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호주 코리아타운' 건설 물건너 갔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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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호주 코리아타운' 건설 물건너 갔나?
  • 코글로
  • 승인 2008.06.11 17: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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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인회-상우회간 갈등으로 추진위 업무 중단
호주 동포들이 많이 살고 있는 스트라스필드에 ‘코리안 가든’을 조성하자는 이른 바 ‘코리안 가든 조성사업’이 추진위 내부 갈등으로 마찰을 빚고 있다.

코리안 가든 조성 사업은 지난 해 7월 스트라스필드 한인사업인연합회(회장 권순재 변호사, 이하 상우회)가 스트라스필드 카운슬에 사업 계획을 구두 제시, 다음 달 8월에 만장일치로 타당성조사안이 의결됨으로써 재호 한인사회의 빅이슈로 등장했다.

중국의 경우 호주 각 대도시에 차이나 타운을 가지고 있는 것은 물론, 달링하버에 차이니즈 가든까지 조성했지만, 이민역사가 비교적 짧고 인구수도 작은 한인 사회는 이민 50년사를 논하는 지금까지 이렇다 할 기념물 하나 남기지 못했다. 이런 상황에서 코리안 가든 조성사업은 호주 사회 속 한인의 지위를 격상시키고 한국 고유의 문화와 풍물을 소개할 수 있는 좋은 기회로 범 교민적인 관심을 받았다.

스트라스필드라는 지역적 한계를 넘어 범 교민적인 중지를 모으기 위해 한인회 승원홍 한인회장이 코리안가든추진위원장직을 수락하고, 올 4월에는 기본적인 개념도 및 부지 관련 양해각서 초안까지 카운슬에 제출되는 등 순탄하게 추진되는 것으로 보였던 이 사업은 지난 16일 상우회가 긴급 임원회의에서“산하기관으로 설립한 추진위의 업무를 중단시키기로 했다”고 19일 발표하면서 갈등을 표면화했다.

연합회 권순재 회장은 “이번 사태는 승원홍 한인회장이 지난 4월 29일 카운슬에 제출한 개념도를 철회할 것을 요구해 오다가 지난 12일 독자적으로 카운슬에 공문을 보내 개념도 검토를 중단할 것을 요청하는 등 월권 행위를 하고 있다”며 업무 중단 결의의 이유를 설명했다.

이렇게 급격히 내부갈등이 표출된 것은 지난 16일, 스트라스필드 카운슬이 연합회에 한통의 공문을 보내오면서 파생된 것으로 보인다.‘연합회가 카운슬에 제출한 개념도 검토를 중단해 달라고 승 회장 측이 공문을 보내왔다. 연합회와 한인회 중 어느 쪽이 공식 창구인지, 두 개 단체의 역할이 어떤 것인지 알려달라’는 취지의 공문을 받은 권 연합회장은 즉각 긴급 임원회의를 소집, 업무 중단을 선언한 것이다.

사실상 추진위가 설립된 이상 창구는 일원화된 것이나 마찬가지이므로 이런 문제가 터져나온 것은 의외의 일이 아닐 수 없다. 승원홍 한인회장 측과 권순재 엽합회장 측간에 의사소통 문제가 있었으며, 또한 코리안 가든의 기본 개념을 둘러싸고 충돌이 있음을 엿볼 수 있는 대목이다.

한인회장과 상우회장간의 갈등은 여러가지 요인이 있겠지만, 크게 사업 추진 속도와 코리안 가든의 성격 문제로 알려졌다. 즉 사업추진 속도에 대해, 한인회장은 선거 후인 9월 이후 추진을 요구하고 있으나 상우회장은 선거 전인 9월 전에 부지를 확보하자고 주장한 것으로 알려졌다.

두 번째 갈등의 원인은 템플 스테이안을 개념도에 넣어서 제출하느냐, 마느냐의 문제로 알려졌다. 템플 스테이안은 코리안 가든 내 30% 정도 공간에 템플 스테이 시설을 짓고 스님이 상주하는 것을 조건으로 조계종단에서 코리안 가든 조성 기금의 70~80% 정도를 지원하는 안이다. 연합회는 일단 부지를 받고 기타 제안은 나중에 논의하자는 입장이고, 한인회는 이 안들을 비롯해 다양한 논의를 거쳐 개념도를 다시 만들어야 한다는 입장이다.

템플 스테이안이 논란을 빚자 시드니 정법사 법등 스님은 “나는 다만 조계종단의 후원이 가능하다는 입장을 밝혔을 뿐, 추진위원도 아니고 현 갈등 상황에 대해 입을 열 입장이 아니다”고 전제한 뒤, “우리가 처음부터 참여한 것이 아니라 한국적 정원에 대한 자문을 의뢰받으면서 관심을 가지게 됐다.

조계종단에 후원 여부를 문의한 결과 비영리적, 비정치적 목적이라면 후원할 수 있다는 입장이고, ‘템플 스테이’는 현재 대한민국 정부에서도 홍보하고 있는 우리나라 대표적 문화 상품이다. 한국적 정원과 불교는 불가분의 관계이고 한국의 전통 문화는 불교에 상당부분을 의지하고 있다. 불교시설이 들어서는 것이 코리안 가든의 가치를 더하면 더했지, 그 의미를 훼손한다고 보지 않는다”는 입장을 밝혔다.

마지막으로, 어느 쪽도 구체적인 이야기를 하지 않고 있지만, 현 추진위원회 해산 문제도 갈등의 씨앗이 된 것으로 보인다. 한인회 측은 지난 4월 말, 추진위를 한인회 차원으로 격상하기 위해 현 추진위원회를 해산하고, 한인회에서 코리안가든 설립추진특별위원회를 구성할 것을 제안한 것으로 알려졌는데, 이렇게 되면 이제까지 주도적 역할을 해왔던 연합회의 발언권이 축소될 가능성이 크다.

범 교민적 사업이라 하더라도 스트라스필드 카운슬을 상대로 이루어지는 일이므로 스트라스필드 한인들의 목소리를 담아줘야 한다는 것이 상우회의 기본 입장인 터라 한인회의 이런 제안은 또 다른 오해의 불씨를 만든 셈이다.<코글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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