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절대 도망가지 않습니다"
상태바
"절대 도망가지 않습니다"
  • 실비아 패튼
  • 승인 2007.08.23 11:46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 실비아 패튼(한미여성회총연합회 회장, 본지 칼럼니스트)
지난 여름 한국을 방문했을때 거리곳곳에 국제결혼을 전문으로 하는 사인이 해마다 많이 늘어나고 있다는것이 눈에 띄었다. 남대문 시장에도 상인들은 외국어를 약간씩 하고 지나가는 사람들에게 일본어 영어로 홍보를 하고 있었다. “베트남 여성, 절대 도망가지 않습니다” 서울에 걸린 현수막 사인 중 하나였다. 비용은 후불이라 한다.

한국 남성들이 외국에서 신부를 데려 오기 위해 결혼상담소를 많이 찾는다. 비용을 지불하고 데리고 왔는데 도망을 가나 보다. 참 세상 많이 변했다. 단일민족을 고집하던 한국 남성들이 외국에서 신부를 데리고 오기 위해 비용을 지불한단다. 갈수록 달라지는 한국을 피부로 느낄 수 있었다. 세월의 무상함과 함께 지난시절 남편과 함께 서울시내를 거닐 때 한번 더 우리를 쳐다보던 모습들이 눈에 아른거린다.

한국으로 이주한 국제결혼 여성들의 고충은 외국남편을 만나 그들의 나라에서 살면서 적응하기 힘들었던 우리가 잘 안다. 각 나라말로 상담하는 여성가족부 산하 기관이 생기는가 하면, 그들을 위한 쉼터도 생겼다. 외국 남성과 결혼해서 온 여성들 중 간혹 가정폭력에 못 이겨 상담소를 찾거나 집을 나오기도 한다.

30년 전 미국에서 일어나던 일들이 한국사회에서 일어나고 있었다. 가정폭력 상담, 불체자가 되어 추방당할까 봐 두려워하고 쉼터에 거주하는 여성들…. 한국의 현실이 지난날 미국 이민역사의 한 면을 보고 있는 것 같아 안타까웠다.

혼혈아동 문제도 심각하다. 미국에서 태어난 아이들은 차별을 느끼지 못하고 미국인으로 불편함 없이 자란다. 가끔 나의 정체성에 대한 질문들을 하지만 우린 이중국적을 가질 수가 없다. 한국의 문화와 글을 가르치고, 한국의 피가 흐르고 있음은 되새겨주고 있다.

그러나 한국의 현실은 달랐다. 코시안이란 놀림 속에 등교를 꺼려하고 방황하는 혼혈아동들이 꽤 많다고 한다. 같은 또래의 아이들로부터 놀림과 조롱을 당하고, 차별을 받고 있다. 우리 어른들의 책임이다. 부모가 아이들을 어떻게 가르치느냐에 따라 그들의 생각이 달라지기 때문이다.

자녀들에게 피부색을 떠나 인간의 평등함과 존엄성을 가르쳐야 한다. 앞으로 점점 늘어나는 국제결혼의 현실에 맞춰 사회를 이끌고 나갈 차세대의 교육에 관심을 기울이고, 정책을 펴나가야 할 것이다.

사람들의 의식이 바뀌지 않는 한 차별은 사라지지 않을 것이고, 한국의 국력 신장과 경제 발전을 위해 세계로 뻗어나가는 길에 걸림돌이 될 것이다. 왜 우리가 아직도 혼혈에 대한 편견을 가지는지 다시 한번 생각해 보자.

서로를 위하고 감싸주고 이해하며 살아가도 힘든 세상인데, 편견과 차별과 시기와 질투로 남을 아프게 한다면 언젠가는 그만큼 자신에게도 상처가 주어진다는 것을 알면서도 실천하지 못하는 사람들도 있다. 희망을 가지고 자라는 혼혈아동들에게 사랑은 주지 못하더라도 상처를 주지 않기를 바란다. 그들은 대한민국을 이끌어갈 후손들이다. 점점 늘어나는 혼혈아동과 외국인 며느리를 좀 더 따뜻한 마음으로 대하는 사회가 되길 바라는 마음 간절하다.

주요기사
이슈포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