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포출신 CEO가 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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교포출신 CEO가 뜬다
  • 경향신문
  • 승인 2003.11.01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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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국적 에어컨 기업 캐리어코리아는 최근 알렉산드 반더워드 사장 후임에 교포 출신인 존 리(Jhon Lee) 국내 영업담당 부사장을 승진 발령했다. 한국P&G도 지난 7월 미국P&G 본사의 데오도란트(겨드랑이 냄새를 제거하는 탈취제)부문 북미 및 글로벌 전략기획 책임자 김상현씨를 사장으로 임명했다.


국내에 진출한 외국기업의 최고경영자(CEO)들에 교포 출신들이 기용되고 있다. 외국기업들이 국내에 처음 진출할 때는 본사의 경영전략을 잘 알고 커뮤니케이션이 용이한 외국인 CEO를 선호했다. 하지만 최근 들어서는 많은 기업들이 한국인에 이어 외국 기업과 우리 시장을 두루 꿰뚫고 있는 교포 출신을 CEO를 비롯한 주요 임원으로 등용해 시장 공략에 나서고 있다.


캐리어코리아의 존 리 사장이 대표적이다. 그는 1957년 서울에서 태어나 10살 때 미국 LA로 이민을 떠난 재미교포이다. 미 육군사관학교를 졸업한 뒤 매사추세츠공대(MIT)에서 경영학석사(MBA)를 마치고 장교로 복무했다. 93년 캐리어사의 모기업인 미국 UTC그룹에 입사한 뒤 항공 및 전지사업 부문에서 근무했다.


그는 취임한 뒤 외국가전회사에서는 처음으로 김치냉장고 ‘일품’ 5종을 내놓아 캐리어의 토착화를 위한 시동을 걸었다. 또 화장품 냉장고 ‘스탈렛’를 출시한 데 이어 내년엔 공기청정기를 선보일 예정이다. 캐리어코리아는 “부사장으로 있을 때도 캐리어의 토착화를 위해 많은 연구를 했다”며 “앞으로도 음식·문화 등 한국만의 특성을 이용한 제품을 계속 내놓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한국P&G 김상현 사장도 10살 때 이민간 재미교포이다. 86년 미국P&G에 입사한 지 18년 만에 사장이 돼 돌아왔다. 그는 입사 3년 만에 한국P&G 설립 때 마케팅담당 이사로 부임해 8년 동안 한국에서 근무했다. 이후 일본P&G 기저귀부문 마케팅담당 상무를 거쳤다. 미국P&G는 한국의 생활용품시장 경쟁이 치열해지자 한국 소비자의 성향에 밝은 그를 사장으로 발령했다.


송지섭 보잉코리아 부사장도 다양한 이력의 재미교포이다. 미 공군사관학교를 다니다가 UC버클리대에 편입학하여 졸업한 항공 전문가. 미국 맥도널 더글러스사 엔지니어와 미 국방부 계약담당 매니저를 거쳐 보잉사에 입사했다.


지난해 2월 보잉사의 ‘진출국가 토착화’ 전략에 따라 한국 사정에 밝은 임원을 보강하는 차원에서 보잉코리아 부사장으로 자리를 옮겼다. 그는 우주통신·군용기 및 미사일 시스템부문 사업 개발과 판촉, 고객관리 업무를 맡고 있다. 그는 “나이를 중시하는 한국 사회에서 직급에 비해 나이가 어린 편이어서 한국 기업인이나 고객과 관계를 설정하는 게 부담스럽다”고 어려움을 털어놨다.


지난해 11월 한국피자헛 사장으로 다시 돌아온 조인수 사장도 해외동포 출신이다. 외환위기 때 스마일운동을 벌여 관심을 모은 그는 브라질 IMES대학을 나온 뒤 시카고대학에서 MBA를 획득했다.


10년간 미국P&G에서 근무한 뒤 97년 피자헛, KFC, 타코벨을 운영하는 미국 트라이콘그룹에 입사해 2000년 1월까지 한국피자헛 사장을 지냈다. 그동안 본사 마케팅담당 총괄 부사장을 지내다 지난해 말 한국으로 돌아왔다.


그는 “한국·영국·중국을 해외의 3대 시장으로 여길 만큼 본사의 한국에 대한 관심이 높다”며 “한국시장의 규모가 1조원대를 형성할 만큼 커지고 경쟁이 치열하다는 게 나를 다시 한국에 보낸 이유가 아닐까 생각한다”고 말했다.


외국기업 관계자는 “교포 출신은 뛰어난 외국어 실력에다 한국 문화에 대한 이해도가 높아 다국적기업이 한국 시장을 공략하는 데 장점이 많다”며 “소비자들의 변화를 파악하는 게 중요한 소비재 쪽 기업이 이들을 선호한다”고 말했다.


〈배병문기자 bm1906@kyunghyang.com〉



최종 편집: 2003년 10월 27일 18:19:4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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