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외교부 동포 전담기구화 반대, 할일 포기 의미”
상태바
“외교부 동포 전담기구화 반대, 할일 포기 의미”
  • 이석호 기자
  • 승인 2008.09.11 10:26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재외동포 권익 강화를 위한 방안 모색’주제로 국회 공청회

참석자들, 재외동포 전담기구 설립 필요성 공통적으로 주장

국회의원 조원진 의원실, 해외동포무역경제인포럼(OKTA), 아시마문화·경제포럼은 공동으로 지난 10일 국회 헌정기념관 1층 대강의실에서 ‘재외동포의 권익강화를 위한 방안 모색’이라는 주제로 공청회를 개최했다.

이번 공청회는 이형모 재외동포신문 회장, 윤조셉 국제통상전략연구원 원장, 노영돈 인천대학교 법제학장, 유경제 아시아문화·경제포럼 의원, 김영근 전 한인의장단회의 회장, 정병후 외교통상부 재외동포정책과장, 이경태 재외참정권연대 대외협력위원장 등 동포문제 관련 전문가들이 발제자 및 토론자로 참석, 현실화되고 있는 재외국민의 참정권 보장 문제를 비롯해 재외동포의 실질적인 권익향상을 위한 법적·제도적 장치가 마련될 수 있는 방안에 대해 함께 논의했다.

특히 참석자들은 흩어져 있는 재외동포 정부관련 기관들을 효율성 있게 통합·조정할 수 있도록 재외동포청(처), 총리실(대통령실) 산하 재외동포위원회 등 재외동포 전담기구 설립의 필요성을 공통적으로 주장했다.

발제자로 참석한 윤조셉 국제통상전략연구원 원장은 “재외동포DB 구축사업, 한국어 교육·교재개발 및 보급, 모국방문·초청사업, 차세대 지도자 워크숍 등 각 재외동포 관련 사업들이 정부 각 부처에 산재해 있다”는 국무총리실 평가(재외동포 네트워크) 결과를 참석자들에게 소개하면서 “재외동포청 및 재외동포위원회를 설립하여 재외동포 업무를 관할하고 실질적인 조정권을 부여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그는 이어 “현재 정부는 민족공동체 구축이라는 추상적 목표를 제시할 뿐이다”고 지적한 후, “구체적인 단계별, 연도별 교류협력 로드맵과 중간목표를 제시하는 종합적 전략을 마련해야 한다”고 지적하면서 재외동포위원회가 동포정책 방향을 결정하고, 재외동포청이 정책 및 사업을 총괄하며 재외동포재단 실무를 집행하는 통합 시스템을 설명했다.

윤 원장은 또한 “인도는 1999년부터 재외동포위원회 및 재외동포연구센터를 설립했고, 중국은 국무성산하 교무위원회를 설립 화교정책 실행을 담당토록하고 있으며, 대만은 대만화교교무위원회 산하에 세계화상 네트워크를 설립 기업인들의 교육을 담당하고 있는 등 동포들에 네트워크를 구축하고 있다”고 해외의 사례를 소개하기도 했다.

이에 앞서 이형모 재외동포신문 회장은 해외동포 600명을 대상으로 한 설문에서 “흩어져 있는 동포관련 기구에 대해 다수의 동포들은 ‘통합서비스를 하는 것이 좋다’(64.5%)고 답했다”며 재외동포 전문기구의 필요성을 통계적으로 설명했다.

이 회장은 이밖에 “재외동포재단의 체재 개혁방안에 대해서 재외동포청(30.8%), 대통령 또는 총리 산하 재외동포위원회(16.2%), 현행 재외동포재단의 실질적 위상강화(27.5%), 재외동포 담당 특임장관이 재단 이사장 겸직(9.3%) 순으로 나타났다”고 발표했다.

하지만 이러한 재외동포 전문기구의 필요성에 대해, 정병후 외교통상부 재외동포정책과장은 “재외동포 전담기구를 설립할 경우 다른 국가들과 외교적 마찰이 커질 수 있다”며 재외동포전담기구 설립에 조심스러운 외교부의 입장을 설명했다.

정 과장은 또한 “재외동포 전담기구가 설립되더라도, 전담기구가 재외공관을 비롯해 법무부, 병무청 등 정부 각 부처의 고유 업무를 일사불란하게 처리할 수 있다고 보장할 수 없다”면서 “올해 제한적 이중국적, 재외국민 투표권 등이 추진되고 있는 등 실질적인 재외동포에 대한 권익향상을 위해 많은 부분들이 개선되고 있는 상황에서, 현재로서 동포재단의 기능을 강화하는 것이 바람직 할 것으로 본다”고 말했다.

또한 정 과장은 “현 정부는 작은 정부를 지향하고 있어 부처나 위원회를 두기 보다는 동포재단의 예산과 인력을 확충해 기능을 확대하는 방향으로 입장을 정리했다”고 강조했다.

이와 함께 정 과장은 “재외동포정책위원회는 연 1회 정례화해 열고, 민간위원 수를 9명에서 25명으로 확대하며 실무위원회 위원장도 국무총리실 국무차장으로 변경하는 안을 마련해 실시할 것”이라고 밝혔다.

이에 노영돈 인천대학교 교수는 “외교부가 주변국 관계를 고려해 동포전담기구 설립에 어려움을 말하는 것은, 외교부가 해야 할일을 포기하겠다는 것과 마찬가지”라고 말했다.

