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널리, 많이 보급하는게 한글 세계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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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널리, 많이 보급하는게 한글 세계화"
  • dongpo
  • 승인 2003.10.08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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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국정브리핑) 최강기자= 현지인도 한국어 구사 지랑으로 여겨
고운 말 바른 글 가꾸기-⑦
  
“2세들조차도 약소 민족언어로 기피시되던 한글이 대한민국의 위상강화와 함께 이제는 현지 외국인들도 한국어를 할 수 있다는 것을 자랑스럽게 생각하고 있다”
영어권 한국어학계의 대표적인 학자로 활약하고 있는 손호민 박사(하와이대학)는 ‘국정브리핑’과의 이메일 인터뷰를 통해 한글의 세계화란 “세계인에게 가능한 널리, 많이, 높은 수준까지 한국어를 보급시키자는 뜻으로 해석해야 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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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음은 손박사와의 이메일 인터뷰 요지.

▲하와이대학의 한국어 강좌는 언제부터 시작됐나.
- 1946년 부터 건축가 박관두 씨가 초급 한국어를 가르치면서 시작됐다. 그후 62년에 한국문학과에 한국어 전임교수가 채용됐고 71년 내가 한국어학 교수부임하게 되어 문학 1명, 어학 2명이 한국어 강좌를 이끌어 가고 있다.

지금은 조교 7명, 시간 강사 2명이 있으며 학기당 한국어과목 총 수강 학생 수는 1970년대에는 20명 정도였는데 지금은 200여명이 배우고 있다.


▲외국인들의 한국어에 대한 평가는.
-과거 20여 년 동안에 계속 변해왔다.
70년대만 해도 한국학을 전공하는 학생들이나 외교관, 선교사, 평화 봉사단 외에는 대체로 한국어는 배워도 소용없는 언어로 여겨졌고 심지어  한국인 2세들 조차 약소  민족의 언어로 기피하는 경향이 강했다.


                          올림픽·월드컵 이후 한국어 호감 커져


그러나 70년대 말부터 많은 대량 이민과 한국 경제가 급부상하면서 한국어에 대한 인식이 서서히 변화하기 시작했다.
특히 올림픽과 월드컵이 한국에서 치러지고 우수한 이민2세들이 미 전역에 걸친 두드러진 활약은 한국, 한국어에 대한 호감으로 변화했다.

또 한국의 예술, TV 드라마가 아시아에서 뿐 아니라 미국에서도 인기를 끌고 우수한 전자제품과 자동차가 미국시장에 몰려들면서 이젠 한국어를 할 수 있는 것을 자랑스럽게 생각하고 있다.

▲오랫동안 현장에서 한국어를 가르치셨는데, 한국어의 세계화 전략에 대한 견해는.

- 한국어의 세계화 문제는  한국 정부, 학계,  한국어 세계화 재단 등 많은 기관에서 고심하고 노력하고 있는 줄 알고 있다.

요즘은 영어의 위력에 밀려 많은 언어들이 사라지고 있으며 심지어 과거에 유력했던 불어, 독일어, 노어조차도 세계언어의 자리를 물려주고 있는 형편이다.
따라서 한국어의 세계화란 ‘정도의 문제’인 것 같다. 우리가 노력을 아무리 한다고 해도 한국어를 영어와 같이 명실상부한 세계 언어로는 도저히 만들 수 없다.

그렇다면 한국어를 세계화한다는 말은 결국 세계인에게 가능한 한 널리, 많이, 높은 수준까지 한국어를 보급시키자는 뜻으로 해석해야 한다.


                             제2 외국어는 실용성 있어야 배워


다만 여기서 강조하고 싶은 것은 제2 언어를 배우는 동기는  실용성과 관련성이 매우 크게 작용한다는 것이다.
한국어를 배우면 당장 부모와의 자연스러운 의사소통이 가능해지고  재미있는 한국 드라마ㆍ 신문ㆍ방송ㆍ인터넷을 이해할 수 있으며,  장차 직업상 한국인들과 한국어로 교제할 수 있다는 실용성과 한국어를 배우면 한국의 문화를 이해하는 데 도움이 된다거나  민족적 정체성과 자존심을 지킬 수 있다는 점이 부각되야 한다.

