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론] '재외동포법' 형평성 고려해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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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론] '재외동포법' 형평성 고려해야
  • 중앙일보
  • 승인 2003.10.02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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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속보, 사설/칼럼] 2003년 10월 01일 (수) 21:12

[중앙일보 황윤성 법무부 국제법무과장] 현행 재외동포법은 1999년 12월 제정된 것으로 대한민국 국적을 보유하였다가 외국 국적을 취득한 '외국 국적 동포'에 대하여 '재외 동포(F-4)'라는 별도의 체류 자격을 신설, 출입국 및 체류상의 편의를 제공하는 한편 단순 노무에 취업할 수 없도록 규정하고 있다.

그러나 헌법재판소는 2001년 11월 이 법이 정부 수립 시점이라는 불합리한 기준으로 외국 국적 동포에서 정부 수립 전 이주 동포를 제외하였다는 이유로 헌법불합치 결정을 했다. 이에 따라 법무부는 지난 9월 23일 개정안을 입법예고했다.

개정안은 시행령 제3조의 정부 수립 시점에 따른 외국 국적 동포 간 차별 규정을 삭제해 정부 수립 전 이주 동포를 외국 국적 동포에 포함함으로써 헌법불합치 상태를 해소했다. 또 F-4 체류 자격의 수혜 범위를 직계 비속 2대로 한정함과 동시에 불법 체류 방지를 위해 법무부 장관이 고시하는 불법 체류 다발 국가의 경우 단순 노무 등 불법 체류 목적이 아님을 소명하는 자료를 추가 제출토록 규정했다.

이와 관련, 조선족복지선교센터 등 일부 단체가 제기하고 있는 몇가지 문제점에 대한 법무부의 입장은 다음과 같다.

첫째, 이들 단체는 법 제2조의 '대한민국 국적을 보유하였던 자'에는 정부 수립 전 이주동포가 포함되지 않으므로 법을 개정해야 한다고 주장하고 있다. 그러나 대법원은 96년 11월 "조선인을 아버지 또는 어머니로 하여 출생한 자는 국적에 관한 임시조례(48년 5월)에 의해 조선 국적을 취득했다가 제헌헌법의 공포와 동시에 대한민국 국적을 취득했다"고 판시했다. 다시 말해 정부 수립 당시 국내외에 있던 모든 조선인은 일단 대한민국 국적을 취득한 것으로 간주한 것이고, 학계도 같은 의견이다. 법무부도 중국동포가 '대한민국의 국적을 보유하였던 자'에 해당한다는 전제 아래 '중국동포 국적 업무처리 지침'에서 '한반도 및 그 부속 도서에서 출생하여 중국으로 이주한 자'는 귀화 허가 대상자가 아닌 국적 회복허가 대상자로 명시하고 있다.

둘째, 시행령만 개정하는 것은 헌법재판소의 결정을 무시한 것이라고 비판하고 있다. 법무부가 시행령만을 개정하려는 것은 법 제2조에는 정부 수립 전 이주 동포가 이미 포함돼 있어 차별적 내용이 없고 정부 수립 시점에 따른 차별적 요소가 규정된 곳이 바로 시행령이기 때문이다. 헌법재판소도 "법에서는 '중립적'인 과거 국적주의를 표방하고 시행령으로 정부 수립 전 이주 동포들을 제외한 것으로 볼 수밖에 없다"고 판시함으로써 법에는 위헌적 요소가 없음을 지적했다.

셋째, F-4 체류 자격의 수혜 범위를 직계 비속 2대로 한정하는 것은 잘못이라고 지적하고 있다. F-4 체류 자격에는 2년 체류 기간이 무한 갱신될 수 있는 파격적 특혜가 주어지는 점을 감안하면 국민으로서 아무런 의무를 부담하지 않는 외국 국적 동포와 내국인과의 형평성, 국제결혼의 증가 추세 등에 비추어 합리적 제한은 필요하다.

넷째, 일부 국가의 동포에게 신청시 소명 자료를 제출하도록 한 것은 추가 제한이라고 주장하고 있다. F-4 체류 자격으로 단순 노무에 종사할 수 없다는 제한은 종전의 규정이나 이번에 새로 소명 자료 제출을 요구한 것은 적용 대상의 확대로 발생할 수 있는 불법 체류자 양산과 노동시장 교란 등 여러 문제점을 최소화하기 위해 불가피한 조치다.

다섯째, 동포임을 입증하는 서류로 호적등본만을 요구하는 것은 잘못이라고 지적하고 있다. DNA 검사로도 입증이 불가능한 상황에서 호적이라는 공부(公簿) 이외에 공신력있는 방법을 찾기 어렵다. 다만 호적 이외에 별도의 입증 방법이 있는지는 계속 검토할 방침이다.

법무부는 앞으로 개정안을 시행해 나가는 과정에서 발생하는 문제점에 대해서는 관계 공무원과 전문가로 구성되는 '재외 동포의 출입국 및 체류 심의 조정위원회'를 통해 보완.개선해 나갈 계획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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