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구화’가 사회에 가져오는 트라우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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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구화’가 사회에 가져오는 트라우마
  • 최선미 기자
  • 승인 2008.09.05 10:5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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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화여대 탈경계인문학단, 지난 4일부터 국제학술대회

지난 4일부터 2일간 이화여대 LG컨벤션홀에서는 국내외 학자 20여명이 모여 ‘지구화’가 우리 사회에 가져오는 트라우마에 대해 진단하고 논의했다.

이화여대 탈경계인문학단이 ‘지구화와 문화적 경계들-탈경계 문화변동 현상의 비판적 재검토’라는 주제로 개최한 이번 국제학술대회에는 자국이나 아시아에서 일어나고 있는 지구화 현상들에 대해 경험적 접근을 시도하는 연구자들이 선별ㆍ초청돼 이주와 젠더, 매체와 문화번역, 신자유주의와 글로벌 경제, 세계화와 민족주의 등 6개의 세션으로 강연을 진행했다.

학술대회 첫날 제1세션에서 기조강연을 맡은 미국 캘리포니아 대학의 인더팔 그레월 교수는 서구의 백인 중산층 중심의 페미니즘에 비판적인 입장을 견지하고 있는 여성학자로서, 이날 강연을 통해 “지구화의 상황 속에서 젠더의 문제가 이주나 민족, 문화 번역의 각기 다른 맥락 속에서 어떻게 복합적 방식으로 성적 불평등에 영향을 미치는지”를 고찰하며, “여성들이 단 하나의 상처를 입은 존재들이 아니라 그들이 처한 다양하고 구체적인 맥락에따라 다양한 종류와 다른 깊이의 고통과 상처를 가지고 있다”고 진단했다.

또한 그레월 교수는 “오늘날 최신식의 군사장비와 권력을 가진 국가가 다양한 ‘테러와의 전쟁’을 통해 반대자와 소수자에 대한 억압을 초국가적으로 확산하고 있다고 본다”면서 “문화가 계속 새로운 형태의 신자유주의적 통치를 위해 사용되고 있다는 점”에 주목했다.

이어서 그는 “국가정부 주도하의 문화통치 프로젝트가 ‘다원주의’의 기치를 내세운 채, 어떤 문화는 보존할 가치가 있고 어떤 문화는 그러할 가치가 없는가를 판정하는 과정에서 또 다른 불균형을 강화하고 있다”고 비판했다.

한편, 같은날 오후 ‘이주와 젠더’ 제2세션에서는 고려대 윤인진 교수가 ‘한국적 다문화주의의 전개와 특성’을 주제로 다문화주의 담론 및 정책의 전개 과정와 특성을 검토하고, 국가와 시민사회의 역할에 대해서 고찰했다.

윤 교수는 “이념형적으로 다문화주의를 ‘국가주도 다문화주의’와 ‘시민주도 다문화주의’로 구분하고, 각각의 주요 내용과 장점 및 문제점을 검토했다”면서 “그 결과 정부의 다문화 정책은 ‘다문화주의’정책이라기보다는 ‘다문화 지향’정책에 가깝고, 지극히 동화주의적 성격이 강하다”고 말했다.

그는 “정책적인 차원에서 국가주도와 시민주도의 다문화주의 담론의 이상과 현실을 실용적으로 결합하는 방안으로 ‘단계적 다문화주의’를 제안한다”고 밝혔다.

대회 둘째날인 5일 오전에는 ‘신자유주의와 글로벌 경제’ 제4세션에서 발표를 맡은 독일 브레멘대학의 명예교수 홀거 하이데(Holger Heide) 교수가 ‘노동의 지구화’라는 주제로 발표를 진행했다.

하이데 교수는 “포스트 포디즘적 노동환경이 노동시간의 관리를 목표의 관리로 바꿈으로써 일하는 사람들을 더욱 극심한 노동통제의 상황으로 몰아가며 병리화하는 경향이 있다”며 “한국의 중ㆍ장년층들에게 팽배한 일중독 현상이나 과로사는 지구화의 경쟁논리가 하나의 집단적 트라우마로서 개인들에 내장됨으로써 벌어지는 병리현상”이라고 주장했다.

그는 이어 “이 트라우마는 한 세대에 국한되는 것이 아니라 부모의 가치관과 교육을 통해 다음 세대로 전승되고 더욱 심화된다”면서 “한국 사회의 고질적 문제인 입시과열 및 지구화 열풍 이후 더욱 극심해진 조기유학, 사교육비 증대”를 그 사례로 들었다.

‘세계화와 민족주의’ 제5세션에서는 일본 히토츠바시대 사카모토 히로코 교수가 ‘복수 정체성의 새로운 네트워크 창출-지구화의 초기 역사에서 배운다’는 제목으로 발표를 진행하면서, “지구화는 민족적인 것과 글로벌한 것의 상보성으로 이해해야 한다”고 역설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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