외교부가 재외동포정책에 소극적인 이유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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외교부가 재외동포정책에 소극적인 이유는
  • dongpo
  • 승인 2003.09.04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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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재외동포정책의 주무부서인 외교부는 왜 재외동포정책에 대해서 그렇게 소극적인가. 왜 외교부는 재외동포재단의 활성화에 오히려 걸림돌이 되는 걸까." 이런 의문은 이형규 박사의 이야기를 들으면서 하나씩 풀리기 시작했다. 이형규 박사는 재외동포정책을 주제로 박사학위를 받은 재외동포정책전문가이다. 그는 1999년에 "정책의제 형성과 전이에 관한 연구 -재외동포사회 활성화 지원방안을 중심으로"라는 제목의 논문으로 성균관대에서 정책학 박사학위를 받았다. 하지만 그의 본래 직업은 학자가 아니라 행정관료이다.

그는 성균관대 통계학과 재학시절에 행정고시에 합격한 후, 국무총리실로 발령을 받아 줄곧 총리실에서 잔뼈가 굵어온 전형적인 관료이다. 하지만 서글서글한 그의 얼굴에서는 행정관료의 엄숙함이나 답답한 위엄은 찾아볼 수가 없었다. 현재 그는 전라북도 행정부지사이다. 얼마 전 전라북도로 발령을 받아 20년 넘게 근무하던 정든 국무총리실을 떠났던 것이다. "정부 중앙부처의 총괄조정관(1급)을 하다가 지방의 부지사로 가게 되었는데, 이게 영전인지 좌천인지 잘 모르겠습니다" 이부지사는 웃으면서 말했다. 새만금, 원전수거물관리시설 등 현장의 복잡한 현안들 때문에 정신이 없지만, 그의 관심 한 켠에는 언제나 '재외동포문제'가 있다. 그도 그럴 것이 이형규 부지사는 재외동포관련 논문으로 박사학위를 받은 1호 박사이다.

사실 대한민국 가구 중 일가친척 중에 해외동포 한두 명 없는 집은 거의 없을 것이다. 통계치로 어림잡아 계산해도, 두 집 건너 한 집이 재외동포 친척을 갖고 있는 꼴이다. 그런데도 재외동포에 대한 정책적인 관심은 여전히 미미하고 주무부서인 외교부는 전혀 적극적인 태도를 보이지 않고 있다. 도대체 왜 그럴까. 이형규 부지사가 총리실 외교안보심의관으로 근무하던 시절 재외동포문제에 천착하면서 가졌던 문제의식은 바로 이런 것이었다.

이부지사가 본격적으로 재외동포문제와 씨름하기 시작한 것은 94년부터였다. 당시 해외순방을 다녀온 김영삼 대통령은 본격적인 세계화를 선언했고, 세계화정책에 맞는 총리로 이홍구 총리를 임명한다. 이총리는 총리실에 '세계화추진위원회'를 두었는데, 외교안보심의관이었던 이부지사는 실무작업을 담당하던 세계화추진기획단에 참가하게 된다. 세계화추진기획단은 세계화추진을 위한 18대국정과제 중에 '해외동포사회활성화지원'을 포함시켰는데, 국정과제의 하나로 재외동포정책이 들어간 것은 처음있는 일이라 굉장히 파격적이었다고 그는 회고한다. 그후 재외동포정책위원회가 신설되고 재외동포재단이 설립된 것은 당연한 귀결이었다.

이런 실무작업에 참여하면서 그는 어느새 재외동포정책전문가가 되어갔다. 결국 그는 몇 년 동안의 조사연구와 모아놓은 자료가 아까와서 박사논문까지 쓰게 되었다고 한다. 1971년 대선 당시 야당의 김대중후보가  처음으로 '재외동포를 위한 교민청 설치'를 선거공약으로 내걸었고 그후 직선제 대통령선거때마다 주요정당의 선거공약으로 제시되는 등 사회적, 정치적으로 쟁점이 되었음에도 불구하고 재외동포문제가 장기적 정책의제로 채택되지 못한 이유를 그는 박사논문에서 실증적으로 분석했다.

문제는 외교부였다. 그의 설명에 의하면, 외교부는 재외동포정책의 주무부서인데도 불구하고 재외동포문제가 쟁점화되는 것을 싫어했고. 오히려 재외동포정책에 대해 사사건건 반대를 해왔다는 것이다. 외교부 엘리트들은 재외동포정책의 대상이 국적상으로는 외국인들이고, 또한 재외동포문제가 중국, 미국, 일본 등 주변국들과 외교적 마찰의 소지가 있는 민감한 부분이어서 이 문제가 부각되는 것을 의식적으로 회피했다는 것이다. 일반적으로 다른 행정부처의 경우, 부처산하기관을 신설하는 것을 적극 환영하고 산하기관을 지원하는 것이 보통의 관례이다. 하지만, 외교부는 산하에 재외동포재단을 신설하는 것도 꺼려왔고, 재외동포재단의 역할이 강화되는 것도 계속 반대해 왔다고 한다. 참으로 예외적인 경우이다.

"우리나라의 재외동포들은 외국의 경우와는 달리 본인의 의지와 무관하게 이주한 경우가 많고, 외국 국적도 원해서 얻은 것이 아니라는 특수성을 이해해야 한다"며 재외동포의 역사성을 강조한 그는 재외동포문제를 국적문제나 외교적인 사안만으로 환원하려는 외교부 관리들의 안이한 문제의식에 질타를 가했다. 제3대 재외동포재단이사장 선임문제에 대해 묻자, 그는 서슴없이 뼈있는 충고를 던졌다.

"전문외교관출신이 재외동포재단 이사장을 맡는 것은 아무래도 한계가 있다. 외교부 자체가 재외동포정책에 대해 소극적이기 때문이다. 재외동포재단의 예산도 외교부 밥그릇 갈라먹기로 인식해서는 곤란하다. 외교부 눈치를 안보고 총리실 차원에서 아니면 정부 차원에서 크게 볼 수 있고 재외동포문제를 통일이나 민족발전이라는 관점에서 인식할수 있는 그런 정치력있는 사람이 이사장으로 바람직하다."  
12매 최연구 전문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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