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하철 환승거리 왜 이렇게 먼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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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하철 환승거리 왜 이렇게 먼가?
  • 송옥진 기자
  • 승인 2003.11.02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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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에서 지하철을 타다 보면 목적지까지 가기 위해 한두번은 갈아타야 한다. 그런데 그 갈아타는 거리가 어지간히 길어서 갈아타는 시간이면 차라리 버스를 타고 가는 것이 나은 형편이다. 그렇다보니 전체 서울의 교통수단별 수송분담률에서 지하철은 고작 34.6%(2002 건설교통부)에 불과하다. 건설교통부는 그것도 97년 11.7%, 99년 15.1%, 2001년 19%였던 것에 비하면 증가추세라고 자랑하고 있지만 96년 교통센서스 자료에서 50%는 달성하리라고 예상했던 터다. 95년 파리의 교통분담률은 35%, 동경은 56%인 것과 비교하면 현저히 낮은 수준이다. 왜 서울의 지하철의 이용률은 이렇게 낮은 것일까?
‘이용의 불편함’때문이다. 갈아타기 위해 걸어야 하는 환승거리, 지하철을 타기 위해 걸어가야 하는 접근거리가 지하철 이용을 주저하게 만드는 가장 큰 이유다. 서울시내 11개 주요 환승역의 환승거리는 평균 162.4m. 이중 수직이동거리가 37.1m, 수평이동거리가 125.3m를 차지하고 있다. 갈아타기 위해서는 평균 3분 이상 걷고 계단을 오르내려야 한다는 이야기다. 재외동포들이나 외국인들도 많이 이용하는 시청역은 176,6m, 종로3가는 187,7m다.
지하철을 타기 위해 걷는 거리도 만만치 않다. 지하철역까지의 소요시간이 버스는 평균 6.8분, 지하철은 그 두배인 평균 13분이다. 이 외에도 나쁜 공기, 복잡한 안내체계 등이 지하철 이용을 주저하게 만든다.
이런 이유로 지하철은 노약자와 장애우에게는 이용이 불편할 수밖에 없다. 그나마 있는 에스컬레이터도 에너지 절약을 이유로 시간대별로 가동해 기운없는 사람은 막혀도 버스를 택하고 장애우들은 ‘이동권 쟁취투쟁’을 하며 엘리베이터, 안전한 리프트 설치를 요구하는 실정이다.
이처럼 서울 지하철이 불편한 이유를 전문가들은 건설계획당시부터 ‘노선확장’에만 열을 올렸기 때문이라고 지적한다. 도시연대 문병섭 연구실장은 '지하철, 대중교통수단인가?'라는 보고서에서 “시민에 대한 서비스 개념없이 교통수단 수송분담률, 1일 수송인원 같은 행정적 개념만으로 노선 확장을 해온 탓이다”고 지적하고 있다. 또 대부분의 환승역이 장기적인 노선계획이나 환승에 대한 고려없이 그때그때의 노선계획에 따라 위치를 결정해서 한지점에서 갈아타기나 상하 갈아타기가 편리한 시설여건을 미리 마련하지 못했기 때문이라고 지적한다. 이용자들의 동선은 생각지 않고 서울시내 역세권을 중심으로 무조건 이용객수를 높게 잡아 지하철을 만든 것이다.
그 결과 시민들은 시간이 더 걸림에도 이용의 편리함 때문에 여전히 버스를 선택하고 차가 막혀도 자가용을 끌고 나오게 된다. 버스를 이용하는 이유가 '갈아타지 않아도 된다', '창밖의 풍경을 볼 수 있다', '계단을 이용하지 않아도 된다'가 가장 높은 순으로 꼽히는 것만 봐도 지하철 환승이 얼마나 사람들을 힘들게 하는 지 짐작할 수 있다. 그러나 서울 지리에 익숙하지 않아 버스 노선을 잘 모르는 외국인이나 재외동포들은 어쩔 수 없이 노선이 정확한 지하철을 이용할 수밖에 없다.
예상보다 이용객수가 적은 지하철은 만성 적자에 시달릴 수밖에 없어 새로운 편의시설 설치에 예산투입도 쉽지 않다. 그나마 종로3가역에 설치된 무빙트랙처럼 서울시가 노약자나 장애우 등을 위한 시설을 조금씩 늘려가는 것에 희망을 걸 수밖에 없다. 이명박 시장이 서울 청계천을 복원하면서 교통체계를 대대적으로 손보는 것도 이런 모순을 해결하려는 시도다. 부디, 서울시의 계획이 성공해서 서울시민이나 서울을 찾는 재외동포들이나 지하철을 ‘편하기 때문에’ 이용할 수 있길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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