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글 사랑에 푹 빠진 페르시안 동포 얼굴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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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글 사랑에 푹 빠진 페르시안 동포 얼굴들
  • 주태균(이란 테헤란 한국학교장)
  • 승인 2007.11.15 13: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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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해 9월 재외동포재단에 '주말'이란 한글학교가 정식으로 등록함으로 첫 출발을 했다. 출범 당시 홍보 부족으로 필자가 맡은 상급반에 고작 4명의 수강생이 출석했다. 한국인 남편을 둔 마르전 새색시. 한국인 부인을 둔 에브라임, 한국에서 근로자로 3년간 근무한 버박, 그리고 하이델리청년이 모두였다.

이들과 더불어 한 6개월 정도 같이 한글을 통해 정을 나누면서 한글학교의 소문이 시내 전역으로퍼져나갔다. 특히 작년 11월부터 방영된 대장금 열풍이 한글에 대한 욕구를 분출시키고 삼성전자, 엘지전자, 현대 자동차의브랜드가 위력을 더욱더 발휘되면서 한글에 거는 기대가 폭발적으로 생겨나게 되었다.

올 4월 새로운 상급반 수강생 모집 광고를 내면서 모집 정원 10명을 단숨에 채웠다. 수강 중 중간에다소 유동은 있었으나 그 때 그 얼굴들이 지금도 어김없이 주말에 한글교실에 참석해 한글 사랑에 푹 빠져 시간 가는 줄고 모르고 열심히 공부하고 있다.

한국인 남편을 둔 마르전 새색시는 그 열정이 그 누구보다 대단하다. 현재 대학생으로 학교수업과 겹치는 바람에 출석률이 떨어지고 있으나 수시로 필자에게 교재를 복사해 달라는 등 열심이 대단하다. 올 여름 방학 중에 한국시댁을 방문하는 바람에 다소 주춤했으나 지금은 개근이다. 마르전 새색시는 한국인 남편에게 한국어 특강을 수시로 받는 터라 의사소통에는 전혀 문제가 없는 새색시로 귀여움을 독차지하고 있다.

한국인 시어머니를 둔 마리암 며느리는 현재 조나단란 두 살배기 아들을 둔 '한국사랑' 며느리이다. 올 4월부터 한글교실에 개근으로 참여하는 열심파이다. 막 돌을 지난 아이를 데리고 와서까지 한글 사랑에 푹 빠져 있다. 분명 정통 이란인인데 오히려 한국을 더 친근하게 생각하는 며느리이다. 남편 다니엘이 계속 도와주는 바람에 읽고 쓰는 실력이 몰라보게 향상되고 있어 필자의 칭찬을 제일 많이 받는 며느리 수강생이다.

이란 사람으로 우리말을 실력이 가장 우수한 노스라 청년. 그는 필자와 농담을 할 정도로 언어감각이 뛰어나다. 외교관인 아버지를 따라 한국에서 2년 동안 생활한 적이 있다. 그는 서강대학교 한국어 어학당에서 1년 코스 연수를 마친 터이라 정확한 표현 정확한 발음이 무척 돋보인다. 작년 이곳 대학교를 졸업하고, 마침 한국 유수 제과 회사인 오리온 세일즈맨으로 취직해 이란 내 판매망을 구축하는데 앞장서고 있다. 한국어 수업에는 빠지지 않고 참석하고 있으며, 필자에게 '한자를 가르쳐 달라'고 조르고 있다.

한자어 어휘력이 가장 뛰어난 무함마드 노총각. 무함마드는 그는 3년간 한국에 근로자로 근무하면서 한국어를 교회에서 배웠다고 한다. 그런 연유로 한국어 발음이 정확하고, 문법에 일가견이 있는 한글 독학파이다. 특히 한국어 단어장을 만들어 계속 어휘력 신장에 심혈을 기울이고 있으며, 필자에게 가장 질문을 많이 하는 수강생이다. 현재 이곳 코트라(KOTRA) 전속 통역원으로 활약 중이다.

한국인 어머니를 둔 쿠퍼는 지금 대학생으로 자기 어머니의 권유로 한글을 배우기 시작한지 6개월 만에 상급반에 합류한 명석한 수강생이다. 언어를 배우는 데는 부모님의 피를 무시 못 하는 모양이다. 이는 하루가 다르게 한국어 능력이 향상되고 있으며, 그 속도가 매우 빨라 한 1년만 열심히 하면 통역까지도 가능하리라고 본다.

역시 한국인 어머니를 둔 호라, 호마 두 자매. 언니 호라는 대학을 졸업하고 현지 기업에 취직해 있으며, 동생 호마는 현재 대학생이다. 이 자매도 한글 사랑에 푹 빠져 출석률이 매우 좋으며 한국어 습득 능력도 매우 우수하다. 어머니를 닮아 외모가 한국적인 냄새가 더 나는 두 아가씨는 앞으로 한글을 더 열심히 배워 한국 기업에 취직하는 것이 소원이란다.

이란 여성 중에 한국어를 가장 잘 하는 앗사레. 1986년 생으로 4년 전 주한 이란대사인 아버지를 따라 한국에 3년간 살면서 한국어를 체계적으로 배워 가장 완벽하게 한국어를 구사하는 장래가 촉망되는 '한글 사랑' 이란 여성이다. 여화여대, 서울대에서 한국어 120시간 연수 코스를 마쳤으며, 특히 서울대 연수 후 수료식에서 우수 수강생으로 표창까지 받은 것을 필자에게 보여주었다. 그녀는 현재 테헤란 대학 식품 영양학과 2학년으로 졸업 후에 한국에 유학 가는 것을 목표로 한글을 배우고 있다.

한국과 비즈니스맨으로 맹활약 중인 베히드와 자파리 이 두 젊은이는 한국을 자주 오가면서 배운 말솜씨가 보통이 아니다. 단지 쓰고 읽는 것이 부족해 주말 한글학교를 찾았다. 앞으로 이란 핵 문제가 잘 풀리고 비즈니스가 활성화될 때를 대비해서 지금부터 한글을 더 많이 배워두는 것이 유리할 것이라는 판단에서 땀을 흘리고 있다.

그 외 한국에서 근로자로 2~3년간 근무했던 오미드. 라슐, 호세인 등 3명도 한글 사랑에 빠져있다. 이들은 언젠가 기회가 된다면 다시 한번 더 한국에 가 선진 기술을 배우고 싶다고 말하고 있다. 이들은 말보다는 체계적인 문법그리고 쓰기 읽기를 더 배우고 싶다고 말하고 있다.

먼 서남아시아 중동 땅 이란에 한글 읽는 소리, 대장금 이야기가 울러 퍼지는 소리를 들으면서 외교라는 것이 꼭 정치적 경제적으로 주고받는 것이 아니라, 문화를 서로 주고받는 것이 오히려 더 미래지향적이고 친밀감을 더해 준다고 믿어진다.

부족한 필자 가르침을 한 자도 놓치지 않고 배우려는 이들의 눈망울을 보면, 서페르시아 역사가 살아숨쉬는 열사의 나라 이곳에서 느끼는 보람 또한 한여름 40도를 오르내리는 열기만큼이나 뜨겁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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