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타이거 로드’의 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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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타이거 로드’의 꿈
  • 이종환 기자
  • 승인 2009.03.06 18: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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야생동물들이 길을 건너다 자주 사고를 당한다. 이른바 ‘로드킬(road kill)’이다. 선진국에서는 야생동물들의 로드킬이 문제가 되면서 도로 아래로 야생동물이 다니는 길을 만들기 시작했다. 일본에서는 이 길에다 일찌감치 너구리길(다누키미치)이란 예쁜 이름을 붙였다.

야생동물을 위한 길은 나중에 도로 아래로뿐만 아니라 육교처럼 길 위로 만들어지기도 했다. 이는 생태교량 혹은 에코-브릿지로 불리기도 한다.

우리는 이 길을 생태도로라고 부르는데, 최근 지자체를 중심으로 다양한 형태의 생태도로가 활발하게 만들어지고 있다. 그런데 이런 생태도로를 백두대간을 따라 한반도 남북으로 연결하고 나아가 만주와 시베리아로 이어지도록 하면 어떨까?

그렇다면 어느날 지리산에서 호랑이의 발자국이 발견되고, 철원의 비무장지대에서 반달곰이 어슬렁거리는 모습이 카메라에 잡힐지도 모른다. 나아가 위치추적장치를 부착한 호랑이나 곰을 통해 한반도에서 시베리아로 이어지는 생태 네비게이션 지도가 만들어질지도 모른다.

지금은 단지 상상에 불과하지만, 사실 이런 일이 이뤄지지 말란 법도 없을 것같다. 한반도의 허리를 가르고 있는 녹슨 철조망을 약간 걷어버리면 되는 게 아닌가 싶기 때문이다.

휴전선의 안보도 크게 우려할 필요가 없다. 밤을 대낮처럼 볼 수 있는 최첨단 적외선 장비가 개발돼 있는데다, 야간 오분대기조도 편성돼 있을 것이기 때문이다.

그러다보면 야간용 CCTV에 포착된 야생동물들의 필름이 비무장지대를 다룬 환경 다큐멘터리로 만들어져 안방에 방영될 날도 있을 법하다.

휴전선의 철조망이야 언젠가는 걷힐 것이다. 그리고 그 사이로 사람들이 남북을 오가게 될 것이다. 그날에 앞서 야생동물들이 먼저 다닐 수 있도록, 그리고 그 동물들이 멀리 시베리아까지 오갈 수 있도록 하는 것은 한반도의 반세기 생태 분단을 끝내는 일일지 모르겠다.

한반도 생태분단을 끝내는 이길을 ‘타이거 로드’라고 부르면 어떨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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