특히 재외 동포와 그들의 자녀들에게 한국어 학습의 동기를 부여해 어릴 때부터 각급 한국어 교실로 이끌어 내야 한다.
한편 교육과정, 교과서와 보조교재의 개발, 교사훈련, 능력평가 등 교육의 질을 체계적으로 높이는데 전념해야 하며  정부 등 관련단체의 전폭적인 지원이 필요하다.

▲외국에서 한국어를 가르치는데 있어 가장 어려운 점은.

-교재 부족,  교사 자질 미달,  학습의욕 부진 등의 어려움은 많이 개선되고 있다.  그러나 영어권 화자가 한국어가 세계에서 가장 어려운 언어로 알려져 있다는 점, 실제로 미국인이 서바나 언어나 불어를 배우는 것보다 한국어를 배우는 것은 세 배의 시간과 노력이 필요하다는 것이 증명됐습니다.
한국어는 굴절어로서 구조상 특히 어렵고 영어와는 판이한 어휘의미, 형태, 문법구조를 가지고 있으며 존대법 등 복잡한 사회문화적 구조를 지니고 있기 때문에 가르치는 사람도 배우는 사람도 어렵다.


▲미국정부가 외국어 교육 장려를 위해 지원하는 Flagship프로그램 수혜를 받고 있다고 하는데.
- Flagship프로그램은 미국 정부가 비교적 배우기 어렵고 전략적으로 극히 중요한 외국어를 선정해 많은 대학생들의 언어수준을 최상급으로 끌어올리기 위해 전문교수가 잘 구비되고 언어교육프로그램이 우수한 대학에 대해 지원하는 제도이다.  교육을 받은 학생은 해당 언어국에 보내 일정기간 전공교육 또는 실무에 종사토록한 후 미국의 지정기관에 채용해 활용한다.


                             미국 정부, 장려 외국어로 뽑아 교육 지원


2002년부터 2005년까지 3년간의 시범 사업으로 한국어, 중국어, 아랍어를 선정했으며 학교로는 한국어는 하와이 대학과 UCLA를 , 중국어는 Brigham Young 대학을, 아랍어는 University of Washington을 지정해 진행 중에 있다.

▲한국어교육을 하면서 경험했던 에피소드가 있다면.

- 70년대에 가장 힘들었던 것은  학생들 유치방법이었다.
백방으로 유치 노력을 했지만 어떤 경우에는 학생 한, 두 명으로 중급 내지 상급반을 유지해야 했다.
학생 없는 선생의 입장을 생각해 봐라. 학교 당국에도 무척 미안했고 한참 번창 일로를 걷고 있는 일본어나 중국어 프로그램 교수들에게도 항상 풀이 죽어 지내던 일은 뼈저린 기억이다.

80년대에는 학생수의 폭증으로 교육의 질 문제가 대두됐다.  종전의 교재는 너무 취약했고 학기마다 임시변통으로 교재를 만들어 쓰니 교육의 효율성이 떨어졌다.
하지만 94년을 기해 한국 국제교류 재단의 적극적인 지원으로 영어권 대학 한국어 교과서 개발이 이뤄져 교육의 질을 높일 수 있었다. 이미 출판된 13권의 교재는 미국, 호주, 뉴질랜드의 수많은  대학에서 사용 중이며 나머지는 현재 출판 과정에 있다.  개인적으로는 이 교과서 사업이 미국에서의30여년간의 한국어 교육 생활에서 가장 큰 공헌이며 보람있는 일이었다.

취재 : 최강(ckang@news.go.kr)

※ 현재 하와이 대학 학부 한국어 강좌는 초급1, 초급2, 중급 1, 중금2, 중상급1, 중상급2, 상급1, 상급2, 최상급1, 최상급2, 작문, 한자, 고급 읽기, 문법1, 문법2 등이 있으며 각 강의실의 평균 인원은 10~15명이다.
강의 방법은 학생 위주 교육방법, 학생간의 상호작용 강조,  과제 중심 교육, 기능 통합(밀하기, 듣기, 읽기, 쓰기, 문화) 방법 등 최근의 의사소통 중심의 외국어 교수법에 따르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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