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포시단] 고향의 어느 아침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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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포시단] 고향의 어느 아침은
  • 한길수/ 재미시인, 미주한국문인협회 이사
  • 승인 2008.03.20 11:3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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송아지 값 떨어졌다고
한 밤 내내 소처럼 울던 아버지
지난 봄 솔잎 털던 앞산자락에
머리 긁적이며 일어난 아침햇살
입벌린 북어 두들겨 냄비에 넣고
검불로 지피던 가슴속 절망으로
눈가를 씻어내던 어머니 앞치마
아궁이연기가 맵다고 돌아앉는다
쌈지에 묵은 호두 주물럭거리던
문간방에 사는 노망난 여든 할머니
깊은 한숨소리는 엊저녁으로 남고
종산(宗山)만 물끄러미 바라볼 때
부뚜막 된장국 속절없이 끓는다
자전거와 시름하던 큰아들 경수
김치에 멸치볶음 한 종지 담고
헤진 가방에 숨은 따스한 도시락
밤 골지나 시오리 길 학교에 간다
돌담에 줄선 감나무 하늘을 가리고
가을바람 타고 노랗게 여물어 갈 때
부엌살림 채우려 장날만 기다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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