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 조선족작가 국내출간 소설 주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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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국 조선족작가 국내출간 소설 주목
  • 연합뉴스
  • 승인 2003.10.26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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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서울=연합뉴스) 신지홍 기자 = 역량있는 조선족 작가들의 국내 작품출간이  최
근 잇따르고 있다.

    재작년 타계한 조선족 문단의 최고봉 고(故) 김학철의 대표작 몇편이  1990년대
선보이기는 했다. 그러나 미국과 러시아, 일본 등지에 비해 조선족  작가들에  우리
문학계가 무관심했던 것을 감안하면, 최근 잇단 소개는 동포문학의 재정립 추진분위
기에 맞물려 주목되는 현상이다.

    실천문학사는 3년전 한국으로 건너와 글을 써온 조선족 소설가  장혜영(48)씨의
장편 「살아남은 전설」(전2권)을 출간했다. 장씨는 중국 흑룡강성 목단강시를 근거
로 80여편의 중단편과 장편소설을 발표, 장편소설대상 등 20여개의 문학상을 수상한
중진이다.

    "거처가 불안한 상황이 오히려 글을 쓰는 힘이 되는 것 같아요" 장씨는 지난 20
00년 한국으로 훌쩍 건너온 이래 친구.친지집과 여관을 전전했다. 그간 장편  3편을
완성했는데 「살아남은 전설」은 처녀 출간으로, 다른 완성작들도 곧 선보일 예정이
다.

    「살아남은 전설」은 전설과 역사적 현실을 넘나들며 4대에 걸친 조선족 여성사
의 질곡을 그린 묵직한 작품이다. 출판사 편집부장인 동혜정이라는 여성이 봉건윤리
에 짖눌렸던 조선족 여인들의 한맺힌 삶의 기억이 장구한 세월 속에 전설로  전화됐
음을 밝히는 이야기와, 신세대 여성들의 바뀐 연애 이야기가 엇갈리는 형식으로  짜
여졌다.

    이보다 앞서 최근 조선족 문단 유력 문예지인 옌볜 작가협회 기관지인 월간  「
옌볜문학」의 편집담당자인 소설가 정세봉(60)씨의 문제작 「볼세비키의  이미지」(
신세림 刊)가 나왔다.

    1991년 발표작인 이 작품은 중국 공산당 독재에 대한 정면비판의 내용 탓에  필
화 직전까지 갔던 작품이다. 한달간의 일정으로 최근 방한한 정씨는 옌볜문학  문학
상과 배달문학상, 중국 민족문학상 등을 탄 대표작가이다.

    조선족 작가들은 톨스토이와 도스토예프스키, 고골리 등 러시아 문학의  세례를
받았으며 리얼리티를 전면화한 작품들에 천착해온 편이다. 600여명의 문인이 활동중
인데, 최근 중국의 개방과 맞물려 세계 보편문학으로의 도약을 위한 문인들의  변화
의 몸부림이 거세다고 한다.

    한국은 세계를 향한 관문으로서 조선족 작가들의 주목대상으로 떠올랐다. "조선
족 사회를 약간은 닫힌 사회라고 하지 않을 수 없습니다. 이제 한국을 알면서  비로
소 세계에 한발 다가가는 중이죠"(장혜영씨)

    장씨는 '큰 시장'을 겨냥, 한국으로 건너온 뒤 스스로도 엄청난 문학적  갱신의
과정을 겪고 있다고 밝혔다. 실험적인 '철학소설' 등을 탈고한 것 등으로 사실상 제
2의 문학인생을 걷고 있다는 것이다.

    "문학은 우리의 생을 쓰더라도 지구 반대편에서 공감할 수 있어야 한다고  보아
요" (정세봉씨) 정씨는 그간 세계와 단절됐던 조선족문학의 한계를 인정하면서 이러
한 보편문학에 대한 지향을 가감없이 털어놓았다.

    이러한 바람과는 달리 조선족 작가들의 한국진출이 결코 녹록한 것만은 아니다.
우리나라 문학시장의 전반적인 불황에 조선족 문학의 구시대성 등은 넘어야할  장애
물이다.

    '해외동포 문학선집'의 발간이 추진되는 것은 이러한 상황의 타개에 도움이  될
수 있을 지 주목된다. 한국문학의 외연확장을 목표로 한국문학평론가협회가  주도하
는 이 작업을 통해 조선족 문인과 작품이 체계적으로 관리, 소개될 수 있을  것인가
가 관건이다.

    shin@yna.co.kr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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