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후여담>김정일의 처 고영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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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후여담>김정일의 처 고영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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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승인 2003.10.23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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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문화일보) 윤창중 논설위원 =2003-10-21 () 07면 1140자    
  
북한 김정일 국방위원장을 인간적 측면에서 조명하면 그는 ‘불행한 인간’의 전형이다. 그가 1942년 2월16일 항일 유격대 지도자인 김일성과 역시 유격대원이었던 어머니 김정숙 사이에서 태어나 오늘날 전제국가의 제왕에 이르게 된 사실들만을 보면 승승장구한 인물이었다.
그러나 그는 소련의 밀영에서 태어나면서부터 파란, 격동, 충격, 시련이라는 단어를 달고 다니다시피 했다. 여섯살되던 48년 9월 그는 두살 아래인 동생이 연못에서 익사하는 불행을 겪는다. 그 다음해 어머니 김정숙은 아이를 낳다가 과다 출혈로 죽고 만다.
김정숙도 건강이 좋지 않아 김 위원장은 유모의 젖을 먹고 자랐다. 그 어머니가 일곱살 때 돌연 죽었다. 아버지 김일성은 김정숙의 비서 격에 불과했던 김성애와 결혼했다. 당연히 모성애에 대한 갈망이 한 남자로서 없을 수가 없었다.
김 위원장의 첫 부인 성혜림은 네살 정도 연상이었고, 숱한 동거녀들도 대부분 연상이었다. 두번째 부인 김혜숙도 2년 연상이었다. 그러다 70년대 중반 20대의 세번째 부인인 고영희(高英姬·50)를 만나 사랑에 빠진다.
어머니에 대한 그리움, 모성 콤플렉스 속에서 연상의 여인을 찾아 편력하고 방황해 보았지만 그녀들과의 결혼도 모두 실패했다. ‘불행한 남자’다. ‘어머니’에 대한 환상을 버리고 만난 여인이 북한 예술단 무용수 출신의 고영희다. 그녀가 지금 ‘중한 신병’(정세현 통일부장관의 20일 국회 대정부 질문 답변)을 앓고 있고, 중태설까지 나돌고 있다.
고영희도 파란만장한 유년기와 청소년기를 보냈다. 그녀의 아버지는 제주도 출신인 재일 한국인이다. 고영희는 일본 도쿄(東京)에서 태어나 오사카(大阪)로 이주했다가 60년대 부모와 함께 북송선을 탔다. 무용수 시절의 사진 한장은 이른바 나라를 흔들만큼 빼어난 외모를 가진 여인에게 붙여주는 경국지색(經國之色)이다. 김 위원장은 모성 콤플렉스 속에서 ‘방탕한 나르시스트’로서 문예에 탐닉했던 시절 ‘측근파티’에서 그녀를 발견하고 동거를 시작해 오늘에 이르렀다.
김 위원장이 40여일이나 대중 앞에 나타나지 않자 중병설이 나왔지만, 역시 고영희의 중병으로 인해 삶에 대한 의욕을 상실했기 때문에 칩거하고 있다는 분석이 타당한 것 같다. 그도 역시 인간이고, ‘남자’이다. 늙어가는 남자는 더 인간적일 수밖에 없다.
[[윤창중 / 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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