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불이야'하는 소리가 들렸다.그때 조선인들이 권총을 들고왔다는 소문이 퍼졌다. 그날밤은 아무도 잠을 자지 못했다. 끝내 조선인은 오지 않았다. 다음날 조선인이 학살됐다는 얘기가 있어 친구와 함께 보러갔다. 길가에 두명이 죽어있었다. 일동은 만세를 불렀다." '대지진조난기'에 나오는 일본여자고등학교 1학년 학생이 쓴글이다. 대지진 조난기는 1933년 관동대지진 당시 일본학생들이 남긴 기록이다. 조선인학살 목격담도 남아있다.
그로부터 어언 80년이 흘렀지만 관동대학살의 진상은 여전히 규명되지 않고 있다. 지난 8월 26일 일본변호사협회는 관동대지진 당시 군과 자경대가 수많은 한국인들을 학살한 사건에 대해 고이즈미 총리에게 사죄하고 진상을 규명할 것을 권고했다. 하지만 일본정부는 공식사죄는 커녕 사건의 진상을 규명하려고도 하지 않고 있다.
관동지역 근처에는 관음사라는 절이있다. 관음사에서는 관동대지진 당시 학살된 조선인들을 불쌍히 여겨 오랫동안 공양을 해왔다. 이를 알게된 한국측이 1985년에 단청을 입힌 '보화종루'와 쾌종을 만들었다. 종을 만들 때의 건립문에는 이렇게 적혀있다. "오늘의 한국인은 어두운 역사를 미워하고 슬퍼할지언정 오늘의 일본, 일본인을 꾸짖고 싶지 않다."
관동대학살에 대해 일언반구 하지 않는 일본당국의 태도를 우리는 꾸짖지 않아야 하는걸까.
최연구 전문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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