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9년 자본시장통합법 시행을 앞두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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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9년 자본시장통합법 시행을 앞두고
  • 이종태
  • 승인 2008.04.16 22:3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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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종태(금융경제연구소 연구원)
이명박 정부가 ‘국민소득 4만 달러 시대’의 핵심적 성장 동력으로 내걸고 있는 슬로건이 바로 ‘금융중심지 구축’이다. 이는 이명박 정부가 좌파라고 부르는 노무현 정부의 ‘동북아 금융허브론’에서 ‘허브(Hub)’만 ‘중심지’로 번역한 것이다. 내용도 거의 똑같다.

그러나 이명박 정부라고 해서 그대로 베끼기만 하겠는가. 하나 크게 바꾼 것이 있다. 이 같은 금융화 정책의 주인공으로 재벌을 등장시킨 것이다. 요즘 떠들썩하게 예고되고 있는, 각종 ‘금산분리 완화’ 조치들이 그것이다. 재벌의 입장에서는 상전벽해(桑田碧海) 같은 사건이다. 김대중-노무현 정부시절까지만 해도 재벌은 금융개혁의 대상이었기 때문이다.

이처럼 재벌들은 이명박 시대를 맞아 금융개혁의 주체로 돌변할 전망이다. 재벌(산업자본)을 금융빅뱅의 주체로 세우면서 그들의 자금을 이 부문으로 끌어들이자는 것이다. 2009년 실시될 자본시장통합법의 영향으로 재벌들은 이미 대대적인 증권사 인수에 나서 금융 부문에 자금을 쏟아 붓고 있다. 더욱이 재벌의 증권사들은 조만간 사실상의 은행업 기능을 가진 투자사로 변신하게 된다.

이를 위해 이명박 정부는 금산분리법, 공정거래법, 금융지주회사법, 은행법, 증권법 등에 대한 제개정을 올해 안에 끝내 재벌의 금융산업 지배에 대한 법적 준비를 완료하려할 것이다. 그러나 ‘재벌의 참여’는 금융빅뱅을 가속화할 것이지만, 그 내적 모순도 만만치 않을 것이다.

재벌들이 금융중심지 정책과 상충 관계인 경영권 보호까지 요구하고 있기 때문이다. 법무부도 포이즌 필, 차등 의결권제 등 국내 기업의 경영권 안정을 위한 적대적 M&A 방어책을 법률적으로 수립하겠다고 공언한 바 있다.

그러나 금융중심지(허브) 정책과 경영권보호 수단 도입은 매우 상충되는 제도이다. 금융중심지의 핵심은 해외 자본이 국내에 들어와 ‘마음 놓고 돈놀이’할 수 있게 하는 환경을 조성하는 것이다. 그런데 대기업 경영권을 보호한다는 것은 이 같은 ‘돈놀이의 공간’을 광범위하게 좁힌다는 것을 의미한다.

더욱이 재벌의 금융기업 소유는 자금시장의 두 주체인 금융자본과 산업자본간에, ‘일정한 거리(arm's length)’를 제거하는 대단히 반시장적인 조치이다. 더욱이 재벌가문의 지배력 확장에 예금(투자)자의 자금을 유용하는 사태가 발생할 가능성이 높다. 이는 한국처럼 특별한 준법감시 체계가 없는 상황에서, 금융시스템을 치명적으로 파괴하는 원인이 될 수도 있다.

결국 이명박 정부의 경제정책 기조는 재벌에게 금융 부문을 비롯한 모든 산업(시장)을 개방하고, 인센티브(감세, 규제완화 등)를 제공함으로써 투자 및 고용을 확대하겠다는 것이다. 그러나 이런 의도가 이뤄질지는 미지수다.

우선, 금융산업을 지배하게 된 재벌의 관심은 “어떤 상품을 생산해서 어떻게 더 판매할 것인가”가 아니라 사업을 더욱 다각화하고 계열 기업들의 ‘기업가치 올리기’에 골몰하는, ‘금융-산업 복합체’가 될 가능성이 크다. 미국의 GE(제너럴 일렉트릭)가 좋은 사례이다.

한때 싱상품과 연구개발의 세계적 허브였던 GE가 ‘금융-산업 복합체’의 위용을 가지게 된 지난 20년 동안 주력한 일은 ‘기업가치 올리기’였다. 그런데 이 기간 동안 고용능력과 연구개발 역량 등은 오히려 크게 줄어들었다. 미국 국민경제와 노동자들에겐 불이익을, 극소수 투자자들에겐 금융수익을 안기는 변신이었던 셈이다.

한국에서도 지난 2월 현대차그룹이 신흥증권을 인수하는 등 산업자본이 금융산업에 투자하는 움직임이 봇물처럼 터져 나오고 있다. 이는 내년 2월 자본시장통합법이 발효되면 더욱 가속화될 경향이다. 재벌에 대한 이명박 정부의 ‘묻지마 규제완화’는 △투자확대 → △7% 성장을 목표로 하고 있을 것이다.

그러나 이는 오히려 △실물경제 부문에서 금융부문으로 자본(투자)의 쏠림 현상 → 금융산업에 대한 과잉투자와 실물경제의 위축(산업공동화) → △예산적자 및 무역 적자, 금융시스템 리스크 폭증 → △경제 재앙으로 이어질 수 있다는 것이 우려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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