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이민시대]주류사회를 뛰는 한인들:꿈과 노력은 ‘벽’을 허무는 ‘성공 망치’
상태바
[신이민시대]주류사회를 뛰는 한인들:꿈과 노력은 ‘벽’을 허무는 ‘성공 망치’
  • 미주중앙일보
  • 승인 2003.09.24 00:00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각자 하는 일은 달라도 그들에겐 공통점이 있다.

오렌지카운티를 사는 한인 젊은이로 각자 자신의 분야에서 열정과 패기로 능력을 인정받고 있다는 것이다.

과거 한인이민 초기 문화와 언어의 어려움속에서 이민 1세대가 땀흘려 일하면서 생활터전을 닦았고 다른 어느 커뮤니티보다 뜨거운 교육열속에 자라난 한인 1.5세 및 2세들은 한인커뮤니티가 맺어낸 값진 열매일뿐 아니라 우리의 미래다.

카운티의 주류사회를 달리는 차세대 한인들의 모습을 통해 변화하는 한인사회를 조망해본다.




코스타메사 힐튼호텔 제너럴 매니저
리처드 함

34살 나이에
호텔 최고직에

남가주 최대 규모 애너하임 힐튼 호텔의 최고 자리에는 얼마전까지만해도 새파랗게 젊은 한인 청년이 앉아 있었다.

불과 34살의 나이에 객실 1천5백여개, 연인원 약 70만명의 숙박객을 치러내는 이 호텔의 최고위직인 호텔 매니저 자리에 오른 리처드 함(철승·36)씨.

3살때 이민, 캘스테이트 대학 롱비치에서 정치학을 전공한 그에게 맨 처음 주어진 일은 호텔로 도착한 모든 우편물을 분류한 뒤 각 부서로 배달하는 일종의 ‘집배원’.

어찌보면 하찮은 일이겠지만 현재의 위치에서 자신의 능력을 인정받을 때까지 최선을 다한 함씨는 이후 프론트데스크 예약부에서부터 귀빈실 담당 매니저까지 호텔내 모든 부서를 두루 거치며 제너럴 매니저 자리에 올랐다.

이처럼 빠른 기간내에 젊은 그를 최고의 자리에 올려 놓을 수 있었던 것은 ‘3E’. 함매니저의 성공 좌우명이기도 한 3E란 ‘패기(Energy)’,‘열정(Enthusiasm)’, ‘공감대(Empathy)’로 이중에서 그는 마지막 E인 ‘공감대 형성’을 비교적 중요하게 생각한다.

지금은 코스타메사로 자리를 옮긴 함씨는 “사람을 대할 때 상대방의 감정을 최대한 이해하려고 노력하고 자신의 감정도 숨김없이 전하는 것이 타인과의 벽을 허무는 지름길”이라고 설명했다.



타임워너AOL LA지사 부사장
테드 여


입사 5년만에
부사장직 올라


미디어 엔터테인먼트 업계의 공룡기업 타임워너AOL의 LA지사 부사장으로 1년내에 사장 직함을 달고야 말겠다는 야심찬 포부를 갖고 있는 테드 여(30)씨.

그는 덴버대학에서 MBA과정을 마친 96년에 입사해 사내 최연소 디렉터를 거쳐 만 5년만에 부사장직에 올랐다. 이 회사가 제공하는 초고속 인터넷 서비스만큼이나 빠른 속도로 승진가도를 달린 셈이다.

28살이던 2001년 부사장으로 승진한 그는 한동안 오렌지시 사무실에서 근무하다가 지난 5월 승진과 함께 가든그로브 사무실로 자리를 옮겼다. 부사장에 제너럴 매니저란 직함이 하나 더 생긴 그는 현재 오렌지카운티 전지역과 사우스 베이 지역의 21만가구에 케이블 TV 서비스 및 초고속 인터넷 서비스 판매 등을 총괄하고 있다.

여부사장은 “회사내에서는 업무 능력, 근면성실한 자세도 중요하지만 가장 낮은 직급의 동료부터 사장에 이르기까지의 모든 사람들과 자연스럽게 대화를 나눌 수 있는 능력도 키워야한다”고 강조한다.

그는 오렌지카운티 아동병원 이사, 스탠턴 보이스앤걸스클럽, 스탠턴 상공회의소, 오렌지카운티 한인상공회의소 등 다양한 단체에서 활동하고 있기도 하다.




SBA 고문 변호사
수잔 장

소수계 동등한
기회보장에 최선


변호사란 한인들이 선호하는 직종 중 하나지만 수잔 장(경선·35) 변호사는 일반 변호사와 다른 길을 걷고 있다.

