거꾸로 가는 외국인노동자정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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거꾸로 가는 외국인노동자정책
  • 서경석
  • 승인 2003.10.21 00:00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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외국인 불법 체류자 수가 30만명을 넘어섰다. 불법 체류자 문제는 국내산업의 인력수급 문제부터 불법 체류자의 인권문제까지 복잡하게 얽혀있어 쉽게 해결날 길이 보이지 않는다. 특히 16만여명으로 추산되는 조선족 불법체류자 문제는 21세기 한민족공동체 시대를 열어가기 위해 우리 사회가 해결해야 할 숙제다.

조선족 불법 체류자 문제를 진단하고 해결책을 모색하기 위해 서경석 경실련 집행위원장이 6회에 걸쳐 '조선족 이야기'를 연재한다.[편집자]

- 순서 -
(1) 거꾸로 가는 외국인 노동자정책
(2) 고용허가제와 산업연수생제도, 무엇이 옳은가?
(3) 동포들은 왜 한국에 오는가?
(4) 재외동포법이 해답인가?
(5) 조선족동포가 원하면 한국국적을 주자.
(6) 조선족 동포사회의 미래는 무엇인가?

노동부와 법무부는 지난 8월 17일 불법체류자 대책을 발표했다. 지난 7월말 고용허가제가 국회를 통과된 후 국내에 체류하고 있는 불법체류자에 대한 대책을 강구하기 위해서다. 그 대책을 보면 금년 3월 31일 현재 4년 이상이 된 사람은 이번 11월 15일 이전에 다 나가라고 한다. 그리고 4년이 안된 사람은 한국에 더 있게 한다. 한국체류가 3년 이내이면 2년을 더 있게 하고 3년에서 4년 사이면 일단 귀국했다가 다시 입국해서 총 5년이 될 때까지 일할 수 있게 한다는 것이다. 그래서 9월1일부터 외국인노동자 신고가 시작되었다.

그런데 이러한 정부 조처를 바라보는 외국인노동자 지원단체들의 반응은 무척 냉소적이다. 우선 정부가 바라는 바는 불법체류를 근절하고 합법체류를 정착시키자는 것인데 그 가능성이 전혀 없다는 것이다. 관리들도 내심으로는 마찬가지 생각인 것으로 보인다. 그러니 민간단체들은 절망할 수밖에 없다. 아무리 문제를 제기해 보았자 관리들은 들어주지 않으니 정책 실패를 막을 방법이 없다는 것이다. 더구나 요즈음 나라가 엉망인데 그까짓 외국인노동자 제도가 한번 더 실패한다고 해서 누가 눈하나 깜짝하겠는가?

민간단체의 입장에서 본 정부관리의 정책입안 능력은 너무도 수준이하다. 관리들은 거의 일년 단위로 자리를 옮긴다. 좀 알 만하면 자리를 옮기니 현실에 맞는 대책이 나올 리가 없다. 현실을 잘 모르면 전문성이 있는 NGO의 도움을 받아야 하는데 그들은 NGO와 상의하는 법이 없다. 법무부의 문제는 더 심하다. 법무부의 가장 큰 문제는 대책이 현실에서 나오는 것이 아니라 법전에서 나오는데 있다. 그러니 제도를 만들 때마다 실패를 거듭할 수밖에 없다.

그러면 왜 이번 대책이 실패할 수밖에 없나? 우선 첫째로 신고절차가 너무도 까다로와 조선족동포나 외국인 노동자가 신고를 포기하고 있다. 이를테면 체류기간이 3년에서 4년 사이인 사람은 표준근로계약서를 제출하고 중국에 돌아갔다가 다시 들어와야 하는데 그런 사람을 믿고 근로계약을 맺을 업주는 없다는 것이다. 일용직 노동자는 더욱 더 근로계약서를 만들기 힘들다. 그러니까 사람들은 작년 3월 외국인노동자 신고 때처럼 정부가 뒤늦게나마 까다로운 절차들을 대폭 고칠 것이라고 생각하고 기다리고 있다.

둘째로는 아예 불법체류할 작정인 사람들이 너무 많다는 점이다. 지난 9월 28일 서울조선족교회의 조사에 의하면 조선족동포의 약 45%가 11월 15일 이후에 불법체류할 예정이다. 이렇게 되면 불법체류 근절은 실패할 수밖에 없다.

불법체류 근절에 성공하려면 불법체류자를 고용하는 업주에 대해 천만원 정도의 혹독한 벌금을 부과할 수 있어야 한다. 그런데 이일은 쉽게 되는 일이 아니고 적어도 세 가지 조건이 전제되어야 한다.

