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간적인, 너무나 한국적인 작가 아나톨리 김
상태바
인간적인, 너무나 한국적인 작가 아나톨리 김
  • dongpo
  • 승인 2003.09.05 00:00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러시아가 낳은 한국계 대문호' 아나톨리 김(1938- )의 작품은 러시아에서도 '20세기의 아방가르드(전위)'로 인정받고 있을 뿐 아니라 세계 20여개 언어로 번역되어 세계의 독자들에게 사랑을 받고 있다. 그는 한인 3세로, 소련 카자흐스탄에서 출생했다. 사할린 고등학교를 졸업하고 모스크바 미술대학, 고리키 문학대학을 거쳐 1973년 최초의 단편 <수채화>를 발표하면서 문단에 데뷔했다. <사할린의 방랑자들>, <묘꼬의 들장미>, <수채화> 등의 단편이 실린 최초의 작품집 《푸른 섬》에 이어, 《네 고백》(1978), 《꾀꼬리의 울음소리》(1980), 중편집 《옥색 띠》(1981)를 펴냈다. 1983년에는 중편집 《사할린의 사람들》, 1984년에 첫 장편 《다람쥐》, 그리고 1989년 장편 《아버지 숲》을 통해 러시아 문학계를 대표하는 작가로 확고히 자리잡게 되었다. 한국어로도 번역된 대표적 환상문학 작품인 《켄타우로스의 마을》(1993)로 모스크바 시 문학상을 수상했다. 이어 1995년에는 같은 환상문학에 속하면서도 신과 인간의 문제를 시점이 뒤바뀌는 그만의 독특한 형식을 빌어 탐구한 《신의 플루트》를 발표하였다. 가장 최근 발표한 《요나섬》이 러시아 문학신문 차트 1위에 오르며 러시아에서의 아나톨리 김의 인기를 실감케 했는데 러시아 주류 작가들과는 다른 독특한 그만의 작품세계를 보여주고 있다. 그는 1995년부터 2년 동안 톨스토이 재단에서 발간하는 문학잡지《야스나야 폴랴나》의 편집장을 역임했으며, 현재는 모스크바 남쪽에 있는 별장에서 집필활동에 몰두하고 있다. 재외동포재단에서 주최하는 '한민족 문학 포럼'(9.3~9.4, 서울 아미가 호텔)에 참가한 그를 만나보았다.

이번 포럼의 주제가 <디아스포라, 정체성 그리고 문학>인데 한인 3세인 자신의 정체성은 어떻게 규정하고 계신지?
-'내가 누구냐'하는 문제는 아주 복잡하고 사람마다 다양하게 정의되어야 하는 문제이고, 죽을 때까지 탐구되어야 할 어려운 문제다. 그러나 나는 한국인으로 태어났고 한국인으로 죽을 것이다. 비록 한국어는 잘 구사하지 못 하지만, 언어라는 것은 옷이고 민족이란 건 마음이다. 옷은 다르게 입을 수 있다. 나는 러시아어로 말하고, 한국의 내 친척들은 한국어로 말하지만 우리는 서로를 잘 이해할 수 있고 누구보다도 잘 통한다. 언어로 하는 의사소통에는 어려움이 있지만, 외모나 기질이 너무 많이 닮았는데 내가 어떻게 한국인이 아니라고 할 수 있겠나?
친척들을 어떻게 만나게 되었나?
-몇 년 전 한국에 왔을 때 성씨를 '진천 김'이라고 이야기한 적이 있는데 그 때 할아버지 뻘 되는 분이 저를 찾아오셨다. 그분은 족보를 비롯한 다양한 분야에 조예가 깊으신 분이었다. 한국에 올 때마다 새로운 일가를 만나는데 낯선 사람이라는 느낌이 없고 오히려 너무 편하고 힘이 많이 된다.
당신의 작품은 철학적 성격이 강해서 이해하기 어려운 부분도 있는데... 문학작품의 번역에 대해서는 어떻게 생각하나?
-원문의 독특한 감성, 톤을 무시하고 사건의 추이 등 줄거리만 그대로 번역하는 작업은 그리 바람직하지 못하다. 완성도 높은 번역이란 글자 그대로의 건조한 번역이 아니라, 번역되는 언어세계 속에서 원문의 톤과 감성을 다시 한 번 되살리는 재창조 작업이다. 그런 의미에서 제 작품은 러시아어가 모국어인 독자들에게도 이해하기가 쉽지 않은데, 한국어로 제대로 번역되기가 어렵지 않나 싶다. 세계 각 국의 언어로 번역되고 있는 제 작품이 정작 한국어로 흡족한 수준으로 번역된 작품을 만나기 어렵다는 것은 아쉬운 일이 아닐 수 없다.
(이신애기자 8.9매)-1차 줄임



'러시아가 낳은 한국계 대문호' 아나톨리 김(1938- )의 작품은 러시아에서도 '20세기의 아방가르드'(전위(前衛), 선두를 뜻한다)로 인정받고 있을 뿐 아니라 세계 20여 언어로 번역되어 세계의 독자들에게 사랑을 받고 있다. 그는 한인 3세로, 소련 카자흐스탄에서 출생했다. 사할린 고등학교를 졸업하고 모스크바 미술대학, 고리키 문학대학을 거쳐 1973년 최초의 단편 <수채화>를 발표하면서 문단에 데뷔했다.

