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외국민 참정권 입법을 서둘러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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재외국민 참정권 입법을 서둘러라
  • 정영훈
  • 승인 2007.07.05 14: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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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정영훈(한국학중앙연구원 교수)
지난 6월28일 헌법재판소로부터 재외동포의 권익과 관련된 중요한 판결이 있었다. 대한민국 국적을 갖고있음에도 불구하고 국내에 주민등록이 되어있지 않다는 이유로 재외국민에게 선거권을 제한해온 현행 공직선거법과 국민투표법 규정에 대해 헌법불합치라는 결정을 내린 것이다.

헌법불합치란 해당 법률 조항의 위헌성을 인정하면서도 위헌 결정에 따른 법적 공백을 막기 위해 법 개정 때까지 일정기간 해당 조항의 효력을 유지하거나 한시적으로 중지시키는 결정이다. 헌재는 법안개정과 준비작업을 위한 시간이 필요하다는 점을 인정하여 당장 현행법을 정지시키지는 않았지만, 그러나 내년말까지는 관련법을 개정할 것을 지시하고 있다.

미주지역 동포들이 제기한 헌법소원에 대한 판결에서 헌법재판소는, 선거권은 병역이나 납세의무에 대한 반대급부가 아니라 헌법상의 국민 기본권이라는 점을 분명히 하였으며, 선거관리상의 난점 역시 정보통신기술의 발달로 극복가능하고 공정성 확보문제 역시 가능한 방도를 찾으면 된다는 입장을 제시하였다.

남북갈등 상황하에서 북한과 연결된 북한주민이나 조총련계 재일교포가 개입할 수 있다는 주장에 대해서도 그같은 우려는 기술적으로 차단할 수 있으며, 추상적인 위험만으로 재외국민 선거권을 전면 부정해서는 안된다는 의견을 제시하였다. 헌재의 이같은 결정은 같은 소원에 대해 1999년에 내렸던 결정 (재외국민의 선거권을 제한하는 것은 헌법에 합치한다는 내용)을 변경한 것이다.

헌재의 이번 판결은 좀 뒤늦긴 하였지만 매우 잘한 결정이다. 그리고 당연한 결정이기도 하다. 이번의 결정은 선거권회복에 대한 재외동포들의 오랜 바램을 해소하는 계기가 될 것이다. 그리고 재외동포들에게 모국의식을 강화하여 모국과 동포사회를 좀더 긴밀히 결속시키게 될 것이다. 지구촌 범위에서 민족적 동질성에 토대한 단결과 협조망구축을 추구하는 한민족공동체 형성운동도 한층더 탄력을 받게될 것이다.

헌재의 결정은 있었지만 그러나 그를 입법화하고, 구체적인 절차까지 만드는 과정에는 많은 복잡한 일들이 수반될 것이다. 유권자 확정에서부터 선거운동 및 투개표업무에 이르는 제반 과정을 공정하고 투명하게 관리하는 방안을 찾는 일이 쉽지 않다.

최근 있은 대통령선거의 당락이 50만표 전후에서 결정됐던 점을 감안하면, 200만명에 가까운 투표권자로 구성된 재외국민의 선거참여는 당락을 결정하는 변수가 될 것이며, 따라서 선거법 개정과정에서 정파들간에 이해득실을 고려한 갈등이 예상된다.

국회의원선거나 지자체선거의 참여범위와 방식을 두고도 논쟁소지가 있다. 해외이주자에 대한 진정한 지원은 모국의 정치과정으로부터는 해방시키고 이민국가에서 성공적으로 정착하도록 지원해주는 것이라는 주장도 있고, 병역과 납세의무를 부담하는 내국인으로부터 역차별이라는 저항도 나오고 있다.

아무튼 공은 이제 정치권으로 넘어갔다. 지금까지의 상황을 보면 여야는 재외동포에 선거권을 부여해야 한다는 원칙에는 모두 동의하고 있으면서도 그 방법과 관련해서 대립하고 있는 중이다. 한나라당은 단기체류자(115만명)만이 아니라 영주권자(170만명)에게도 선거권을 일시에 부여하자는 안을 고집하고 있지만, 열린우리당은 이번에는 일단 단기체류자에게만 선거권을 주어보고 영주권자문제는 다음으로 미루자는 안을 제시하고 있단다.

필자 생각으로는 이 문제에 대해서는 단계적 접근이 바람직하다고 본다. 이번에는 단기체류자에게만 부여하되, 영주권자에게는 내년 총선에서부터 부여한다는 식의 명시적 문안을 넣어 합의하는 것이 좋겠다. 제일 나쁜 결론은 여야가 대립하기만 하다가 아무런 결정도 못하고 시기를 놓지는 것이다. 정치권과 선관위의 각성을 촉구한다. 여야는 재외동포선거권문제를 빨리 타협하여 수십년을 기다려온 재외동포의 염원을 외면하지말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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