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륙에 이는 큰물결과 한반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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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륙에 이는 큰물결과 한반도
  • dongpo
  • 승인 2003.09.05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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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동북아의 지도를 주의 깊게 살펴 본 사람이라면 누구나 쉽게 연해주의 중요성을 알아챌 수 있다. 한반도의 국경을 중국과 함께 잇대고 있는 절묘한 모양새랄지, 동해를 사이에 둔 일본열도와의 숙명적인 앉음새랄지, 부산항에서 길게 뻗어 올라가 대륙을 휘감고 모스크바를 거쳐 유럽 구석구석까지 뻗쳐나간 철로의 물류 동맥이랄지, 아무튼 지리에 문외한들도 그 절묘한 앉음새를 쉽사리 지나칠 수 없는 것이다.
  한편으론 발해의 옛 땅이 연해주였음을 상기하며 한민족의 대륙경영을 운위하거나 독립운동의 회한과 아픔이 서린 망명지의 향수를 말하는 이들도 있다. 그래서인지는 몰라도 역대 정부는 이런저런 이유와 방법으로 연해주와 관계를 맺어 왔다. 전두환 전 대통령은 재임기간 농업정책에 실패한 회한을 풀기 위해, 중국과 러시아 사이의 충청도만한 호수를 중심으로 북방농업과 관련한 흥개호 프로젝트을 추진했다고 하고, 한발 더 나아가 연해주에 고려인 자치주를 건설하고 싶어했다던 노태우 전 대통령의 광개토대왕 프로젝트에 대한 얘기도 있었다. 김대중 전 대통령이 구상했다는 북한 쌀보내기 연해주농업에 대한 이런저런 얘기들과 노무현 대통령의 통일 한반도를 위한 식량창고의 구상에도 연해주에 대한 노스텔자가 느껴진다.
  하지만 광개토대왕의 개토정신을 운운하고 발해의 동경성을 꿈꾸는 낭만적인 감상은 이제 너무 한가롭게만 들린다. 연해주를 중심으로 일고있는 대륙의 큰물결은 ‘낭만에 대하여’ 얘기하고 노래하기엔 너무나 급박한 까닭이다. 중동과 아프리카 석유의 핵심 경유지인 말라카 해협에 대한 미국의 지배력 강화는 이에 대응하기 위한 세계 2,3위의 석유 소비국 일본과 중국의 사활을 건 에너지 전쟁으로 연해주를 달구고 있다. 러시아의 최대 유전지인 앙카르스크에서 헤이장룽성의 다칭에 이르는 2,500km의 ‘중국루트’와 극동의 연해주 나홋카까지 중국을 피해 장장 3,800km에 이르는 ‘태평양 루트’를 건설하려는 일본의 각축이 바로 그것이다. 물류는 또 어떤가? 일본과 한국의 막대한 유럽 수출물량과 부산항과 일본의 나이가다, 블라디보스톡을 연결하는 태평양 경제권의 물류라인이 동북아 중심 경제의 과제로 떠오르고 있는 것이다.
  이런 열린동북아의 허파와 같은 연해주에 한민족인 고려인이 삶의 둥지를 트고 있다는 사실은 우리민족에겐 하늘이 준 큰 선물이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태평양 루트’를 건설하는 비용의 3배 이상인 160억 달러를 재정 지원금으로 제시하는 일본과 거대한 중원의 힘을 앞세운 중국에 그나마의 비빌 언덕이 연해주의 고려인들인 것이다. 고려인들의 아픈 역사는 새삼 논의가 필요 없을지도 모른다. 그래도 한번 더 밑줄 그어 강조하고 싶은 사실은 여전히 있다. 고려인은 스탈린 정권에 의해 중아아시아로 강제로 버려진 소수 민족이었고, 우리는 분단의 논리를 앞세워 고려인들을 잊어 버렸다는 사실이다. 이런 외면 속에 지금도 모국어를 잃어버린 채 국적도 없이 유랑하는 러시아의 소수 민족이 한민족인 고려인들인 것이다. 그럼에도 개토정신과 ‘발해를 꿈꾸며...’를 운운하는 후안무치를 계속할 것인가?
  연해주의 지리적 경제적 중요성을 적당한 권력자의 통치 심벌로 이용하려는 시도는 이제 그만 두어야 한다. 무엇보다 정부가 남에 나라에 뛰어 들어 ‘개토정신’을 운운하는 것 자체가 황당한 일이다. 우리나라 호남 평야에 남의 나라 정부가 ‘개토정신’ 운운하며 식량기지를 건설한다고 한다면 어느 누구라서 도움의 손길을 흔쾌히 주려 하겠는가 말이다. 이제야말로 연해주의 가치를 새로 인식하고, 러시아의 문화와 러시아의 국적을 가진 소수민족인 고려인을 다시금 해석하고 의미를 부여해야 할 때인 것이다. 그렇게 우호와 이해를 바탕으로 연해주에 모여 있는 한국․중국․일본․북한인들이 어울려 평화의 연대를 이룩할 때 연해주의 큰물결이 한반도의 미래를 위한 새로운 물결이 될 수 있는 것이다. 이런 문제인식을 토대로 그 동안 고려인 돕기 운동의 차원으로 지속하던 연해주 사업을 보다 넓은 시각으로 보다 체계적인 실천 대안을 제시하며 국민적 운동으로 확대하려는 ‘연해주물결운동본부’의 발족은 반갑기 그지없는 일이다. 민간단체인 동북아평화연대가 그 동안 연해주에서 해 왔던 고려인 돕기 사업의 성과를 토대로 백범정신실천겨레연합과 함께 모든 뜻 있는 단체와 인사들을 연해주 열린 광장에 불러 신명나는 물결운동을 벌인다니 반가운 일이다. (10.6매)


고기석

약력: (전)대통령 비서실 정책조사국장
     (현)건국대학교 겸임교수
     정치경제학 박사 (UMCP, University of Maryland at College Park)  

* 사진 파일은 첨부토록 하겠습니다.

* 글쓰는 재주가 모자라 부끄럽습니다. 참고하시고요... 쓸만하신지 보시고 결정하세요.
  잘맞지 않으면 과감히 포기하시고요. 그럼 앞으로도 물결운동 많이 지켜 보시고 성원해     주세요. 고기석 배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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