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대 이라크전, 이 시대의 비극적 자화상
상태바
미국 대 이라크전, 이 시대의 비극적 자화상
  • 신지혜
  • 승인 2007.07.05 14:17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 신지혜(재미동포시인, 본지칼럼니스트)
9.11 테러 이후 시작된 전쟁은 언제 막을 내릴 것인가. 전쟁이 무고한 목숨을 앗아가고 지구촌을 온통 폐허의 잿더미로 만들어감에 따라 전쟁에 의해 사망자 수가 점점 더 늘어가고 있다. 미 국방부에 의하면, 개전이래 5월 17일까지 미군 사망자 수가 3천995명으로 집계되었다고 밝혔으며, AP통신은 3천400명을 넘었다고 보도했다.

사람의 목숨을 담보로 한 이 지구상의 최악의 싸움은 말 그대로 수뇌부들의 어리석고 무모한 각축전에 의해 자행되는 것 일뿐이라는, 반전 단체의 목소리가 높아가고 있다. 왜 아니겠는가. 공중에 떠있는 이 지구별 위에서의 패권다툼과 각축전은, 과거의 국지전 양상에서 이제 국력간의 보이지 않는 패권다툼, 실리적인 자국의 기득권의 추구로 인간의 생명을 무수한 희생으로 감행하고 있다는 것이다.

9.11 테러 당시, 월드 트레이드 센터의 붕괴현장을 직접 생생히 목격했던 필자 역시 참혹하게 희생된 3천5백 여명에 이르는 희생자들의 넋을 위로하고 마음 아파해야 했다. 인명을 대수롭지 않은 수단으로 생각하는 잔혹한 테러집단에 의해 무참히살상된 평범한 시민들, 무너져 내린 잿더미 위에서 조지 부시는 “이 건물을 붕괴시킨 사람들은 조만간 우리 모두로부터의 목소리를 듣게 될 것이다“라며 대 테러 전을 선포했다.

테러와 전쟁이 주는 고통과 참혹한 실상은 이루 다 형언키 어렵다. 뉴욕 메인 주의 13세 미국소녀 샬롯 앨더브런이라는 소녀는 반전 호소문에서 “당신이 죽이려고 하는 이라크의 어린 소녀도 곧 나와 똑같은 13세 어린이입니다. 나를 똑바로 바라보십시오” 라는 글로 많은 이들에게 호소하기도 했다. 이라크 전쟁에서 아들 케이시를 잃은 신디 시한 역시, 이라크에서의 철군을 강력히 주장하며 반전에 앞장섰다.

아무런 죄도 없이 팔루자에서 목숨을 거두거나, 귀중한 어린 생명에게 죄를 짓는 현대 역사의 비극적 자화상. 폭탄을 쏟아 붓는 자와 폭탄에 희생되는 자 모두, 따뜻한 식탁 위에서 가족과 저녁 식사를 나누며 소박한 행복을 추구했던 평범한 시민들일 뿐이다. 공습으로 무너진 건물더미에 깔린 소년의 울부짖는 절규와 굶주림은, 피부색과 인종, 모든 문화 관습을 초월하여 함께 공존하는 지구촌의 공동체며, 바로 나 자신과도 동일한 것이다.

아무리 누 천년의 시대가 흘러갈지라도 반드시 지켜져야 할 생명존중, 인간의 존엄성이 상실된 전쟁이야말로 목숨의 잔혹한 희생을 강요하고 참혹한 고통을 수반한다. 인간의 목숨을 도구로 사용하는 전쟁의 비극적 역사가 종식되는 일이란, 과연 요원한 것인가.

이제는 무엇보다 지구촌의, 생명의 존엄성 회복을 위한 각성을 촉구해야할 때다. 그렇지 않다면, 인류의 미래는 비극적 결말로 치닫는 지름길이 될 것이다. 세계 각국이, 개개인이, 인간의 존엄성에 대한 자각으로 모두 한 목소리를 모아야 할 중대 과제를 우리는 안고 있다.

주요기사
이슈포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