위안부 결의안통과를 지켜보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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위안부 결의안통과를 지켜보며
  • 실비아 패튼
  • 승인 2007.08.09 14:5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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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실비아 패튼(한미여성회총연합회 회장, 본지 칼럼니스트)
노란조끼를 입고 매주 수요일 시위를 벌이고있는 위안부 할머니들을 지난 2004년 10월 서울의 일본대사관 앞에서 처음 만났다. 그때가 600회째 였으니…. 3년이 지난지금도 그 할머니들이 외치던 한맺힌 절규가 지금도 귀에 생생하다

한국에서 돌아온지 3일째 시차때문에 졸음을 참으며 집으로 가는 차안에서 전화를 받았다. 위안부 결의안이 미 의회에서 채택되었다는 소식이었다. 가슴이 뭉클하고 눈물이 앞을 가렸다. 자꾸만 감기는 눈을 비비며, 다시 꽃집으로 운전대를 돌렸다.

이용수 할머니께 꽃다발을 한아름 안겨주고 싶었기 때문이다. 위안부결의안 통과 캠패인 기금모금을 위해 장미꽃을 포장해서 식당을 돌며 꽃을 팔던 생각이 잠시 떠올랐다.

미 의회에서 위안부결의안이 통과된 7월 30일 저녁 버지니아주 애넌데일 한식당에서 자축연이 열렸다. 이용수 할머니를 비롯해 위안부결의안 통과를 위해 노력했던 인사들이 미 전역에서 모였다.

지난 2월 미 하원에서 최초로 위안부 청문회를 개최했던 에니 팔로마베가 하원의원도 참석해 “ 이용수 할머니를 부둥켜안고 기뻐하며 건배 제의를 했다. 이용수 할머니는 새로 찾은 인생을 위해 200살까지 살아야겠다면서 "그동안 결의안 통과를 위하여 노력한 모든 분들에게 감사하다"는 인사말을 수차례 거듭했다.

위안부 할머니들의 한많은 세상, 누구를 원망하랴. 나라가 책임졌어야 할 인권 유린이자 우리가 밝혀내야 할 역사적인 진실이 일본의 방충망에 가려져 왜곡되고 있었다. 15~16세의 꽃다운 나이에 강제로 끌려가서 위안부생활을 한 것만도 억울한데 역사를 왜곡하는 일본의 뻔뻔스러운 자태는 국제적으로 지탄받아 마땅하다.

아베 신조 일본 총리가 “위안부 강제징용 증거가 없다”고 한 말의 여파가 채 가라앉기도 전에 미 하원은 제2차 세계대전 당시 일본군의 위안부 강제동원에 대해 일본 정부에게 공식적인 사과를 요구하는 결의안을 채택했다.

진실을 외면해 온 일본정부의 사죄와 반성을 촉구하는 이 결의안은 왜곡된 역사를 바로세우는 계기가 될 것이라는데 커다란 의미가 있다. 이번 결의안 통과는 국가가 개입된 전례 없는 20세기 최대의 인신매매 범죄에 대해 더 이상 호도하지 말라는 강력한 메세지를 일본에 전달한 것이다.

전세계에서 인권을 유린당하고 있는 여성들에게 희망을 주고, 위안부 강제동원을 부인하고 있는 일본 정부의 주장이 부당하다는 것을 미국이 공식 확인했다는 점도 빠트릴수 없는 대목이다. 그리고 무엇보다 코리언 아메리칸들의 풀뿌리운동이 일본의 반대 로비를 이겨냈다는 점에서 한인들의 정치력 결집력이 정치력 신장으로 이어질것을 생각하면 우리의 국력도 그만큼 커질 것이다.

지난해 위안부 결의안을 발의했던 레인 에반스 전 의원이 그토록 노력했는데도 불구하고 일본의 로비벽을 뚫지 못했다. 에반스 전의원의 열정과 헌신을 이곳 한인들은 너무나 잘 알고 있다. 그렇기 때문에 병상에 누워있는 그가 그 누구보다 기뻐하고 있을 것이라고 생각한다. 이번엔 일본이 5개의 큰 로비회사를 고용하고, 치밀하고도 집요하게 미국에 외교적 압력을 가했음에도 불구하고 미하원을 통과한 것이다.

이번 결의안을 통과시키는데 밑거름이 되기 위해 미국내 한인사회는 범동포대책위원회를 구성하고, 의원들에게 편지 보내기, 서명운동, 의원 사무실 개별방문 로비 등 끈질긴 노력을 벌였다. 한인 동포들이 미국 정치권을 움직일수 있고‘뭉치면 된다’는 힘을 확인했다는 것이 이번에 얻은 부가적 소득이다.

이제 우리는 눈물과 한으로 범벅진 위안부 할머니들의 긴세월의 보상과 일본의 사과를 받아내는일이 남아있다. "내 앞에 무릎꿇고 사죄하라"는 이용수 할머니의 외침처럼 꼭 그렇게 되어 남은여생 진응어리 풀어버리고 마음 편히 사시길 간절히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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