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해주, 우리에게 미래 선물할 약속의 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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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해주, 우리에게 미래 선물할 약속의 땅”
  • 최선미 기자
  • 승인 2008.10.10 14: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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러시아 태평양함대 주둔 블라디보스톡 다소 폐쇄적 분위기

고려인동포들 우수리스크 농장 중심으로 영농 신기술 펼쳐

광활한 농토와 풍부한 지하자원으로 동북아시아 국가들의 주목을 끌고 있는 러시아 연해주. 이 곳은 최근 들어 한민족인 고려인들의 존재, 한반도와 지리적으로 인접해 있다는 점 등에서 향후 한국의 식량 및 에너지 확보에 중요한 기회의 땅으로 새롭게 평가받고 있는 곳이다.
지난달 24일부터 28일까지 4박5일간 한러교류협력위원회가 개최한 ‘2008 한러 산업문화 축제’ 참가단 일행과 동행, 한반도 동북단에 위치한 연해주 블라디보스톡 및 우스리스크 일대의 발해유적지, 신한촌, 아그로상생 농장, 극동대 한국학대학 등을 둘러보고 주요 탐방 내용을 지면을 통해 소개하고자 한다. <편집자 주>

▲ 지난달 24일 ‘2008 한러 산업문화 축제’ 참가단은 속초항에서 출정식을 갖고 4박 5일간의 러시아 연해주 탐방을 시작했다.

●  속초항 출정식, 그리고 15시간의 항해

24일 오전 양재역에서 집결한 한러교류협력위원회 연해주 방문단 40여명은 대절한 버스를 타고 속초항으로 출발했다.

4시간이 흐른 끝에 도착한 속초 국제여객터미널 앞에는 거대한 선박이 이미 대기중이었고, 그 곳에서 채용생 속초시장의 환영인사와 속초시립풍물단의 흥겨운 공연을 중심으로 출정식이 이뤄졌다.

모든 수속을 마친 후 일행들이 올라탄 동춘훼리가 움직이기 시작한 시각은 오후 4시 무렵. 비로소 15시간이 넘는 긴 항해가 시작됐다.

속초항이 점점 멀어지는 배 위에서, 일행들은 밤 늦게까지 선상 모임을 가졌다. 이 자리에서 이계익 전 교통부 장관은 아코디언을, 이학춘 동아대 교수는 섹스폰을 연주함으로서 흥을 돋우기도 했다.

참가자 중 한명인 이애희 강원대 교수는 “2000년대 초반부터 연해주 지역을 수 차례 방문해 왔다”며, “향후 남북한에게 중요한 장소로 작용할 곳이자, 과거 의병들이 활동했던 역사의 현장에 함께하게 돼 기쁘다”고 동행 소감을 밝혔다.

  군사도시 블라디보스톡 환영 만찬회

일부는 높은 파도에 배멀미를 하기도 했지만 현지 시각으로 오후 3시, 일행들을 태운 동춘훼리는 예정대로 블라디보스톡에 도착했다.

그러나 러시아 측의 군사훈련으로 실제 육지에 발을 디딘 것은 1시간여가 흐른 뒤였다. 입국 심사과정도 1시간 이상 소요됐다.

그 와중에 만난 동북아평화연대의 강경주 사무국장 일행은 “인내심의 나라에 온 것을 환영한다”며 러시아의 느린 행정 체계에 대해 언급했다. 어렵게 수속을 마친 후, 블라디보스톡 시내에 위치한 식당으로 이동해 러시아 요리로 점심식사를 했다.

핫케익 모양과 유사한 블린느이와 스프에 해당하는 보르쉬 등 러시아 전통 음식은 짠 맛이 비교적 강했다.

식사를 마친 후 다시 숙소인 써니치 유스호스텔로 이동하는 동안 버스 창밖으로 보이는 이국적인 건물과 사람들의 모습이 눈길을 끌었다.

방문단이 이동하는 동안 통역을 맞았던 고려인 2세 유명희 씨는 “연해주 중심도시 블라디보스톡은 러시아 태평양함대가 주둔하고 있는 군사 요충지 중 하나이기 때문에 과거에는 더욱 폐쇄적이었다”는 사실과 “이 곳에 살던 고려인들이 1937년 스탈린 치하에서 강제 이주를 당하는 등 고통 받았으나 강한 생활력을 통해 생존했다”며 한인들의 역사를 말하기도 했다.

입항 및 입국 수속에서 초과된 시간, 그리고 블라디보스틱 시내의 교통 정체로 일행들이 숙소에 도착한 것은 해가 질 무렵이었지만, 러시아 측 인사들이 건물 현관까지 마중나와 일행을 환영했다.

유스호스텔 식당에서 진행된 환영 만찬회에서 김극기 위원장은 러시아 측에 대한 호의와 고려인 대표자들에 대한 각별한 애정을 드러냈으며, 브레즈네프 연해주 상공회의소 소장 역시 축사를 통해 “향후 양국간 교류 활성화”를 기원했다.

또한 김무영 블라디보스톡 총영사도 “이러한 교류를 통해서 양국 관계자들이 서로를 배우고, 농업 등 여러 분야에서의 협력 가능성을 모색하기 바란다”고 말했다.

▲ 극동대학교 한국학대학 학생들 공연

환영 만찬에 이어 러시아 극동대학교 한국학대학의 송지나 교수와 재학생들이 사물놀이 공연을 펼쳤으며, 한국에서 동행한 비보이(Drifterz Crew)들도 춤을 선보였다.

