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론] 재외동포법 무엇이 문제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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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론] 재외동포법 무엇이 문제인가
  • dongpo
  • 승인 2003.09.28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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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포항공대신문 2003년 9월 24일자 197호>
우리는 해외에 7백만의 동포를 갖고 있다. 이 수는 본국인 한반도의 남북을 합한 인구의 10%에 해당하는 수로 이만치 많은 해외 동포를 가진 나라도 드물다. 우리는 해외 의존도가 강한 나라이기 때문에 해외 동포는 우리에게 더욱 중요한 사람들이다. 이들 해외 동포는 끊임 없이 본국에 적극적인 교민정책을 요구하여 왔다.

이에 따라 우리 정부는 1999년 “재외 동포의 출입국과 법적지위에 관한 법”(이하 재외동포법)을 제정하였다. 재외동포법은 우리 민족의 이민사 140년 만에 처음으로 제정된 동포를 위한 법이라는데에 그 의미가 있다. 17개 조항으로 이루어 진 재외동포법은 출입국을 자유로이 할 수 있으며 부동산 거래가 가능하고 의료보험 해택이 있고 연금을 받을 수 있는 등 외적으로 이중국적을 명시한 것은 아니지만 내용상 이중국적을 소지하는 것과 같은 것이었다.

그러나 재외동포법은 중대한 문제를 갖고 있다. 재외동포를 정의한 제 2조 2항에 ‘대한민국의 국적을 보유하였던 자 또는 그 직계비속으로서 외국 국적을 취득한 자 중 대통령이 정한 자’ 라 하였다. 말하자면 대한민국의 국적을 보유하였던 자란 대한민국이 수립된 1948년 이후에 출국한 사람으로 그 이전에 출국한 사람은 재외동포법 대상에 포함되지 않는 것이 된다.

일제강점기 출국자에 대해서는 외면

이 법의 혜택을 받지 못하는 동포는 200만 명의 중국 동포, 50만 명의 CIS 동포, 재일 동포 중 한국 국적을 소유하지 않은 이른바 무국적 또는 조선적의 20만 명의 동포 그리고 1903년에서 1905년 사이에 하와이로 이주한 재미동포가 포함된다.

중국 동포와 CIS 동포 등을 재외동포법에서 제외시킨 이유는 이들에게 특히 재중동포들에게 재외동포법의 해택을 주면 200만에 달하는 중국 동포가 일시에 몰려올 것이며 이럴 경우 한국 내의 노동시장이 교란될 것이라는 우려 때문이었다.

이에 시민 단체는 재외동포법이 국회를 통과하는 날 명동성당에서 농성을 시작하였고 기회있을 때마다 항의 시위를 전개하였으며 시민단체, 학자 등이 수 차례의 공청회와 세미나 등을 개최하여 동포법의 부당성을 지적하였고 이의 개정을 요구하여 왔다.
때 마침 헌법재판소는 2001년 11월 29일 재외동포법의 헌법불합치결정을 통보하고 2003년 12월 말까지 개정할 것을 국회에 통보하였다. 이에 따라 민주당의 송석찬 의원 안과 한나라당 이주영 의원 안 그리고 조웅규 의원 안이 국회에 제출되었다. 송석찬 의원 안과 이주영 의원 안은 혈통주의에 입각하여 동포의 법위를 정하되 노동 시장을 고려하여 출입을 제한하자는 것이었다. 조웅규 의원 안은 이들과 달리 출입국과 취업에 관한 재외동포법 만이 아니라 보다 포괄적인 재외동포기본법, 재외동포의 정책을 심의할 재외동포위원회법, 이것을 시행하는 기구로서의 동포재단법 등을 종합적으로 제정할 것을 내용으로 하는 것이다.

개정을 요구당하는 재외동포법의 가장 중요한 핵심 문제는 동포를 규정하는 근거가 과거국적주의냐 혈통주의냐 하는 것이다. 원래 재외동포법이 제정될 당시 법무부의 초안은 혈통주의였으나 외교통상부의 강력한 반대로 과거국적주의에 입각한 재외동포법이 된 것이다.

재외동포법의 개정을 요구하는 시민단체나 학자들의 의견은 재외동포법이 근간으로 하는 과거국적주의가 옳지 않으며 혈통주의에 입각하여 재외동포를 포용하여야 하고 특히 한국의 경우 과거 식민지였었기에 부득이 해외로 나갈 수밖에 없었던 재외동포의 특수성을 감안하여 모든 재외동포에게 평등하게 재외동포법을 적용하여야 한다는 것이다. 국회에 제출된 세 의원의 의안도 모두 혈통주의를 취하고 있다.

이에 대하여 일부 학자들과 외교통상부는 혈통주의가 UN 인권규약과 같은 현행 국제 법에 역행하는 것으로 부당하며 특히 중국 정부의 항의가 있어 재중동포를 재외동포법에 포합시킬 수 없고 오히려 헌법재판소가 제시한 개정기한을 넘겨 자동 소멸하는 식으로 재외동포법 자체를 없애는 것이 좋다는 의견도 있다.

