7면 - 외교부는 동포정책에 왜 소극적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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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면 - 외교부는 동포정책에 왜 소극적인가
  • 최연구
  • 승인 2003.09.16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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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외교부는 왜 동포정책에 소극적인가. 왜 외교부는 재외동포재단 활성화에 오히려 걸림돌이 될까." 이런 의문은 이형규 박사의 이야기를 들으며 하나씩 풀렸다. 이박사는 동포정책을 주제로 박사를 받은 동포정책전문가이다. 그는 1999년 "정책의제 형성과 전이에 관한 연구 -재외동포사회 활성화 지원방안을 중심으로"라는 제목의 논문으로 성균관대에서 정책학박사학위를 받았다. 하지만 그는 본래 학자가 아니라 관료다.

성균관대 통계학과 재학시절 행정고시에 합격한 후, 국무총리실로 발령받아 줄곧 총리실에
서 뼈가 굵어온 전형적인 관료다. 하지만 현재 그는 전라북도 행정부지사이다. 얼마 전 전라
북도로 발령을 받아 20년 넘게 근무하던 국무총리실을 떠났던 것이다. "중앙부처의 총괄조
정관(1급)을 하다가 지방부지사로 가게 되었는데, 영전인지 좌천인지 잘 모르겠다"며 이부지
사는 웃으며 말했다. 새만금, 원전수거물관리시설 등 현장의 문제들 때문에 정신이 없지만,
그의 관심 한 켠에는 언제나 '재외동포문제'가 있다. 그도 그럴 것이 이부지사는 동포관련
논문으로 학위를 받은 1호 박사이다.

사실 대한민국 가구 중 일가친척 중에 해외동포 한두 명 없는 집은 거의 없을 것이다. 그런
데도 동포에 대한 정책적 관심은 여전히 미미하고 주무부서인 외교부는 소극적인 자세로 일
관하고 있고 있다. 왜 그럴까. 이형규씨가 총리실 외교안보심의관으로 근무하던 시절 재외동
포문제에 천착하면서 가졌던 문제의식은 이런 것이었다.

그가 본격적으로 재외동포문제와 씨름하기 시작한 것은 94년부터였다. 해외순방을 다녀온
김영삼 대통령은 본격적인 세계화를 선언했고, 세계화정책에 맞는 총리로 이홍구를 임명한
다. 이총리는 총리실에 '세계화추진위원회'를 두었는데, 외교안보심의관이었던 이씨는 세계
화추진기획단에 실무진으로 참여한다. 세계화추진기획단은 세계화추진을 위한 18대국정과제
에 '해외동포사회활성화지원'을 포함시켰는데, 동포정책이 국정과제로 들어간 것은 처음있는
일이라 파격적이었다고 그는 회고한다. 그후 재외동포정책위원회가 신설되고 재외동포재단
이 설립되었다.

실무작업에 참여하면서 그는 동포정책전문가가 되었다. 결국 그는 그동안의 조사연구와 모
아놓은 자료가 아까와서 박사논문까지 쓰게 되었다고 한다. 1971년 대선 당시 야당의 김대
중후보가  처음으로 '재외동포를 위한 교민청 설치'를 선거공약으로 내걸었고 그후 직선제
대통령선거때마다 사회적, 정치적으로 쟁점이 되었음에도 불구하고 재외동포문제가 장기적
정책의제로 채택되지 못한 이유를 그는 논문에서 실증적으로 분석했다.

문제는 외교부였다. 그의 설명에 의하면, 외교부는 재외동포정책의 주무부서인데도 불구하고
재외동포문제가 쟁점화되는 것을 싫어했고. 동포정책에 대해 오히려 매번 반대를 해왔다는
것이다. 외교부 엘리트들은 동포정책의 대상이 국적상으로는 외국인이고, 또 동포문제가 중
국, 일본 등 주변국들과 외교적 마찰의 소지가 있어 이 문제가 부각되는 것을 피했다는 것
이다. 다른 행정부처의 경우, 부처산하기관 신설을 적극 환영하고 산하기관을 지원하는 것이
관례지만, 외교부는 산하에 재외동포재단을 신설하는 것도 꺼려왔고, 재단의 역할이 강화되
는 것도 반대해 왔다고 한다.

"우리나라 재외동포들은 외국과 달리 본인의 의지와 무관하게 이주한 경우가 많고, 외국 국
적도 원해서 얻은 것이 아니라는 특수성을 이해해야 한다"며 그는 재외동포의 역사성을 강
조한다. 제3대 재외동포재단이사장 선임에 대해 묻자, 그는 뼈있는 충고를 했다.

"전문외교관출신이 재외동포재단 이사장을 맡는 것은 한계가 있다. 외교부가 동포정책에 소
극적이기 때문이다. 동포재단의 예산도 외교부 밥그릇 갈라먹기로 인식해서는 곤란하다. 외
교부 눈치를 안보고 총리실이나 정부 차원에서 크게 볼 수 있고 동포문제를 통일이나 민족
발전이라는 관점에서 인식할 수 있는 정치력있는 사람이 이사장으로 바람직하다."  
최연구 전문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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