버려진 중국동포… 1년 2개월만에 장례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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버려진 중국동포… 1년 2개월만에 장례식
  • 최선미 기자
  • 승인 2008.08.29 11: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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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7일 서울 가산동서 중국동포들 모여 진행

1년이 넘도록 시신이 냉동고에 방치됐던 중국동포 고 한재준(사망 당시 77세) 씨의 장례식이 지난 27일 가산동 서울장례식장에서 중국동포 100여명이 참석한 가운데 진행됐다.

한 씨는 지난 2002년 9월 아들 부부와 함께 한국 땅을 밟았으나 뇌졸증으로 쓰러지면서 지난 2006년 2월 ‘외국인노동자전용의원’에 버려졌다. 그리고 1년 4개월동안 병원 관계자 및 자원봉사자의 보살핌을 받으며 아들 부부를 기다리던 그는 지난해 7월 7일 사망했다.

외국인노동자의집 조호진 소장은 “한재준 씨가 사망한 후 장례식을 위해 아들 부부를 수소문했지만 연락이 닿지 않았다”며 “도움을 요청한 출입국사무소 측은 ‘개인정보를 알려줄 수 없다’는 입장이었고, 주한 중국대사관 측도 ‘유가족 없이는 장례를 치를 수 없다’는 입장만을 반복해 왔다”고 밝혔다.

오랜 안치로 시신이 부패하기 시작하자, 외국인노동자의집은 사태를 방관하던 중국대사관 측에 “한 씨의 시신이 든 관을 대사관에 전달하겠다”는 뜻을 밝혔고, 이에 지난 4일 중국대사관 측은 한 씨의 장례식을 허용했다.

결국 장례식은 “공민도 국민도 아닌 유민으로 떠돌다 숨진 조선족의 아픔을 토로한다”는 내용의 조시가 낭독되는 가운데 중국동포들이 상주를 대신해 치렀다.

한 씨의 장례식과 관련해, 지난 16년간 외국인노동자의 시신 1천600여구를 처리해온 외국인노동자의집 김해성 목사는 “코리안 드림을 위해 한국에 왔다가 뜻하지 않은 사고나 질병에 의해 숨진 외국인 노동자를 돕는 정책이 전무한 상태”라면서 “이들의 죽음을 거두어주는 인도적인 정책 마련이 시급하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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