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인은 악의 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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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인은 악의 축이다?'
  • 하니리포터
  • 승인 2002.12.21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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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계적으로도 불법과 부패, 그리고 납치,범죄가 판치는 멕시코. 이러한 위험 때문에 올해만 5천여 개의 외국 기업이 이미 멕시코에서 철수했으며, 이같은 기업철수는 앞으로도 계속 늘어날 전망이다. 외국인 투자자들은 '멕시코의 범죄문제가 해결되지 않는다면 더 이상의 투자를 할 수 없다'고 엄포를 놓고 있는 상황이다.

이 외국 기업 속에는 한국 기업도 당연히 포함되어 있을 것이다.
그러나 멕시코 정부가 바라보는 한국 기업의 일부는 '마피아 집단'이다. LG 전자, 삼성전자, SK 등의 대기업은 물론 제외되지만 Tepito 시장을 근거지로 소규모 무역을 하거나 현지에서 제품을 생산하는 대부분의 의류 봉제 업체는 이 마피아로 분류된다.

예전에도 산발적인 한국 상점에 대한 수사는 진행되었다.지난 5월에는 의류업을 하는 원 아무개씨가 검찰의 수사를 받고 상품은 물론 공장의 기계들까지 압수되었다. 이후 그의 상품에 대해 아무런 하자가 없음이 밝혀졌지만 8개월이 지난 지금까지 압수된 상품이나 기계를 찾을 길은 요원하다. 영장 없이 압수한 물건이기에 멕시코 관료들이 이미 누군가에게 팔았을 것이라는 게 일반적인 추측이다.

한인들이 주로 사업을 하는 Tepito 지역은 멕시코 시티에서도 대표적인 우범지역으로 멕시코 관할 정부는 이곳에서는 '영장 없이 수사를 진행할 수 있는 특별지역'으로 관리하고 있다.

때문에 이곳에서 한국인은 멕시코 관료의 비위를 맞추며 시도 때도 없이 뇌물을 요구하는 그들에게 '상납'을 해야만 하는 것이 현실이었다. 아무런 죄가 없고 상품에 하자가 없더라도 영장 없이 '선 압수'된 상품을 되찾기란 거의 불가능하기 때문이다.

문구 사업을 하는 신 아무개씨는 "서류 상으로 1,000개를 수입했는데 1,001개가 들어오면 전체가 밀수품으로 묶여버린다"는 설명이다.

멕시코 정부가 철저한 행정을 펼쳐서가 아니다. 단 1개의 오차로 인해 멕시코 관료들은 한 건에 수 백 만원, 수 천 만원의 개인 소득(?)을 올릴 수 있기 때문이다.한국인은 좋든 싫든 멕시코 관료의 비위를 맞춰야하는 것이 현실이고 이를 이용한 멕시코 관리는 수시로 한국인 상점을 들러 '세금'을 걷어갔다. 심지어는 한국인을 상대로 세무서 관리를 사칭하는 사기범까지 등장했을 정도다.

과거 멕시코는 정식 통관으로 수입을 하는 것보다는 밀수를 통해서 수입을 하는 것이 훨씬 빠른 길이었을 만큼 멕시코 세관은 부패의 온상지였다. 원단을 수입하는 유대인들의 경우 여러 명이 조합을 만들어 정기적으로 멕시코 세관원에게 뇌물을 줬을 정도다.

Fox정부가 들어선 후 대대적인 인사교체로 일부 부패관리들이 교체되기는 했으나 아직 그 뿌리까지 뽑히지는 않을 것으로 보인다.

이러한 멕시코에서 한국인이 기업을 하기란 상상 이상의 어려움이 따른다. 더욱이 멕시코 방송의 계속되는 한국인에 대한 왜곡보도는 멕시코 검찰을 부추기는 결과를 낳았고 한인들의 입지는 더욱더 축소되어갔다.

멕시코 방송이나 검찰에서 보는 한국인은 '총기와 마약을 거래하고 있으며, 밀수와 상표를 도용하고 있으며 자신들의 경제권을 지키기 위해 범죄조직을 만들어 활동하는 멕시코 경제의 악의 축'이다. 번화가에 개가 보이지 않는다면 그것은 '한국인이 모두 잡아먹었기 때문'이며 심지어는 고양이들이 사라지는 것도 한국인의 책임이다.

멕시코에서 인종차별에 버금갈 만큼 이렇게 부당한 대우를 당하는 외국인은 없다. 이번 수사도 한국인만을 그 대상으로 하고 있는 점은 이를 보다 확연히 드러냈다.멕시코 정부는 '한국인들은 투자 없이 온갖 불법으로 멕시코 경제를 잠식하고 있다'고 주장한다. 그러나 한국 기업의 멕시코 진출로 인한 고용창출로 인해 멕시코가 누리는 경제적 효과는 실로 엄청난 것이어서 모든 한국 기업이 멕시코에서 철수한다면 멕시코는 당장에 심각한 실업문제를 걱정해야 할 정도다.

그러나 멕시코 정부의 한국인에 대한 '숙청'은 당분간 계속될 것으로 보이며 멕시코 검찰의 수사로 인해 모든 사업 기반을 잃어버린 한인들은 물론 일부 기업은 멕시코에서의 사업을 정리할 것으로 보여 한인사회 또한 거대한 지각변동이 예상된다.

멕시코= 하니리포터 한동엽/boracap@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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