그는 “그동안 줄기차게 동포사회에서 요구하고, 16대 국회부터 관련법을 상정했지만 번번이 무산된 것은 외교부의 끈질긴 로비 때문이었다”고 비판하기도 했다. 노 교수는 또한 “재외동포분야에 전문성이 없는 외교부가 재외동포 분야를 껴안으려는 생각을 버려야 한다”고 비판했다.

그는 또 “재외동포 전담기구 설립을 외치는 가장 큰 배경은 재외동포사회가 10년 이상 줄기차게 재외동포재단의 독립기구화를 주장하고 있음에도, 외교부가 동포재단에게 독립적 기능을 넘겨주지 않고 있기 때문이다”면서 “이제 동포사회는 외교부의 환골탈태를 더 기대하기에는 한계점에 이르렀다”고 비판했다.

노 교수는 이어 “지금 재외동포 문제에 대해 정부 부처간 협조가 너무 방만하고, 여러부처들이 밥그릇 싸움만 벌이고 있어 오히려 동포들보다 외국인들이 더욱 대접받는 사회가 되고 있다”면서 “이렇게 된 데는 외교부가 재외동포문제에 대한 전문적 지식이 부족, 부처 간의 조정기능을 할 수 없기 때문이다”고 동포전담기구의 설립 필요성을 거듭 강조했다.

류경재 아시아문화·경제포럼 소장는 “현재 해외동포들이 우리에게 어떠한 가치가 있느냐에 대한 연구가 부족하고, 정부·민간 학계에서 재외동포에 대한 기초통계 자료가 아주 부족하다”면서 “재외동포 전담기구가 설립될 경우, 이러한 기초연구를 수행할 수 있을 뿐만 아니라 정부 각 기관들에 각각의 수행목표를 설정하고 그 결과를 평가하는 역할을 할 수 있을 것이다”고 말했다.

이경태 재외참정권연대 대외협력위원장 역시 “재외동포의 권익을 강화하기 위해서 외교부가 재외동포 문제를 관장하는 것에서 빨리 벗어나야 하는 것에 공감한다”면서 “독립적으로 전 세계 한인네트워크를 만드는 제도적 틀이 마련돼야 한다”고 말했다.

이 위원장은 이어 “재외동포문제 뿐만 아니라 독도문제, 한일어업협정, 동북공정 등을 봤을 때 외교부가 지나치게 신중한 자세를 보이고 있다”며 “외교부가 외교적 문제가 있더라도 이제 국가적 협조를 통해 충분히 대응할 수 있을 것으로 본다”고 주장했다.

이 위원장은 또 “순수 재외동포 비율이 우리 국가가 세계에서 제일 높은 비율이다”며, “이제 10년이 된 재외동포재단 문제를 근원적으로 평가할 시점이며, 획기적으로 재단을 해부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그는 이어 재외동포재단이 전 세계 한인네트워크와 DB구축사업에 역점을 두고, 세계한상대회를 민간에 이양할 것을 주문했다.

김영근 전 한인의장단회의 회장은 “50만표로 대통령선거 결과가 뒤바뀌는 상황에서 재외동포에게 300만명이 투표권은 국내 정치에 엄청난 변화를 가져올 수 있다”면서 “재외동포들의 실질적 권익향상을 가져오기 위해서는 참정권이 반드시 실현돼야 한다”고 주장했다. 그는 이어 “재외동포재단 예산이 359억원에 불과하지만, 정부 산하 기관을 통틀어 1천억원이 넘는 재외동포 관련 예산이 숨어 있다”면서 이러한 예산을 통합·조정하는 기구의 중요성을 강조했다.

이밖에 이날 포럼에서 이형모 재외동포신문 회장은 “이제 한국은 인재를 확보하는 것이 가장 큰 국가경쟁력으로 생각해야 한다”면서 “동포를 바라보는 정책도 감성적인 차원을 넘어서 ‘우리에게 인재’라는 생각으로 접근해야 한다”고 말했다.

그는 “국내대학의 3% 졸업자만이 제대로 된 일자리를 구할 수 있는 현실에서, 청과, 그로서리 등 뉴욕 17개 직능단체협의회에 있는 일자리를 국내 젊은이들에게 제공해, 동포 비즈니스가 확대 재생산 될 수 있도록 동포정책이 마련돼야 한다”고 주장했다.

한편 이날 공청회는 이구홍 전 재외동포재단 이사장의 사회로 진행됐으며, 이윤성 국회 부의장, 안경률 한나라당 의원, 김영진 민주당 의원, 김성곤 한나라당 의원, 정진석 한나라당 의원, 유기준 한나라당 의원, 정하균 한나라당 의원, 김덕룡 대통령 국민통합특별보좌관, 권영근 재외동포재단 이사장, 조롱재 OKTA 상근 부회장 등 100여명의 동포사회 인사들이 참석했다.

이중 김덕룡 특보는 “참정권은 해외동포들에게 일체감을 느끼도록 도와줘, 해외동포 네트워크 구축에 큰 기능을 할 수 있다”면서 “국내의 경우 40%가 병역의무와 관계없이 투표권이 주어지고, 50%가 납세와 상관없이 투표권이 주어지는 상황에서 재외동포들에게 병역과 납세의 의무를 먼저 요구하는 것은 부당하다”고 말했다.


주요기사
이슈포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