제를 바꾸는 것과 같다”는 반론에 부딪힌 끝에 다음 회의때 재론하는 것으로 마무리됐다.

총연합회는 지역한인회들을 기초단위로 해서 만드는 조직체다. 지역의 독자성이 존중된다는 점에서 현실성이 있다.

단 권한이 지방에 분산된다는 단점이 있다. 분란이 일어날 소지가 있다는 것이다. 그러나 중국처럼 넓은 나라에서 다들 한자리에 모여서 의사결정을 하기란 쉽지 않다.

따라서 총연합회 구조로 바꿔 지역연합회 대표들이 모여 의견 수렴을 하는 방식이 바람직하다는 집행부의 제안도 흘려 들을 얘기는 아니다.

회의 예정시한인 오후 6시가 넘어서야 마지막 안건이 올랐다. 향후 추진사업에 대한 제안이었다. 특히 심양한인회가 제안한 ‘동전과 희망’사업이 큰 관심을 모았다. 심양한인회 소속의 한 봉사조직이 ‘동전과 희망’이라고 이름붙인 저금통을 만들어 동전을 모았다고 한다.

“저금통 300개를 만들어서 한인식당 등 회원들한테 나눠줬어요. 이를 깨서 이웃의 어려운 중국 학생들을 돕습니다. 해마다 70명을 뽑아 매월 200위안(4만원 상당)씩 장학금으로 지원하는데, 이미 4년째 해왔습니다”
한 학생에게 연간 2천400위안(48만원)이 돌아간다는 얘기다. 중국에서는 학생들이 학교에 다니는데 실질적으로 도움이 되는 액수다.

심양한인회에서 4년동안 연인원 280명에게 이렇게 지원해왔다는 것이다. 이를 지원할 때도 중국 학생들을 직접 만나 껴안고 격려하면서 장학금을 전달했다고 한다.

이같은 ‘사랑의 이벤트’를 재중국한국인회 이름으로 중국 전역에서 실시하자는 게 심양한인회의 제안이었다. 중국 전역에 ‘동전과 희망’저금통 2만개를 배부해서 수거율이 20%면 5천개가 회수된다. 심양의 경험으로 따지면 연간 200만위안(4억원)의 기금이 조성된다는 것이다.

이를 이웃에 있는 어려운 중국인 학생들에게 학비를 지원하는 일에 쓰자는 제안이다. 심양한인회측은 이와 더불어 한국인을 위한 교육정보센터를 운영하자는 안도 제의했다. 각 지역학교에 대한 유학정보를 담아 한국인 학생들에게 제공하는 것이 미래 중국 전문가를 바로 키우는 첩경이 될 수 있다는 것이다.

이날 심양한인회의 두 제안은 참석자 120여명의 뜨거운 박수를 받았다. 정효권 회장이 회의를 마치는 의사봉을 두드렸다. 그는 돌아오는 차안에서 ‘동전과 희망’사업을 재중국한국인회의 브랜드 사업으로 추진하겠다고 밝혔다. 그리고 이 운동을 전세계 한인사회로 퍼뜨렸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동전과 희망’이라는 이 ‘사랑의 이벤트’를 전세계 한인들이 주재국 사람들과 더불어 사는 ‘사랑의 브랜드’로 만들었으면 한다는 얘기였다.

이날 행사 마지막 순서는 자문단장 위촉식. 지난해에 이어 연임으로 자문단장에 위촉된 김기재 전 행정자치부 장관은 이날 밤 연회석상에서 이렇게 말했다.

“격론이 오가는 5시간 마라톤 심의를 지켜봤습니다. 잘 마무리했어요. 재중국한국인회가 많이 발전하고 성숙했다는 느낌입니다”

회의를 마치고 밖으로 나서는데 천하제일성의 활짝 핀 홍매화가 야간의 조명등을 받아 더욱 붉게 보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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