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에선 왜 안 될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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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에선 왜 안 될까요?
  • 박혜정(밴쿠버 한국 청소년 오케스트라 상임지휘자)
  • 승인 2007.12.06 14:4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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화창한 아침!

날씨 때문인지 밴쿠버가 더욱 아름답게 느껴지는 날이다. 아마 매일 줄기차게 내린 비가 오랜만에 그쳤기 때문에 맑은 날씨가 더욱 돋보인 하루였는지도 모른다. 역시 밴쿠버는 푸른 자연이 있기에 해가 쨍쨍한 날씨가 더 어울리는 것 같다.

오전에 열리는 음악회! Vancouver Women's Musical Society에서 주최한 경연대회에서 대상을 받은 Linda Choi를 위해 여는 음악회이다. 한국에서도 요즘 한 달에 한 번 정도 여성들을 위한 해설이 있는 음악회가 여러 곳에서 열린다.

저번에 한국을 방문했을 때 오전에 열린 음악회에 가 보았는데 1500석이 거의 다 찰 정도였다. 이른 시간에 많은 여성들이 클래식 음악에 관심을 갖고 참석한다는 사실이 음악을 전공한 나에겐 큰 감동이었다.

특히 그 음악회가 더욱 매력적이었던 것은 음악회 시작 전에 브런치로 샌드위치와 음료수가 제공된다는 것이다. 배를 채우고 편안하게 즐기는 음악회! 이곳에서도 기회만 된다면 한번 해 보고 싶다.

오늘 음악회에는 “어떤 사람이 오고, 얼마나 많은 사람이 이 시간에 올까?” 하는 기대감을 가지고 집을 나섰다. 운전을 하며 가다가 버스 정류장에서 walker에 의지하고 서서 버스를 기다리는 할머니가 눈에 띄었다. “저 할머니가 어떻게 버스를 타실까?” 궁금했다.

그러던 차에 마침 버스가 섰다. 눈 여겨 보니 유모차나 walker가 버스에 올라갈 수 있도록 버스 문 높이가 낮아지면서 할머니가 타셨다. 다른 사람들은 당연히 할머니가 타시도록 기다렸고 다시 버스 문의 높이가 올라가고, 그 다음 일반인들이 탈 수 있도록 해 주었다. 거기에다 자전거까지도 버스 앞에 실어주었다.

한국에서 같으면 어떠했을까? 버스 요금도, 우리나라 뿐만 아니라 외국 사람도 이젠 거의 아는 단어가 된‘빨리 빨리’에 거스를까봐 미리 손에 들고 타는 실정인데... 요즘에는 한 술 더 떠서 편리한 교통카드 덕에 가방을 요금 함에 대기만 하면‘삑’소리를 내며 요금이 지불된다.

버스를 타고 내리는데도 조금만 꾸물대도 눈치가 보이는 실정에서, 그럼 유모차가 있는 엄마는? 하물며 walker를 밀고 다니시는 어르신들은? 두 가지의 경우, 전부 버스 이용이 불가능 하다고 여겨졌다. “그럼 보행이 불편하신 어르신들은 어떻게 대중교통을 이용하실까?” 집에만 계시거나 택시 등을 이용하실 수 밖에 없는 건지? 마음이 조금 답답해지는 것이 느껴졌다.

이민을 오거나 외화를 써가며 유학을 오는 많은 한국인들에 대해서도 생각을 하게 되었다. 물론 전부는 아니겠지만 대부분의 사람들이 한국의 교육 때문에 이 고생을 하게 되는 것 같아 은근히 화가 났다.

“그냥 이 곳처럼 성적도 상대 평가가 아니고 절대 평가로 하고 입학은 쉽게, 졸업은 어렵게 하면 왜 안 되는 것일까?”하는 의문이 생긴다. 시험도 100점이 나오지 못 하도록 하는 시험을 위한 시험. 100점이 많이 나와도 전부 인정해주면 안 되는 걸까? 나는 교육행정가가 아니라서 왜 그렇게 못 하는 건지는 모르지만, 공부를 하겠다는 아이들에게는 기회를 주었으면 좋겠다.

그렇게 되면 우리 아이들도 수업이 끝나고 이곳의 아이들처럼 운동장이나 놀이터에서 노는 모습을 볼 수 있지 않을까하는 기대감을 가져본다. 매일 학원에 쫓겨 다니는 모습이 안타깝고, 이젠 시험 때뿐만 아니라 평상시에도 더 이상 놀이터에서 아이들이 즐겁게 고무줄도 하고, 놀이기구도 타고 하는 모습을 볼 수 없는 것이 슬프다. 또래 아이들과 같이 건전하게 어울려 놀지도 못 하는 것이 안타깝다.

교육 문제만이라도 순리대로 편안하게 해 준다면 얼마나 좋을까? 외국에 유학을 가려는 아이는 한국의 과외비용과 유학 비용이 비슷하니 무조건 가자라는 생각이 아니고, 정말 영어가 필요해서, 외국의 교육 방식이 몸에 맞아서 가는 경우였으면 좋겠다.

우리 한 민족이 세계 곳곳에서 뿌리를 내리고 한 민족으로의 자긍심을 가지고 사는 것도 좋지만, 아이들 때문에 이민을 와서 삶의 터전을 버리고 고생하는 1세대, 또 가장인 아빠에 대해 새에 비유한 유행어들, 즉 기러기, 독수리, 펭귄 아빠도 더 이상 없었으면 좋겠다.

새에 비유한 유행어의 뜻을 살펴보면 ‘기러기 아빠’는 가족들은 이곳에 유학을 하고 있고, 기러기처럼 가족을 그리며 한국에서 사는 아빠, ‘독수리 아빠’는 큰 날개를 가지고 시도 때도 없이 이곳에 날아올 수 있는 아빠, ‘펭귄 아빠’는 날개가 작아서 아무 때나 자주 못 날아오는 아빠이다.

이런 저런 생각을 하다 보니 어느새 연주회장에 도착하게 되었다. 청중은 거의가 외국 할머니들이었다. 그들은 이곳에서 자라는 음악을 하는 청소년들을 위해 경연대회를 열어 우수한 학생들에게 연주의 기회를 무료로 제공 해 준다. 할머님들의 음악을 감상하시는 태도도 놀라웠다.

연주 되는 음악을 아시는지 소나타의 악장 사이사이에도 박수를 치지 않고 조용히 계셨고, 곡을 감상하시는 모습도 진지하고 아름다워 보였다. 마음이 아름다운 분들이라 그렇게 느껴졌는지도 모른다. 우리도 우리 아이들의 미래를 위해, 또 우리 이웃을 위해 무엇을 할 수 있는지 생각해 보는 오늘 하루가 되었으면 한다. 가능하다면 생각 해 본 그 무엇을 실천 해 보는 것은 어떨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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