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사카에서 만난 동포들 3-사형수 이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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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사카에서 만난 동포들 3-사형수 이철
  • 최연구
  • 승인 2003.10.30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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재일동포2세 이철(55)씨는 사형수다. 유신체제의 대표적인 공안조작사건이었던 재일동포간첩단 사건에 연루돼 1심, 2심, 3심 모두 사형선고를 받았다. 그가 구속되었던 것은 결혼식을 한달 앞두고였다. #그림3

동경 중앙대를 졸업하고 한국으로 유학와서 고려대학교 대학원 정치외과에서 공부하던 중 사건이 터진 것이다. 유신체제가 기승을 부리던 75년 11월 22일 사건이 발표되었는데 서승, 서준식씨 등이 모두 11.22사건의 간첩으로 발표됐다. “저는 신문에도 나지 않았습니다. 11.22사건이 터지고 한달 동안 자수기간을 둔다고 공포하더니 한달 뒤에 영문도 모른채 잡혀갔지요” 이철씨는 11월 22일이 아니라 그후에 추가로 구속되었기 때문에 언론의 무관심속에서 혹독한 고초를 치러야 했다. 그의 아버지는 민단창단에 큰 기여를 한 사람이다. 그의 집안은 좌익과는 거리가 멀었다. 그런 그를 조국은 간첩으로 몰았고 목숨을 빼앗으려고까지 했던 것이다. 결국 79년에 무기로 감형되었고 81년 20년으로 감형되었다가 13년을 복역하고 88년에 가석방으로 풀려났다. 10월에 출소했지만 한국정부는 그를 일본으로 돌아가는 것도 제한했기에 이듬해 5월에야 오사카로 돌아왔다. 88년 출소하고 바로 약혼자인 민향숙씨와 명동성당에서 결혼식을 올렸다. 부인 민향숙씨는 숙명여대 재학시절  유학온 재일동포 이철씨를 알게 돼 약혼을 했고 사건이 터지면서 자신도 간첩방조, 무고죄로 3년6개월이나 팔자에 없는 옥살이를 해야 했다.
"러브스토리야 며칠을 이야기해도 모자랄만큼 많지요." 하지만 그는 그때만 생각하면 북받치는지 결국 이야기 보따리를 풀어놓지는 않았다. 일본에 돌아와 억울하게 옥살이를 한 사람들을 모아 아무런 정치적 목적없는 친목회를 하나 만들었는데 그것이 재일한국양심수동우회다. 현재 이철씨가 대표를 맡고 있다. 원코리아 페스티벌 장터에서 음식을 팔고 있는 이철씨 부부의 얼굴에서  조국에게 청춘을 빼앗긴 깊은 한을 읽을 수 있었다.
오사카=최연구 www.choiy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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