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장르뽀][동포들의 반응] 중국동포들에게 묻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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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장르뽀][동포들의 반응] 중국동포들에게 묻다.
  • 김용필
  • 승인 2003.11.04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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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경석목사가 주도하는 국적회복운동에 대해서 중국동포들도 입장에 따라 의견이 달랐다. 먼저 국적취득신청을 한 동포들의 경우 한국에 호적이 있어 합법적으로 한국국적을 취득할 수 있지만, 불법체류자라 국적회복 신청을 할 수 없는 사람들에게 있어서는 중국에 갔다오지 않아도 국적을 취득할 수 있다는 데 기대를 많이 하고 있다. 하지만 이런 사람들 이외에 상당수가 한국에 체류한 지 4년 이상된 사람들이 강제추방을 모면하려고 신청하는 경우와 3년 이상 4년 미만자들이 중국에 갔다오면 합법화 절차를 밟을 수 있지만 중국에 가면 다시 돌아올 수 없다고 생각한 동포들이 국적취득신청을 내는 사례도 많았다.

국적취득신청을 하기 위해서 경남 울산에서 일하다가 올라왔다는 중국동포 홍종국씨(남, 54)는 “한국체류 3년 이상 4년 미만자로 외국인고용허가신청을 하여 중국에 갔다오면 합법적인 신분이 될 수 있지만 160만원의 체불임금을 받지 못한 상태에서 중국에 갈 수 없다"며 국적취득 신청을 했다.
국적취득과 관련하여 노년층과 젊은층에 있어서도 확연한 차이를 볼 수 있었다. 40대 이상은 대체로 국적취득신청을 하는데 주저하지 않았지만, 40대 미만 젊은층은 "붙잡혀 추방되더라도 중국국적을 포기하지 않겠다"는 입장을 대체로 보였다.  

서울조선족교회를 출석하고 있는 한 청년은 “교회 청년들이 20명 정도 있는데 국적회복운동에 별로 관심을 두지 않는다”고 말하고 “저도 중국국적을 포기하지 않겠다”는 입장을 밝혔다. 이 말을 옆에서 들은 국적취득 신청을 낸 40대 여성이 “국적회복이지 왜 국적포기냐”며 청년에게 따져 묻자 “그게 그것 아니냐”며 실랑이를 벌이기까지 했다.

한국국적을 회복하지만 중국국적은 버리지 않겠다고 말하는 중국동포들도 있었다. 한국체류 8년째 된 이원재(65)씨는 “후손을 위해 국적회복운동에 동참했다. 서경석 목사를 적극 지지한다”는 입장을 보이면서도 “중국국적은 다시 취득할 수 있는 것 아니냐”며 질문을 해왔고, 중국에 자녀를 두고온 40대 여성도 “5년째 한국에서 생활했지만 돈을 못벌었어요. 이대로 중국에 갈 수 없는 형편이고, 또 우리 부모가 태어난 곳이 한국인데, 왜 쫓겨나야 하냐”며 국적취득 신청을 낸 이유를 말하면서도 중국국적은 나중에 다시 회복하면 된다는 입장을 보였다.
이런 이중적인 생각에 대해서 동포들간에 한참 논쟁이 벌어졌다. 이 운동으로 인해 한국사회뿐만 아니라 중국에서도 “조선족은 기회주의자”라는 인식이 퍼지면 어느 곳에 가도 인정받지 못할 것이라는 비판이 중국동포들 입에서 나오기도 했다.

"이 운동이 정치운동이냐 사회운동이냐?" 하는 데에도 관심이 쏠렸다. 이 운동을 처음부터 지켜보아왔다는 한 청년은 “서경석 목사님이 중국정부에 조선족 말살정책을 펴지 말라고 주장하는 것 등을 보아서 중국동포 5천명을 볼모로 정치운동을 하고 있는 것처럼 보이기까지 한다”고 말했다.
김홍구씨(48, 한국체류 8년)는 “중국 지식인층은 정치운동으로 보고 한국인은 사회운동으로 볼 것”이라고 주장했다. 그리고 그는 “동포들이 지금은 한국국적을 가지려고 하다가 다시 중국국적을 얻으려고 생각하는 동포들이 많은데, 그것은 양심없는 사람들”이라고 지적하면서 “지금 한국 국적을 신청하는 사람들은 대개 비정상이다”라고 단정 지어 말했다. 그리고 어떤 사람은  "한국에 와서 불법체류를 경험하지 않은 조선족 지식층이나 중상층이 이 운동을 반대하는 것은 당연한 것 아니냐"며 한국정부의 잘못된 정책으로 언젠가 터질 문제가 터진 것 뿐이다"라고 주장했다.  
하지만 국적회복운동의 성공 가능성에 대해서 동포들은 다소 회의적이었다.
“지금 사람들이 서목사의 말을 듣고 박수치고 손들고 그러지만 실제 하라고 하면 나서는 사람이 거의 없을 걸요.”
“집단단식을 한다고 그러는데 동포들 중에 하루 이상을 버틸 사람이 얼마나 되겠어요. 여기 있는 사람들 중에 10퍼센트 정도는 참여하겠지요. ”
서경석 목사가 단식까지 한다지만 중국동포들이 그만큼 따라줄 지에 대해서 의문을 갖는 사람들이 많았다.
11월 2일 이날 서경석 목사는 서울조선족교회 앞마당에 모인 동포들을 향해 “지금 이 시기는 조선족에게 가장 중요한 시기입니다. 조선족 5천명이 단결해서 세계만방에 강인한 민족임을 보여주어야 합니다. 인간답게 살기를 원한다면 죽기를 각오하고 이 땅은 내 땅이라 주장해야 합니다.” 라고 열변을 토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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