<사할린의 방랑자들>, <묘꼬의 들장미>, <수채화> 등의 단편이 실린 최초의 작품집 《푸른 섬》에 이어, 《네 고백》(1978), 《꾀꼬리의 울음소리》(1980), 중편집 《옥색 띠》(1981)를 펴냈다. 1983년에는 중편집 《사할린의 사람들》, 1984년에 첫 장편 《다람쥐》, 그리고 1989년 장편 《아버지 숲》을 통해 러시아 문학계를 대표하는 작가로 확고히 자리잡게 되었다.

한국어로도 번역된 대표적 환상문학 작품인 《켄타우로스의 마을》(1993)로 모스크바 시 문학상을 수상했다. 이어 1995년에는 같은 환상문학에 속하면서도 신과 인간의 문제를 시점이 뒤바뀌는 그만의 독특한 형식을 빌어 탐구한 《신의 플루트》를 발표하였다. 가장 최근 발표한 《요나섬》이 러시아 문학신문 차트 1위에 오르며 러시아에서의 아나톨리 김의 인기를 실감케 했는데 러시아 주류 작가들과는 다른 독특한 그만의 작품세계를 보여주고 있다.

그는 1995년부터 2년 동안 톨스토이 재단에서 발간하는 문학잡지《야스나야 폴랴나》의 편집장을 역임했으며, 현재는 모스크바 남쪽에 있는 별장에서 집필활동에 몰두하고 있다.

재외동포재단에서 주최하는 '한민족 문학 포럼'(9.3~9.4, 서울 아미가 호텔)에 참가하기 위해 한국에 와있는 그를 만나보았다.

이번 문학포럼의 주제가 <디아스포라(이스라엘말로 '흩어짐'), 정체성 그리고 문학>인데 한인 3세인 자신의 정체성은 어떻게 규정하고 계신지?

-'내가 누구이냐'하는 문제는 아주 복잡하고 사람마다 다양하게 정의되어야 하는 문제이고, 죽을 때까지 탐구되어야 할, 쉽게 대답할 수 없는 어려운 문제입니다. 그러나 나는 한국인으로 태어났고 한국인으로 죽을 것입니다. 비록 한국어는 잘 구사하지 못 하지만, 언어라는 것은 옷이고 민족이란 건 마음이라고 생각합니다. 옷을 다르게 입을 수 있는 것처럼, 나는 러시아어를 말하고, 한국에 있는 나의 친척들은 한국어를 말하지만 우리는 서로 서로를 잘 이해할 수 있으며 누구보다도 잘 통합니다. 비록 언어로 하는 의사소통에는 어려움이 있지만, 외모뿐 아니라 기질도 너무 많이 닮았는데 내가 어떻게 한국인이 아니라고 할 수 있겠습니까?

친척들을 어떻게 만나게 되셨는지?

-몇 년 전 한국에 왔을 때 성씨를 '진천 김'이라고 이야기한 적이 있는데 그 때 할아버지 뻘 되는 분이 저를 찾아오셨습니다. 그분은 족보를 비롯한 다양한 분야에 조예가 깊으신 분이었죠. 그렇게 해서 한국에 올 때마다 새로운 일가를 만나는데 낯선 사람이라는 느낌이 없고 생김새나 성향이 비슷해 오히려 너무 편하고 힘이 많이 됩니다.

선생님의 작품은 다분히 철학적 성격이 강해서 다소 이해하기 어려운 부분도 있는 것 같은데... 문학작품의 번역에 대해서는 어떻게 생각하십니까?

-원문의 독특한 감성, 톤(tone)을 무시하고 사건의 추이 등 줄거리만 그대로 번역하는 작업은 그리 바람직하지 못하다고 생각합니다. 진정한 의미의 완성도 높은 번역이란 글자 그대로 건조한 번역이 아닌, 번역되는 언어 세계 속에서 원문의 톤과 감성을 다시 한 번 되살리는 재창조 작업이라 할 수 있죠. 그런 의미에서 제 작품은 러시아어가 모국어인 독자들에게도 이해하기가 쉽지 않은데, 한국어로 제대로 번역되기가 어렵지 않나 생각합니다. 세계 각 국의 언어로 번역되고 있는 제 작품이 정작 한국어로 흡족한 수준으로 번역된 작품을 만나기 어렵다는 것은 참 아쉬운 일이 아닐 수 없습니다.

지금 어떤 작품을 집필 중이신지?

-글을 읽을 수 없어서 부모가 책을 읽어줘야 하는 어린아이들을 위한 긴 장편소설을 쓰고 있습니다. 매일밤 부모가 20분 정도 한 부분을 읽어줄 수 있는, 어린아이의 천사와 같은 눈을 통해 바라본 순수한 세계를 그려내고 싶습니다. 세상의 많은 사람들 중 가장 천사와 가까운 맑은 존재는 바로 어린아이들입니다. 천사는 아이들에게 수많은 좋은 것들을 주었지만 아이들은 자라가면서 점점 두려움과 기만, 비판하는 것 등을 배우게 되고 천사의 마음을 점점 잃어 가지요. 현대사회의 많은 것들은 오염되고 결국 소멸해 갑니다. 순수한 사람, 양심이 살아있는 사람은 신의 소리를 들을 수 있는 사람이지요. (이신애기자 11.1매)

주요기사
이슈포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