소규모 사업자들의 사업활성화를 위한 기관인 연방중소기업청(SBA)에서 변호사로 근무하는 그녀는 SBA를 상대로 진행되는 소송을 주로 담당한다.

한때 6명에 달했던 동료 변호사 중 4명이 감원된 후 충원이 없어 최근엔 진행중인 소송 40여건의 서류를 매일 검토하는데 거의 모든 시간을 보내고 있다.

오렌지카운티를 비롯, 리버사이드, 샌버나디노를 관할하는 샌타애나 지부에서 근무하는 장변호사는 소송 관련 주요 업무외에도 정부의 새 융자 프로그램을 소개하는 중책도 맡고 있다.

SBA가 소수계를 위해 개최하는 각종 융자 박람회나 세미나 계획이 잡히면 쏜살같이 달려가 한국어 통역을 자청하는 그녀는 3살때 이민와 UCLA에서 경제학과 사회학을 전공한 후 로욜라 법대에 진학해 법조계에 몸담게 됐다.

어린 시절 부모님들의 이민생활이 그저 순탄치만은 않았던 것을 보며 자란 그녀는 “한인을 비롯한 소수계 사업자들에게도 동등한 사업 기회가 제공될 수 있도록 노력하겠다”고 말했다.



OCAPICA 부디렉터
앤 이

“소수계 봉사자 육성
꾸준히 해나갈 것”


오렌지카운티 아태연맹(OCAPICA)의 앤 이(지연·31) 부디렉터는 단체의 의사를 결정하는 이사진에서 실무진으로 발령을 자청한 적이 있다. 실무진에서 발로 뛰며 나누는 봉사의 참맛을 느끼고 싶었기 때문이다.

오렌지카운티내 소수계들을위한 공공정책, 건강, 청소년 프로그램을 펼치기위해 97년 설립된 OCAPICA와 이씨가 인연을 맺게 된 것은 이같은 그녀의 적극적인 성격 덕분이었다.

대형 비영리단체인 오렌지카운티 커뮤니티 펀드 소속으로 일하던 그녀의 적극적인 업무 추진력에 깊은 인상을 받은 매리 안 푸 OCAPICA 설립자가 스카웃 제의를 해온 것.

포모나 칼리지에서 영문학을 전공한 그녀는 우연한 기회에 뉴멕시코주의 비영리단체에서 일하게 된 것으로 계기로 봉사자의 길을 걷고 있다.

OCAPICA로 자리를 옮긴 뒤 각 분야별 프로그램을 기획하고 실행하는 업무를 맡고 있는 그녀는 “소수계 중에서도 캄보디아, 라오스, 사모아 등 규모가 작은 커뮤니티의 젊은 지도자들을 발굴, 각자 자신의 커뮤니티를 위해 봉사할 수 있도록 제 2의 봉사자 육성에 힘쓸 것”이라고 말했다.




가든그로브 경찰국 수사관
조 김

5년 연속 적발건수 1위
최우수 수사관 인정


“아무리 사소한 범죄라도 반드시 범인을 검거해 시비를 가리겠습니다.”
자칫 인정사정도 없는 냉혈한 형사처럼 들리겠지만 가든그로브 경찰국의 유일한 한인 수사관 조 김(용호·34)씨는 이말을 신조로 삼고 살고 있다. 범죄 예방의 차원뿐만아니라 범죄자 개인의 미래를 위해서도 중요하다고 생각하기 때문이다.

가든그로브시중에서도 한인상가가 밀집한 지역을 담당하고 있는 김수사관은 93년 경찰 배지를 달았다.

고교시절 미연방수사국(FBI) 요원을 꿈꿨던 그는 캘스테이트 대학 롱비치에서 범죄학을 전공했지만 92년 불어닥친 경제불황으로 FBI신규채용이 동결되면서 경찰이 되기로 결심한 것.

LA경찰국 호손서에서 첫발을 내디딘 그는 94년12월 가든그로브 경찰국으로 옮긴 후 5년연속 각종 범죄 적발건수 1위를 기록하는 등 관내 최우수 경찰관으로 인정받았다.

99년부터 형사과에서 수사관으로 일하고 있는 김수사관은 최근들어 범죄율이 다시 고개를 들고 있어 걱정이다. 처리할 사건이 늘면 짜증도 낼만 하지만 사건 단서 수집이 취미인 그는 오히려 쏟아지는 업무에 즐거운 비명을 지른다.

최동준 기자

입력시간 :2003. 09. 22   16: 59  

주요기사
이슈포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