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연합인터뷰 > 스웨덴 입양작가 아스트리드 트롯치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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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연합인터뷰 > 스웨덴 입양작가 아스트리드 트롯치씨
  • dongpo
  • 승인 2003.09.05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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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서울=연합뉴스) 신지홍 기자 = "저의 정체성에 대해 많이 생각하고 있지만  여
전히 내가 한국의 한 부분이라고 말하기는 어려울 것 같네요. 저는 전적으로 스웨덴
이라는 환경 속에서 살아왔고 스웨덴말로 사고했으며 글을 쓰고 있기 때문이죠"

    국내외 한민족 작가들이 다수 참가하는 '한민족 문학포럼'이 다음달 3∼4일  재
외동포재단과 대산문화재단 등 공동주최로 서울 아미가 호텔에서 열린다.  방한작가
중 한국 입양아 출신의 여성작가인 스웨덴의 아스트리드 트롯치(33)씨를 숙소인  아
미가 호텔에서 만났다.

    전형적인 한국인의 얼굴을 가진 그에게 처녀작 '피는 물보다 진하다'(Blood  is
thicker than water, 1996)로 운을 뗐다. 입양을 다룬 이 작품은 발간 그해 2만여부
가 팔려나가며 스웨덴에서 큰 화제를 모았다. 스웨덴 라디오 스톡홀름  에바상(올해
의 책부문)을 수상했다. 한국에서는 2001년 번역돼 나왔다.

    "이 책의 마무리를 위해 출간 1년전 처음 한국에 왔어요. 책제목인 '피는  물보
다 진하다'라는 말이 한국에서는 매우 흔한 표현이잖아요. 그러나 저는 부모.남매와
피를 나누지 않았죠. 그리고 제가 겪은 문화와 사회 양상은 모두 스웨덴,  다시말해
제 삶은 스웨덴 그 자체였어요. 입양을 다룬 이 책을 끝내기 위해 한국을 올 필요가
있어요"

    트롯치씨는 생후 5개월만에 입양됐는데 스웨덴의 그의  아버지는  스톡홀름대학
고고학 교수이고 어머니는 박사학위를 소유한 엘리트들이다. 언니와 동생도 각각 한
국인 입양아 출신이다. 어렸을 때부터 책읽기와 글쓰기를 좋아했다. 스톡홀름대학에
서 극문학을 전공했고, 졸업후 글쓰기에 뛰어들었다.

    해외입양이 스웨덴 안에서는 매우 보편적인 일이라고 한다. 하지만 트롯치씨 자
신에게는 매우 구체적인 경험이었을 터이다. 때문에 그가 입양을 글쓰기로 연결시킨
것은 매우 자연스러운 일로 보였다. 하지만 그 자신은 첫 작품 뒤로는 더이상 '입양'
을 다루지 않았다.

    "제 문학의 범주를 확장하기 위해서라도 입양은 다루지 않기로 했어요.  두번째
작품은 한 여성이 어느날 완전히 사라지고 가족들이 그를 찾는 줄거리에요.  가족들
이 저마다 없어진 여성을 자기의 관점대로 묘사하는데, 개개가 약간씩 달라요. 다들
그들의 방식대로 얘기하는 거죠. 인간관계와 소외의 문제에 관련된  메시지를  담고
싶었어요"

    첫 작품이 성장사를 바탕으로 한 일종의 후일담이었다면 둘째작부터는 삶의  보
편성에 눈을 돌렸다는 설명이다. 세번째 작품인 '이 나라의 이방인들'도 편견과  소
외의 문제에 천착했다. 창작 외에도 '고향을 찾아서, 20인의 한국입양아  출신자들'
이라는 시집을 편집, 스톡홀름 국회 문화부문상(2003)을 수상, 편집자로도 문학생산
의 지평을 넓혀갔다.

    명성을 놓고 비유하자면 트롯치씨는 '스웨덴의 신경숙.은희경'이라고 할 수  있
다. 스웨덴의 TV와 신문은 그의 문학활동을 매우 심도있게 조명하고  있다.  스웨덴
에서 그가 입양아 출신 한국작가로 출발 테이프를 끊은 뒤 3명의 입양작가가 더  탄
생했다. 30대인 그들은 모두 여성이며 그곳 문학계에서 상당한 인정을 받고  있다고
한다.

    "한국에 대해 어떤 서운한 감정도 원망도 비난도 없습니다. 이곳 입양아 출신들
의 한국에 대한 감정은 저마다 다르다고 할 수 있습니다. 거듭 말하지만 저는  매우
잘 살아왔고 좋은 가족이 있습니다. 나의 정체성을 설정하는데 어려움이 있는  것은
사실이지만, 고백하건데 저는 스웨덴 사람이라고 말하고 싶습니다"

    트롯치씨는 '한민족 문학포럼' 기간 정체성을 주제로 글을 발표할 예정이다. 그
는 지금 한반도의 분단가족 이야기가 일부 담겨있는 새로운 소설을 준비중이라고 했
다.

    shin@yna.co.kr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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