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통문화가 동포에게 자신감과 주체성 심어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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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통문화가 동포에게 자신감과 주체성 심어줘”
  • 오재범 기자
  • 승인 2007.11.22 14:3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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재일동포 한국전통무용가 천명선

우리춤의 아름다움을 세계에 알리는 전통무용가.
한국전통무용을 일본 현지 사회와 재일동포에게 알리고 그 우수성을 전파한 천명선씨가 대통령상 국악경연심사대회 심사를 맡아 지난 17일 서울을 찾았다.

천씨는 지난 10여년을 넘게 재일민단 가나가와 현 문화사업 추진위원장을 역임하면서 한일민간교류에 기여한 공로로 23일 ‘한일문화대상’을 받는다.

교방무를 자신만의 것으로 승화시켰다는 평을 듣는 그는 “힘겹던 시절의 인생공부가 내 혼을 물들여 지금의 춤을 만든것이 아닌가 싶다”며 “춤은 기교도 중요하지만 무엇보다 자신의 혼으로 타인의 혼을 감동시키는 예술인 만큼 자신의 인격을 갈고 닦는 것이 무엇보다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한국의 전통문화를 선택했지만, 한국보다 일본 등 외국에서 더 알려진 춤꾼 천명선(48) 씨. 그는 일곱살 때 허약한 몸을 단련시키기 위해 한국 전통무용을 시작했다.

이후 스물다섯살 때 재일동포와 결혼해 일본으로 건너가 두 아이를 낳고 평범한 주부로 생활했지만 그는 춤과 고향을 잊지 못해 대구와 일본에 전통무용연구원을 설립 양국을 오가는 생활을 했고, 지금은 특히 민단과 함께 재일동포와 일본인을 대상으로 한국 전통문화 알리기와 후학 양성에 힘쓰고 있는 '재일동포사회에서 '춤꾼'으로 명성을 날리게 됐다.

일반에게 그의 춤이 '인생의 아픔과 회환, 한이 향기로 승화돼 스며들어 있다'는 평을 받는 것도 이 때문이다.

그는 평소 재일 동포들에게 “우리 것을 아는 것이 타국에서 살아가는 데 가장 큰 자신감과 주체성을 심어준다”고 가르치고 있다. 이같은 그의 행보는 지난 97년 민단 가나가와현 지방본부 문화추진위원장직을 맡게 되면서 더욱 분명해졌고 한다.

천명선 씨는 “제가 처음에 민단에 들어갔을 때 가장 놀랐던 것은 재일동포들이 한국전통공연을 보고 향수에 젖는 일도 많았지만 대부분이 한국전통문화에 대해 수준이 낮다고 생각하고 있는 것이었다”고 말한다. 민단에서 문화부문을 일을 맡아 그가 가장 먼저 느낀 것이 동포사회에서 한국무용이 매우 낮은 평가를 받고 있다는 점이었다는 설명이다.

일례로 그가 민단에 몸 담은 지 얼마되지 않은 시점에 한 단체가 주관하는 가야금 공연에 갔다가 그 연주가의 차림새가 그가 알고 있는 상식에서 벗어날 정도로 엉망인 것을 보고 놀란 적이 있다고 한다.

그는 당시 공연이 끝나고 무대 뒤 분장실 가서 연주자에게 대뜸“전통공연은 단순히 가야금만 잘 뜯는다고 되는 것이 아니라 관객을 위해 제대로 된 옷차림을 갖추는 것 역시 중요하다”면서“머리단장은 제대로 되어 있지 않고, 핀은 머리꼭지가 나와 있고...이렇게 입고 어떻게 공연에 나올 수 있나요?”라고 한바탕 큰 소리를 지르고 말았다는 일화를 소개하기도 했다.

그가 알고 있는 한국 전통공연은 연주를 하더라도 의상과 머리 맵시 역시 최대한 격에 맞추고 관객 앞에 서야 한다는 것이었다. 이후 그는 일본인과 재일 동포들에게 제대로 된 한국 전통문화를 보여주기 위해 이를 악물고 뛰었다고 한다. 그리고, 이같은 수년에 걸친 그의 노력이 결국 일본 현지 사회와 동포사회에서 인정받게 된 것.

지금까지 공연 중 가장 인상 깊었던 공연에 대해 묻자 그는 최근 필리핀 마닐라에서 가졌던 공연을 꼽았다. 그러면서 그는 이렇게 공연 이후의 소회를 밝혔다.“그 사람들 민족성이 가장 우리랑 비슷하다고나 할까요, 거기 현지인들이 한국무용을 알겠어요? 그 곳이 너무 더워 그냥 앉아만 있어도 힘들었을텐데도 관객들이 열심히 관람해 주는것을 보고 웬지 정이 가더라고요"


그가 가장 애착을 가지고 있다는 교방무에 대해 묻자, 교방무는 조선시대 기방에서 췄던 춤으로 그는 우연찮게 일본에서 98년부터 2003년까지 사사받은 뒤 나름대로 재해석한 교방무를 만들어내 일본 현지에서 인기를 모으고 있다는 상세한 설명을 소상히 펼쳐놓는다.

그는 앞으로 그녀만의 독특한 교방무를 한국에 더 널리 알리고 싶어했다. 그는“한국여성의 멋을 자연스럽게 춤사위를 통해 전달한다면, 이것을 통해 한국의 매력이 자연스럽게 전달된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또 "한국춤은 일본춤과 달리 선이 크며, '어르고 풀고, 어르고 풀고' 하는 게 많다”는 말로 한국 전통춤과 일본춤의 차이를 설명했다.

“공연은 깡으로 악으로 한다"는 표현으로 공연의 어려움을 갑접적으로 피력한 그는 "공연 끝나면 고 좀 쉬자고 마음먹지만, 쉬다보면 어느새 다음공연 언제 하나 연구하게 된다”며 웃었다.

이처럼 '어쩔 수 없는 춤꾼'인 그가 23일 그 동안 애써온 한일 민간교류 공로를 인정받아‘한일문화상 전통교류부문’대상을 수상한다. 일본에서, 그리고 한국에서도 한국 전통무용 보급에 힘쓰는 그의 행보가 이를 계기로 더욱 힘을 얻기를 기대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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