●  우수리스크의 광활한 농토

세째 날 한러교류위원회 방문단은 한국보다 기온이 낮은 연해주의 아침을 실감하며, 고려인들이 가장 많이 거주하는 지역이자 아그로 상생 농장이 있는 우수리스크로 이동했다.

도로를 타고 이동 중, 독립운동가 이상설 선생의 유허비와 러시아 농가 사이에 있는 발해 절터, 그리고 주춧돌만 남아있는 옛 발해 성터를 둘러보았다.

그러나 이상설 선생의 유허비 근교에는 쓰레기가 버려져 있고, 발해 성터 역시 주춧돌 4개 중 한 개가 사라지고 없을 정도로 방치돼 있어 일행들을 안타깝게 만들었다.

유허비와 발해 유적지를 지나 농장으로 이동하는 길은 그 규모를 짐작하기 어려울 만큼 넓은 농토들이 이어졌다.

수 시간 이동한 끝에 도착한 아그로 상생 농장의 관리자 중 한 명인 안치영 씨는 “러시아 정부로부터 임대한 4억평 중 서울시의 크기와 비슷한 6천만 평에 벼와 콩 등을 재배하고 있다”며, “금년에는 하늘이 맑아서 농사가 잘 됐고, 이미 추수를 시작했다”고 밝혔다.

농장을 방문하고 돌아오는 길에 바라보이는 들판에서는 이삭을 찾아 모여든 새떼들이 장관을 연출하기도 했다.

●  고려인들의 이주 역사가 담긴 신한촌

연해주에서의 마지막날, 방문단은 혁명광장과 잠수함박물관, 신한촌, 블라디보스톡 시내를 둘러보고 극동대학교 한국학대학을 방문했다.

이중 신한촌은 구한말 해외 한인독립운동의 중심지이자, 고려인들이 강제이주당하기 전까지 모여 살던 지역으로 그들을 기리는 기념비가 세워져 있었다.

이날 일행들의 안내를 맡은 한국 유학생 이응천 씨는 “신한촌 기념비 중, 가운데 것은 대한민국, 그리고 왼쪽은 재외국민, 오른쪽은 재외동포를 상징 한다”고 설명하기도 했다.

그는 또 “블라디보스톡 곳곳에 보이는 공사 중인 건물들은 러시아가 2012년 APAC 개최를 앞두고 준비하고 있는 것”이라면서, “이곳은 신호등이 10개가 안되며, 중앙광장으로 들어가는 도로들이 모두 연결돼 있어 한 곳에서 문제가 생기면 도시 전체가 정체 된다”고 덧붙였다.

●  극동대, 세계 유일의 한국학대학을 찾아

극동대 박물관을 탐방한 일행들은 근처의 한국학대학으로 이동했다. 6층 규모의 한국학대학은 지난 1995년 장치혁 고합그룹 회장이 사재로 건립한 곳으로서 해외에서 유일하게 한국어 이외에도 한국 역사, 경제, 문학 등을 가르치는 대학이고 200여명이 넘는 학생들이 수학하고 있다.

이 곳에서 한국경제를 전공하고 있는 고려인 4세 김 비올레타 씨는 “중앙아시아로 강제 이주됐던 부모님이 연해주로 재이주하면서 블라디보스톡에 터를 잡게 됐다”며, “한국학대학에 ‘그냥’ 입학했는데, 공부를 시작하면서 한국에 대해 많은 것을 배울 수 있었고 점점 공부하는 것도 좋아졌다”고 말했다.

그는 “과거 경기대와 한국외대에서 어학연수를 하기도 했다”며, “한국에서 생활하는 동안 이곳보다 사람이 많은 점이 눈에 띄었고, 비교적 교통이 잘 정비돼 있어 경주와 안동 등을 여행하기도 했다”고 밝혔다.

한국학대학의 송지나 교수는 “러시아와 한국의 교류가 활발했던 2천년대 전후로 급증했던 한국학대학의 학생 숫자는 그 증가세가 감소하고 최근에는 중국어학과 학생이 늘어나는 추세”라며, “그럼에도 러시아인과 고려인이 함께 공부하며 한국 문화를 전파하는 곳은 우리학교가 유일하고 내년에는 창립 15주년을 맞는다”고 말했다.

첫 날 행사에서 한국학대학 학생들의 사물놀이 공연을 이끌기도 한 그는 “노란머리 아이들이 고려인과 함께 한국악기를 연주하고, 함께 춤추는 것이 얼마나 신기하냐”고 반문한 뒤, “그러나 학생들이 이용하는 악기 및 의상이 10년이 넘어, 수선해 사용하고 있는 실정이다”고 토로했다.

▲ 시베리아횡단열차의 기점 블라디보스톡 역

“한국학대학 학생들과 함께 한국에 가서 공연하는 것이 꿈”이라는 송 교수의 바람을 뒤로하고, 연해주방문단은 시베리아 횡단열차의 종착점이자 시작점인 블라디보스톡역을 탐방하는 것으로 공식 일정을 마무리 했다.

속초를 향해 귀항하는 길목에서 이명덕 시인은 “연해주는 비어있는 땅이라기 보다는 차 있는 땅처럼 느껴졌다”며, “튼실한 씨앗 하나를 떨구면 우리에게 미래를 선물할 약속의 땅이 될 가능성을 가지고 있음을 느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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