빚 없는 출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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빚 없는 출발
  • 코리아나 뉴스-정채환
  • 승인 2002.12.21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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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의 제16대 대통령 선거가 막을 내렸다. 노무현 후보의 힘겨운 승리였다. 전국에서 약58만여의 표 차로 신승을 했다. 투표율이 저조하면 노 후보가 불리할 것이라고 예상했지만 결과는 그렇지 않았다. 또한 여론조사와 출구조사의 신빙성도 대단한 수준으로 평가되고 있다. 20%의 이상의 유권자들이 속마음을 나타내지 않기 때문에 선거가 끝나면 많은 여론조사회사가 문을 닫아야 할 것이라고도 했다. 그러나 그것도 기우였다.

■ 정몽준의 철회로 산뜻한 출발
이번 대선에서 가장 결정적인 장면은 국민통합 21 정몽준 대표의 '노무현 후보 지지철회'가 아닌가 한다. 불과 투표 몇시간 전에 별로 뚜렷한 명분도 없이 그저 기분이 조금 불쾌할 정도의 일을 가지고 국민과의 약속을 져버렸다. 마치 트로이 목마를 연상케 하는 그런 사건이었다. 민주당엔 당혹한 기색이 역력했고 한나라당은 마치 선거가 끝난 것 같이 환호했다.
새벽까지 정몽준 대표의 '지지철회' 철회를 위해 당 관계자 여러 사람이 노력했지만 허사로 끝나고 말았다. 인터넷엔 유시민 개혁정당 대표를 비롯한 조기숙 교수 등이 무너지지 않고 노무현 승리를 장담하며 열심히 활동했는데 대단한 순발력의 발현이었다.
문제는 이것이다. 정몽준의 철회가 투표과정과 여론에 전혀 영향을 미치지 못했다는 사실이다. 오히려 더 노무현 당선자를 도와주었을지도 모른다.
정몽준의 지지철회로 노무현 당선자는 전혀 외부에 진 빚이 없게 되었다. 만약 철회 없이 당선되었다면 그 공(功)의 반 정도는 정몽준이 차지할 가능성도 있었기 때문이다. 제15대 선거를 보면 알 수 있다. 당시 김대중 대통령은 김종필에게도 큰 빚이 있었고 당내의 동교동계의 가신그룹에도 엄청난 채무가 있었기 때문에 부정부패의 논란에서 헤어날 수가 없었던 것이다. 한자리씩 주지 않을 수 없었고 그러다 보니 그들은 마치 걸신들린 사람처럼 엄청나게 먹어대었다. 나라꼴이 말이 아니었다.

■ 원칙이 통하는 사회로 진입
노무현 당선자는 이런 채무에서 자유롭기 때문에 더 이상의 부패는 없을 것이고 식상한 색깔논쟁도 통하지 않을 것이다. 그는 비교적 원칙에 충실했다. 많은 정치인들이 눈치를 보는 조선, 중앙, 동아일보와 같은 거대 언론에도 굽히지 않고 '자전거 일보'라며 달려들기도 했다. 그래서 희망을 거는 것이다.
경선에서 지기만 하면 탈당하는 이인제나 이리 저리 궁리하며 잇속 찾다 지지철회 하는 정몽준 같이 원칙을 어기는 사람들은 이제 정치에서 설 땅이 없어져야 한다. 자신에게 불리하면 엉뚱한 소리를 내며 명분을 만드는 조잡한 인간군상들이 빠져야만 한다. 이번 선거 결과로 보면 향후 자연스럽게 그렇게 흘러가겠지만 달면 삼키고 쓰면 뱉는 얍삭한 무리들이 없어질 때 진정한 개혁이 이루어 질 것이다.
개혁이란 무조건 업고 뒤지는 것이 아니다. 사회 전체가 원칙을 지키지 않고 샛길을 가기 때문에 원칙을 지키는 사람이 바보가 되었던 세상이다. 그러다 보니 뜻이 있고 의식이 있는 사람들이 제대로 원칙을 지키자는 목소리를 내게 되면 이는 바로 개혁으로 들리게 되었다. 즉 한국사회에선 바르게 돌아가자는 소리가 개혁이었다.
이제 노무현 당선자 시대가 되었으니 더 이상 개혁이란 단어가 시용되지 않도록 이 시대에서 마무리되어야 할 것이다. 그것이 노무현 당선자의 과제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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