보다 근본적인 문제는 재외동포를 어떻게 생각하느냐 하는 동포관에 있다. 재외동포법이 발표된 초기부터 이해가 다른 3개 부처인 외교통상부, 노동부, 그리고 법무부의 부처이기주의로 인하여 의견의 차이가 있었으나 그것보다 재외 동포를 주관하는 외교통상부는 동포를 짐스러운 존재로 인식하고 현지화 정책이라는 미명하게 기민정책을 이어왔다. 노동부는 특히 중국 동포가 불법체류자로 한국에 머물러 있는 것이 짐스러운 것이었다. 이들이 불법체류자이기에 더욱 고심하는 것은 법무부가 된다. 이와 같이 재외 동포에 대한 부정적 인식 하에 재중 동포들을 불법체류자로만 인식하였기 때문에 이들을 제외시킨 재외동포법을 제정한 것이다.

우리가 가져야 할 올바른 동포관은 한국이라는 특수한 역사적 인식에서 출발하여야 한다. 재외동포법에서 재외시킨 재중동포나 CIS동포는 한국이 주권을 빼앗겼을 때 나라의 독립을 위하여 한반도를 떠난 사람들의 후손이다. 만일 만주와 연해주에서 우국지사들의 독립운동이 없었다면 우리는 일제시대 때 이미 죽은 민족이었을 것이다. 그나마 우리는 일제에 항거하였다고 주장할 수 있는 것은 재중동포 CIS 동포의 조상이 있었기 때문이다. 그리고 이들이 중국 국적을 갖고 러시아 국적을 가진 것은 자기 의사에 의한 것이 아니라 한국이 없었기 때문이며 이들이야 말로 한국의 주인인 것이다.

혈통중시는 국수주의 아닌 21세기 민족주의

앞으로 개정하여야할 재외동포법은 모든 동포를 평등하게 대하여야 하고 오히려 불우한 처지에 있는 동포를 보호하는 편으로 개정되어야 한다. 이럴 경우 혈통주의가 문제시된다. 과연 혈통주의에 입각하여 자기 동포를 우대하는 것이 현행 국제법에 역행하는 것인가 라는 것을 신중하게 생각하여야 한다. 브라질에 이주한 일본계 후손들이 일본에 노동자로 입국할 때 특별히 우대하는 것을 이상하다고 하는 나라는 하나도 없다.

혈통주의라고 하면 나치의 민족주의를 연상하여 시대에 역행하는 것이라 하지만 과거 인류생존경쟁의 단위가 국가였다면 미래는 민족이라고 생각하는 학자가 많다. 특히 21세기는 국민국가 시대를 지나 지역 공동체를 이루는 세기가 도래하고 있다. 지역 공동체란 EU나 북미의 NAFTA에서 보는 것과 같이 인접한 국가들이 경제공동체, 정치공동체, 문화공동체를 형성하여 나아가는 것이다. 이러한 환경과 조건에서 말하자면 한국은 중국, 일본 등과 선의의 경쟁을 하여야 하고 동시에 협력하여야 한다. 한국이 경쟁하고 협력하여야 할 대상인 중국은 혈통주의에 입각한 대 중화주의를 내세우고 있다. 이를테면 13억의 중국인구와 6천만의 동남아시아의 회교 재산과 3백만 중국계 미국인의 두뇌를 합하여 세계를 리드하자는 것이다. 한편 1억 2천만의 인구를 가진 일본은 세계의 어느 민족보다 해외에 있는 자기 민족을 보호하고 우대하는 모범적인 민족정책을 실행하며 세계 경제 2위의 막강한 힘으로 경제만이 아니라 정치 문화에서도 세계를 주도하는 나라로 발돋움하려 하고 있다.

이러한 중국과 일본의 틈바구니에서 살아남아야 하고 어깨를 나란히 경쟁하여야 할 한국이 남북 합한 인구가 7천만이고 재외동포 모두를 합하여야 7백만이다. 이렇게 인구가 적은 나라는 재외동포를 포용하고 그들의 역량을 하나로 하는 민족주의로서만이 생존경쟁에 살아남을 수 있는 것이다.

그러나 이곳에서 말하는 민족주의는 폐쇄적인 국수주의가 아니라 더불어 사는 민족주의 개방된 민족주의를 말한다. 자기 민족을 사랑할줄 모르는 민족이 다른 민족을 사랑할 수 없다. 한민족은 한민족을 사랑하듯 이웃한 중국, 일본과 협력하고 협조하여야 한다. 이러한 개방된 민족주의야 말로 남북을 통일하고 해외 교포를 포용하고 이웃나라와 협력하는 기본 정신이 되어야 한다.

한국의 비극이 있었다면 한국의 독립을 우리 민족의 힘으로 이룬 것이 아니기 때문에 재외동포를 포함한 우리 민족을 중요한 존재로 생각지 않는 것이다. 한국은 다른 나라와 교역을 하고 더불어 살아야 한다. 이에 재외동포는 누구보다 귀한 우리의 민간 외교관이고, 우리 제품의 외판원이며, 우리 문화의 선전원인 귀중한 존재인 것이다. 재외동포를 포용하고 그들의 역량을 한국의 발전에 모을 수 있도록 법의 뒷받침이 있어야 하고 이것을 위한 것이 재외동포법이어야 한다.

이광규 / 동북아 평화연대 이사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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