축제, 우토로, 조선학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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축제, 우토로, 조선학교
  • 조남철
  • 승인 2007.11.08 11: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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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조남철(한국방송통신대학교 교수, 본지 편집위원)
지난 달 28일 일본 오사카성 태양의 광장에서는 23번째 맞는 원 코리아 페스티발에 한국방문단의 일원으로 참여였다. 적지 않은 한국의 시민단체의 협력과 주최 측의 열정과 노력으로 예년과 마찬가지로 성공적인 성과를 거둔 행사였다.

그러나 행사를 돌아 본 느낌은 사실 조금 씁쓸했다. 주최 측이 내세우는 구호가 ‘하나’였음에도 불구하고, 그 구호에 걸맞는 많은 노력이 있었다는 말을 듣기는 했지만, 그 행사는 ‘반쪽’만의 행사였다는 생각을 지울 수 없었던 것이다.

잘 꾸며진 무대의 한 가운데에 걸린 간판에는 ‘남’만 있을 뿐 ‘북’은 없었다. ‘재일본 대한민국 민단 오사카 지방본부’는 있었지만 ‘재일본 조선인 총연합회 오사카 지부’는 없었다. 축제의 마당에 세워진 이런 저런 홍보관에도 ‘북’은 없었다.

‘남’과 그 ‘남’에서 온 홍보관이 있을 뿐이었다. 무대 위에 인사말에도 ‘남’은 보였지만 ‘북’은 없었고, 민단은 있었지만 총련은 없었다. ‘하나’를 위한 자리였지만 ‘반쪽’만이 참여한 자리였던 것이다. 물론 주최 측의 간곡한 부탁에도 참석을 거절한 나머지 ‘반’의 태도에도 문제는 있다. 그러나 그 자리를 지켜보며 문득 ‘남’의 자본의 힘이 갖는 그 막강한 위력이 느껴진 것은 무슨 까닭인지 모를 일이었다.

다음날 찾아간 우토로는 지난 몇 년간 우리나라 시민단체들이 힘을 모아 지켜내려고 한 일본 교토부[京都府] 우지[宇治] 이세탄초[伊勢田町] 우토로 51번지에 있는 조선인 강제동원 피해자 마을이다. 원래 이곳은 1941년 교토[京都] 군비행장 건설을 목적으로 일제에 의해 강제 동원된 조선인 노동자 1,300여 명이 집단 합숙을 위해 건설된 노동자 숙소인 함바였다.

그러나 1945년 8월 일본이 패망하면서 비행장 건설이 중단되는 바람에 조선인 노동자들이 하루아침에 실업자로 전락한 이후, 일본 정부와 기업으로부터 어떠한 전후보상도 받지 못한 채 방치된 동포마을인 것이다. 마을을 돌아보면서 우리 민족의 뼈아픈 근대사가 새삼스러웠다.

나라가 힘이 없어 제 백성을 지키지 못할 때 그 고통이 얼마나 오랜 세월 우리의 영혼과 현실을 파괴하는 가를 뼈저리게 느낄 수 있었다. 지금 그 곳 마을 사람들은 한국정부의 선의(?)에만 목을 매고 있는 형편이다. 2008년 정부 예산에 우토로 지원예산이 얼마가 반영되는가가 6400평의 작은 공간에 65세대 200여 주민들의 미래를 결정하게 되는 것이다.

참으로 어처구니없는 일이다. 힘이 없어 지켜주지 못한 제 백성들의 후손들을 돌보고 지켜내야 할 정부가 이런 저런 이유로 시원한 대답을 하지 못하고 있다니 이는 적어도 나라가 가져야 할 최소한의 책임의식도 느끼지 못하는 부끄러운 일이라 하지 않을 수 없겠다. 우리의 조국이 갖는 나라의 품격이 어느 정도인지 고민하지 않을 수 없는 순간이었다.

우토로 문제가 세상에 알려지자 양심있는 일본인들이 ‘우토로를 지키는 모임’을 만들어 주민들의 투쟁을 후원해주었다고 한다. 2004년부터는 한국에서도 많은 사람들이 우토로 돕기에 나섰으며 이는 토지매입을 위한 모금활동으로 이어져서 모두 14만명이 참여하여 5억원 이상을 모금하기도 했다고 한다. 더더욱 나라의 체면이 말이 아닌 셈이다.

아는 사람은 다 아는 사실이지만 전후 60년 동안 일본에서 우리말과 글을 지켜 온 조선학교의 위기는 어제 오늘의 일이 아니다. 오랜 세월 경제적인 후원자인 북의 지원이 끊기고 북에 대한 재일 동포들의 감정도 예전 같지 않아 학교를 운영하는데 겪는 어려움이 우리의 상상을 초월한다.

일본학교 교사의 1/2에서 1/3수준인 월급마저 몇 개월 심지어는 일년 이상이나 받지 못하는 경우가 상식이라니 그 처절한 어려움에 할 말이 없다. 게다가 이제는 남과 북을 똑같은 시선으로 바라보려는 젊은 부모들이 많아져 학교의 운영은 더더욱 어려울 수밖에 없다고 한다. 그래도 우리말로 수업하고 우리말로 장난하며 뛰노는 아이들과 그들에게 열과 성을 다하는 교사들을 보면 새삼 코끝이 찡해오는 것을 어쩔 도리가 없다.

200만에 달하는 중국의 조선족 동포, 70만에 달하는 재일동포, 10만 이상의 러시아의 고려인 동포, 그들을 부르는 이름마저 다른 것처럼 우리 근대사의 가장 고통스런 희생자들은 바로 이들 재외 동포들이다. 이제 세계 13위의 경제대국이 되었다는 조국 대한민국이 아직도 재외동포들의 고통을 외면한다면 최소한의 나라다움마저도 지키지 못하는 일이다.

혹여 동포들에 대한 지원사업이 남의 체제가 우월하다는 선전을 위한 수단이 된다면 그는 더더욱 부끄러운 일이 될 것이다. 700만 재외동포를 위해 무엇이든지 내 놓겠다는 자세야말로 100 여 년 전 나라가 제 구실을 못해 지켜주지 못한 백성들에 대한 최소한의 국가적 도리일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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