원촨 대지진과 중국의 저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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원촨 대지진과 중국의 저력
  • 정길화
  • 승인 2008.05.15 18: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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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정길화(문화방송 PD, 본지 칼럼니스트 )
베이징 올림픽을 88일 앞둔 5월 12일 중국 쓰촨성 원촨 일대에서 리히터지진계 7.8의 강진이 일어났다.

원자탄 252개 규모라는 이 지진으로 14일 현재 사망자 만 3천 명을 넘었고 실종자가 수만 명을 헤아린다는 안타까운 소식이다. 엄청난 규모의 강진은 수많은 여진으로 이어지고 있다.

피해범위는 쓰촨성은 물론 간수성, 산시성, 윈난성 등에도 번지고 있다. 탕산 대지진 이후 32년 만에 엄습한 대규모 강진에 심심한 위로를 표명하며 피해복구와 수습이 잘 이루어지기를 진심으로 희망한다.

올림픽이 열리는 올해 들어 중국에서 연이어 일어나는 악재가 심상치 않다. 연초 폭설에 이어 산둥성 열차 사고, 티베트 사태, 장 바이러스와 같은 전염병 확산 등이 끊이지 않고 발생했다.

티베트 사태는 국제적인 문제로 불거졌고 우리에게는 얼마 전 올림픽 성화 봉송 당시 서울 한복판에서 벌어진 중국 유학생들의 폭력 시위로 인한 언짢은 기억이 선연하다. 그렇지만 상상을 초월하는 엄청난 자연재해에 대해서는 위로와 애도가 인류로서 먼저 해야 할 도리다.

원촨 대지진 특별재난방송에 돌입한 중국 CCTV 화면을 보면 오른쪽 아랫부분에 ‘항진구제(抗震救災) 중지성성(衆志成城)’이라는 사자성어가 보인다.

앞의 것은 ‘지진에 대항하고 재난을 구호하자’는 뜻이고, 뒤의 것은 ‘많은 사람의 뜻이 모이면 성을 쌓는다’의 뜻이다. 성이라면 아마 장성을 말하는 것으로 보인다. 즉 ‘합심하면 큰일을 해낼 수 있다’는 말이다. 요컨대 우리가 익히 아는 표현으로 하면 ‘국민총화로 지진피해를 극복하자’는 구호가 될 것이다.

그런데 ‘중지성성’이라는 말은 낯설지 않다. 5년 전 필자가 중국에 있을 때 유감스럽게도 사스(비전형성 폐렴)가 대대적으로 발생했다. 야생동물에서 발원했다는 전염병 사스로 말미임아 2003년 내내 중국 사회가 큰 어려움을 겪었다.

이 때도 CCTV는 대대적인 사스 극복 프로그램을 방송하면서 ‘항격비전 중지성성(抗擊非典 衆志成城)’을 내세웠다. 비전(非典)은 사스의 중국명칭으로 비전형성폐렴을 줄인 말이다. 그 후 5년 만에 등장한 ‘중지성성’은 그만큼 지금 중국이 심각한 고난에 처해 있음을 보여 준다. 인명과 재산 피해가 예사롭지 않다. 올림픽을 제대로 치를 것인지 걱정하는 소리도 있다.

쓰촨성에는 이번 지진의 진앙지 원촨에서 가까운 청두(成都)를 비롯, 한국 사람들이 좋아하는 관광지가 많다. 삼국지에서 촉한의 땅으로 유비, 관우, 장비가 종횡무진하던 곳이다. 청두에는 제갈공비의 사당 무후사가 있다.

시성 두보가 머무르며 작품을 남겼던 초당이 근동에 있으며 정교한 수리시설로 유명한 이빙의 도강언(都江堰)도 지척에 있다. 2250년 전 시설물로 치수를 하던 이 제방은 지금도 능히 제 역할을 하고 있는데 이런 유적들이 이번 강진에 무사한지도 걱정된다. 쓰촨성 일대에서 서식하는 야생 판다의 안전을 염려하는 보도도 있다.

32년 전 탕산 대지진 때 그 엄청난 참화 속에서 중국인들은 “난동을 부리거나 남을 해치는 일 없이 진동과 파괴와 화재가 계속되는 속에서 불행한 이웃을 위해 달려 나가고, 자신의 위험을 무릅쓰는 행동을 보였다”고 한다(당시 주중 일본 대사의 말). 부디 중국이 전통과 저력을 발휘해 이 미증유의 고초를 성숙히 극복해 나가기를 기원한다.

한편 이번 지진을 계기로 아무리 문명이 발달해도 자연재해는 예측도 통제도 안 된다는 것을 다시금 인식해 모름지기 자연 앞에 겸손해야 한다는 것도 더불어 인식할 일이다. 섭리에는 예외가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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