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외동포 이질감 느끼게 하는 '거소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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재외동포 이질감 느끼게 하는 '거소증'
  • 이효정
  • 승인 2008.06.26 20:3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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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효정(본지 편집위원, 클럽코리아나 회장)
1952년 서울태생으로 1980년 독일인 남성과 결혼하여 해외에서 사신 분이 있다. 그녀는 최근에 남편이 한국으로 발령이 나서 독일인 여권을 가지고 한국에 들어오게 됐다. 나는 그녀가 독일을 떠나기 전 전화상으로‘거소증’에 관하여 설명하며, 몇 번이고 안심을 시켜주었다. "요즘 한국에는 '거소증'이 있어서 그것만 발급받으면 불편할 게 없을 거라고..."

하지만 그녀는 ‘외국 국적 동포 국내 거소 신고’ 대상임에도 ‘외국인등록증’을 소지하고 있다.

그 이유는‘거소증’은 신청이 까다롭고, ‘외국인등록증’과 혜택에 있어서도 차이가 없다고 했기 때문이다. 그 시절, 많은 해외 이주자들이 다 그렇게 하였듯이 그녀도 젊은 시절을 해외에서 보내며, 한국의 가족들을 부양해 왔다.

시집생활이 그렇듯이 타국에서 시작한 결혼생활과 이민자로서의 정착이 어찌 순탄하기만 하였겠는가? 반백 은발의 나이로 친정에 첫 나들이 오는 새댁처럼 부푼 가슴과 기대를 가지고 찾아온 친정이요, 내 조국인데 그녀는 친정에서 발급한 '외국인등록증'을 가지고 지금 서울 생활하고 있다.

주민등록증 번호로 집에서 전화 한 통화에 해결될 수 있는 일들도 '거소증' 번호로는 해결되지 않는 경우가 많다.

'외국인등록증'과 예전 그녀가 사용하였던 주민등록증과 차이는 무엇일까? '외국인등록증'으로 서울에 살면서 그녀는 또 한 번 좌절을 맛보아야 했다. 주민등록증 없이는 서울에서 '또 다른 이방인'으로 살아가야 했기 때문이다.

내가 아는 지인인 장승훈(61 미국 보스톤) 씨는 어느 자리에서 '거소증' 얘기를 하게 되자 역시 마찬가지로 분통을 터트렸다. 사업 관계로 한국에 들어와 있는 그는‘외국 국적 동포 국내 거소증’을 소지하고 있다

“아이고~ 말도 마세요, 속상하지요~. 생년월일 일곱 뒷자리 시작부터 거소증 소지자는 5로 시작됩니다. 매번 컴퓨터에 입력이 안 되고, 잘못된 번호라고 나오니 분통이 터집니다. 인터넷 사이트 가입 때도 일부는 허용이 되지만, 많은 사이트에서 제어를 받고 있습니다”

그에 따르면, 핸디폰 구매의 경우도 주민등록증 소지자는 한 통신사에서 3개까지 살 수 있으나 '거소증' 소지자는 한 통신사에서 하나 밖에는 신청할 수가 없다. 특히 텔레비젼에서 홍수처럼 쏟아지는“지금 바로 전화만 해 주세요”하는 묻지마 보험상품은 '그림의 떡'일 뿐이다. 그에 따르면, "거소증 소지자는 외국인도 아니고, 내국인도 아니다고 속상해하는 동포가 주변에 많이 있다"고 한다.

필자가 필리핀 마닐라공항에서 경험한 일이다. 이민국을 통과할 때, 맨 끝 외교관 창구에는 해외에서 귀국하는 필리핀 국민을 위한 창구가 따로 있는 것을 보고, 놀라움을 금할 수 없었다.

한국은 안에서 생활의 불편함을 느낄 일이 별로 없을 정도로 발전해 삶의 질이 크게 향상 되어가고 있다. 그러나 손에 가족들의 손을 잡고, 외국인 대열에서 출입국 심사를 받아야 하는 우리 동포들을 보면, 가슴이 아프다.

재외동포들이 버선발로 맞아 반기는 친정집은 정녕 만날 수 없는 것일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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