콘크리트에 갇힌 초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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콘크리트에 갇힌 초원
  • 최선미 기자
  • 승인 2008.06.25 18: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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재중동포 장률 감독, 영화 <중경> 7월 개봉 예정

▲ 사진제공=스폰지하우스

재중동포 장률(Zhang Lu) 감독의 2008년 작품 <중경>이 오는 7월 광화문 스폰지하우스에서 개봉할 예정이다.
 
영화 제목 <중경>은 인구 3천여만 명이 거주하는 세계 최대도시의 이름이자 중국 쓰촨성내 지명중 하나를 가르키며, 지난 5월 강진으로 파괴되기 전 도시의 모습을 담고 있어 화제를 모으고 있다.
 
자원은 풍부하지만 낙후된 도시였던 중경. 중국 정부의 서부 대개발 프로젝트의 거점도시로 지정돼 빠르게 발전하지만, 그곳에는 속도에서 ‘이탈’한 다양한 군상들이 살고 있으며 그 중 한명이 주인공 ‘쑤이’이다.

쑤이는 외국인을 대상으로 하는 북경어 강사. 그와 단둘이 살고 있던 아버지가 어느 날 매매춘 혐의로 구속되고 그 과정에서 경관 왕우와 만난다. 왕우와 관계를 이어가던 쑤이는 후에 그에게 애인이 자신만이 아님을 알고 분노하는 한편 점점 집착과 절망에 빠진다.
 
장률 감독은 <중경>에서도 중심부와 주변부의 경계를 인식하고 등장인물들 속에 그 독특한 시선을 내보인다. 천안문 사태로 연변대학교 중문학과 교수에서 물러나 소설가에서 감독으로 변화한 이력과 재중동포라는 정체성이 그의 감각을 이루는 배경에 있다.

<중경>에서는 경관 왕위에게 집착하며 스스로를 가두는 쑤이와 이리역 폭발사고(1977)로 가족을 잃은 한인 김광철의 모습을 담았다면, 2004년 <당시>를 통해서는 “병속에 갇힌 파리처럼 미래에서 단절된, 당시 중국 지식인들의 ‘리듬’을 모방”했고 2005년에는 <망종>을 통해 “중국의 한 도시에서 김치를 팔며 어린 아들 창호와 함께 사는 조선족 동포 여인 최순희의 삶”을 담았다. 그리고 2007년 <경계>에는 사막화 되는 초원에 매일 나무를 심는 몽골인과 다른 삶을 찾아 국경을 넘은 탈북 모자를 등장시켰다.

주목할 것은 장률 감독이 구축한 세계관이 작품들마다 접점을 가지고 표현된다는 점이다. <망종>의 조선족 모자 창호와 순희의 이름은 <경계>에 등장하는 탈북 모자와 같으며, <중경>에서 쑤이가 정신적으로 의지하던 한인 김광철은 몽골로 떠날 것임을 말한다.

<중경>의 한국 상영을 담당하고 있는 스폰지 영화사 김민정 팀장은 “이리역 폭파 사고와 관련된 김광철의 이야기가 향후 추가 제작 및 상영될 예정이다”고 전하기도 했다.

2005년 <망종>으로 칸 국제영화제 비평가주간 프랑스독립영화배급협회(ACID)상, 2006년 <경계>로 베를린 영화제 경쟁부문 초청 등 각종 해외 영화제에서 연이어 수상하며 영화인들의 주목을 받고 있는 장률 감독.

영화 평론가 정성일 씨의 평처럼, 디아스포라 장률 감독은 <중경>을 통해 "소설과 영화의 경계, 중국과 한국의 경계에서 열정적으로 작업하며 더욱 깊어진 시선과 영상 미학"을 선보이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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