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선족의 직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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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선족의 직종
  • 한상대
  • 승인 2008.04.24 15: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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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한상대(본지 편집위원, 명지대 교수)
브라질의 동포들은 1960년대 초에 농업이민으로 간 사람들이다. 농민출신이 아닌 이들은 농업대신 70년대 한국의 섬유제품 붐을 따라 쌍 파울로를 중심으로 봉제업으로 성공했다.

한 때는 브라질 섬유계의 70%를 차지 할 정도였다. 70년대에 이민 간 뉴욕의 한인들은 청과업을 중심으로 뿌리를 내렸다. 뉴욕의 과일가게를 가면 대부분이 우리 동포가 주인이다. 호주 시드니에 역시 70 년대에 건너 간 우리 동포는 한 때는 약 80%가 청소업에 종사했다. 청소재벌도 여러 명 나왔다.

캐나다에는 우리나라의 수퍼와 같은 성격의 코너 숍(Corner shop)을 한인들이 장악했다. 이렇듯 이민 간 동포들은 지역에 따라 자기네 특유의 전문직종을 개발하여 ‘트레이드 마크’로 만들었다. 현지의 주민도 한국인이라면 그 직종과 관련해서 알고 있고, 그 전문성에 대해서 신뢰를 한다.

이에 비해 한국에 들어와있는 조선족은 어떤가? 그들만의 전문직종이 있고 그 직종에 대해서만은 신뢰를 얻고 있는가? 많은 조선족 여인들이 요식업소에서 일 하지만 그 건 전문 직종이라고 보기 힘들다. 아무나 할 수 있는 일이다.

그들만의 특유의 전문성을 갖고 “이 분야는 조선 족” 하는 신뢰를 구축한 직종이 없다. 그 이유 중 하나는 많은 조선족이 한국에 뿌리를 내리러 온 것이 아니고, 돈만 번 후에 중국으로 돌아간다는 생각 때문일 것이다. 조사한 바에 의하면, 한국국적 취득도 이 곳에서 살려는 생각보다 자유왕래를 목적으로 하는 사람이 많다고 한다.

조선족은 그들의 적성에 맞고 한국도 필요로 하는 직종을 개발하여 자기네 만의‘상표’를 만들어야 한다. 그 직종이 한국경제나 사회에 도움을 주는 일이라면 그게 상생의 길이다. 그러면 국민들도 조선족동포를 바라보는 시각이 달라질 것이다.

최근 뉴욕의 조선족이 경영하는 식당이 잘 된다고 한다. 그들이 식당에서 일했던 경험과 연변음식의 독특한 맛 때문이라고 한다. 처음엔 손님이 없었으나 입 소문으로 지금은 앉을 자리가 없을 정도라고 한다. 바로 그거다. 그들만이 가진 고유성으로 승부를 하면 안 될 일이 없다. 세계화 시대는 특화 시대이기도 한다. 자기네 만의 고유한 것이 최고의 상품이 되는 시대다.

조선족이 같은 혈통을 내세우면서 무조건 동등한 권리만 요구한다는 인상에서 벗어나야 한다. 먼저 한국에 대한 의무부터 이행하는 자세확립이 필요하다. 만약 한국에 대한 애국심 보다는 중국에 대한 애국심이 앞서는 사람들이고, 한국에서는 돈만 벌려고 하는 생각뿐이라면 처음부터 다른 혜택을 누릴 엄두를 내질 말아야 한다.

법무부에 따르면 방문취업(H2)자격으로 한국에 체류하는 중국조선족 수는 2008년 1월말까지 26만 명에 육박하고 있다고 한다. 또 불법체류자가 22만 명 이상이라고 한다. 방문취업제로 한국에 온 중국조선족동포들이 한국에서 종사할 수 있는 직종이 34개로 정해져 있다. 원래 원활하지 않던 구직상황이 더 어려워 졌다.

이런 어려움을 헤쳐 나아가는 방법으로도 그들의 신뢰구축을 할 수 있는 “트레이드 마크”를 개발하는 일을 더욱 열심히 노력해야 하지 않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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