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외인사 귀향’ 반쪽짜리 되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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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외인사 귀향’ 반쪽짜리 되나
  • 한겨레
  • 승인 2003.09.09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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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송두율의 귀향’은 이번에도 무산될 가능성이 높아지고 있다.

민변 등 14개 사회단체가 참여한 ‘해외민주인사 명예회복과 귀국보장을 위한 범국민추진위원회(추진위·집행위원장 임종인 변호사)’는 지난 5일 ‘친북 활동’ 등의 혐의로 입국이 사실상 금지돼온 재독 철학자 송두율(59·사진)교수등 50여명이 추석맞이 고향 방문 형식으로 오는 19일 고국 땅을 밟게 된다고 발표했다.

그러나 “송씨가 돌아오면 반드시 조사를 해야겠다”는 국정원과 “조사는 절대 받을 수 없다”는 송씨의 입장이 날카롭게 맞서면서 그의 고국 방문은 또다시 물 건너가는 분위기다.

국정원(원장 고영구)이 이처럼 조사를 고집하는 이유는 송씨가 지난 1992년 자수한 간첩 오길남씨에게 지난 1985년 11월 무렵 입북을 권유했다는 강한 의심을 갖고 있기 때문이다. 국정원은 또 송씨가 북한 노동당 정치국 후보위원 ‘김철수’라는 정황에도 집착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그러면서도 국정원은 최근 추진위 쪽과 송씨의 귀국 문제를 협의하는 과정에서 비공식적인 ‘타협안’을 냈다. 송씨에 대해 조사는 하되 △불기소(불처벌)를 전제로 △송씨가 원하는 시간에 △숙소 등으로 찾아가 방문 조사를 하겠다는 것이었다.

이응로화백 조카도 포기...여비마련 어려움도


하지만 이런 제안에 대해 송씨는 냉담한 반응을 보이고 있다. 그는 9일 〈한겨레〉와 전화 통화에서 “지난 3년동안 내가 김철수냐 아니냐는 문제를 놓고 재판부가 국정원까지 가서 조사를 했는데, 이제 와서 또 무슨 조사를 하겠다는 것인지 이해할 수 없다”며 “조사의 방식이 문제가 아니라 조사 자체가 문제인 만큼, 조사한다면 들어가지 않겠다”고 말했다.

송씨 문제가 꼬이면서 나머지 인사들의 귀국 여부도 불투명해지고 있다. 송씨는 “이번에 (한국에) 들어가겠다고 하는 사람은 한 명뿐”이라며 “이곳 독일에 있는 20여명 정도가 ‘송 선생이 못들어가는 데 어떻게 우리만 가느냐’고 하고 있다”고 전했다. 실제로 최근 추진위쪽엔 “안심하고 들어가도 되느냐”고 묻는 전화가 여러 통 걸려오고 있다. 프랑스에 살고 있는 이응로 화백(작고)의 조카 희세(72)씨도 최근 한 변호사와의 전화 통화에서 “돌아가더라도 조용할 때 가겠다”며 이번에는 귀국하지 않겠다는 입장을 밝혔다.

또 형편이 넉넉하지 않은 일부 인사들은 항공료와 체제비 등을 마련하지 못해 일찌감치 귀국을 포기한 것으로 전해졌다. 추진위 쪽은 △범국민 환영대회(19일) △광주 5·18묘역 참배(20일) △부산 민주제단 방문(21일) △귀향(22일 이후) 등 행사 일정을 촘촘하게 짜놓고 있으나, 기대만큼 성대한 자리가 될지는 미지수다.

강희철 황준범 기자 hckang@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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