첫째는 기존 불법체류자를 대부분 합법체류자로 전환하여 실제로 불법체류하는 사람의 숫자를 전체의 2-3%로 줄여야 한다. 그래야 불법체류자를 고용하는 고용주를 혹독하게 단속할 수 있다.

둘째로 불법체류자 단속에 대한 국민적 공감대가 있어야 한다. 그래서 불법체류자는 '잘못된 제도의 희생자'가 아니라, '범법자'임을 온 국민이 인식해야 한다. 그래야 온 국민이 불법체류자 색출에 나서게 된다. 그러려면 대책 발표시 세심하게 배려해서 '잘못된 제도의 희생자'가 없어야 한다. 그러나 이번 발표에서 이러한 세심한 배려는 전혀 이루어지지 않았다. 이렇게 되면 어쩔 수 없이 교회나 시민단체는 불법체류자의 편에 서게 되고, 처벌에 대한 국민적 공감대는 이루어지지 않아 고용주처벌은 불가능해지는 것이다.

세 번째는 합법노동자를 충분히 공급해야 한다. 그래야 고용주가 불법체류자를 쓸 수밖에 없다는 항변을 하지 않게 된다.

불법체류 근절은 과거 금융실명제 만큼이나 중요한 사회개혁이기 때문에 이 일에 성공하려면 한번쯤은 꼼꼼한 과도기적 특별조처가 있어야만 한다.

첫째 취업관리제를 활성화해서 한국에 불법체류하러 오는 동포들을 합법적 통로로 유도해야 한다. 취업관리제의 취업허용 절차와 사업장 변경 절차가 지나치게 까다로운 점을 고치고, '취업관리제'로 일할 수 있는 업종을 넓히고 들어올 수 있는 길도 넓혀야 한다.

둘째로 '잘못된 제도의 희생자'로 비쳐질 수 있는, 딱한 사정이 있는 불법체류자들은 다 구제해야 한다. 건강상의 이유로, 혹은 거액의 빚을 꿔주고 받지 못해서, 혹은 그 외에 불가피한 이유로 도저히 귀국할 수 없는 동포는 구제해야 한다. 금년에 친척방문으로 들어온 사람들은 취업관리제 대상자임에도 불구하고 취업관리제가 너무 까다로와 90%가 불법체류자가 되었는데 이들을 다 구제해야 한다. 또 금년 3월 31일 현재 합법신분이었던 사람도 불법신분인 사람과 동일하게 대우해서 구제해야 한다. 합법이었다가 불법이 되기 때문이기도 하지만 불법은 봐주고 합법은 안 봐주는 것은 불공평하다.

셋째로 취업관리제를 통해 합법적으로 일할 수 있음에도 불구하고 중국에 돌아가면 다시 들어올 수 없다는 이유로 그냥 주저앉으려는 동포들이 대단히 많은데 이들의 귀국을 보장해야 한다.

넷째로 제일 어려운 부분이 4년 이상 된 사람들이다. 외국인노동자의 경우에는 고용허가제로 사람들을 들여올 때 한국어시험 성적순으로 들어오도록 하여 4년 이상 된 사람들이 대부분 다시 선발되도록 유도해야 한다. 그리고 '금년 11월 15일까지'를 추방일자로 못박지 말고, 내년 고용허가제로 입국할 사람을 선발할 때까지 있게 하고 한국에서 선발시험을 치게 해 주어야 한다. 그렇게 하면 중소기업의 어려움을 돕고 불법체류자의 숫자도 줄일 수 있다. 조선족의 경우에는 별도의 합법화 작업이 필요하다. 이미 한국에 전부 옮겨와서 중국에 아무 연고도 없는 사람들에게는 별도의 구제책을 강구해야 한다.
마지막으로 이 모든 조처가 강구된 후에는 불법체류자를 고용하는 고용주에게는 천만원 이상의 혹독한 벌금을 부과해야 한다.

이렇게 해야만 불법체류율을 2-3% 이내로 줄일 수 있고 또 그래야만 혹독한 고용주처벌이 가능하다. 그러나 지금의 상황은 정반대로 가고 있다. 이대로 가면 불법체류자가 너무 많아 고용주 단속이 불가능하다. 그래서 다시금 길거리 단속밖에 하지 못하게 된다면 우리는 정확하게 옛날로 돌아가는 것이고 우리나라는 다시 불법체류자의 천국이 되는 것이다.

서경석(경실련상임집행위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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