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일작가 이회성 인터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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재일작가 이회성 인터뷰
  • dongpo
  • 승인 2003.09.03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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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구에 온 북한의 미녀응원단은 정말 해석하기가 어렵네. 진짜 아름다움이란게 도대체 뭔지를 생각하게 하는 미인이었죠 ”

이회성씨는 이렇게 말하면서 곁에 있는 신문을 봤다. 거기에는 북한에 돌아가기 위하여 대구를 떠나려는 응원단원이 작별을 아쉬워하며 울고 있는 사진이 실려 있었다.

“이 표정은 참 좋아요. 자연스러우니까. 아름답네요. 김정일 장군이 비에 젖는다고 현수막을 끌어 내린 그 때의 모습과는 전혀 달라요”

그는 1972년 소설‘다듬이질하는 여자’로 일본 최고의 문학상인 아쿠다가와상을 받았다. 재일조선인으로서는 처음이었는데, 그 전까지 그는 조총련에 근무하고 있었다. 그는 조직을 떠난 뒤 작가가 됐다.

그는 일본지배하의 사할린에서 태어났고, 해방후에 일본에 오게 됐다. 가난한 어린 시절. 고등학교까지 일본식 이름을 사용하여 뿌리를 감추고 살아온 그는 대학시절에야 비로소 '민족의 자부심'을 되찾을 수 있었다고 한다. 진지했던 당시의 대부분의 청년들이 그랬듯이 그도 조총련계 민족운동에 뛰어들었다.

사실 소설 작품뿐만 아니라 그의 삶 자체가 바로 재일조선인의 역사를 보여주고 있다. 일본사회의 차별, 그리고 조국 분단으로 인한 재일동포사회의 분열과 갈등 등. 지금 그는 분명히 북한과 조총련 체제를 비판하는 입장에 서 있다. 국적도 무국적을 의미하는 ‘조선’적에서 한국으로 바꾸고, 한국사람으로서 활동하는 길을 선택했다. 그것이 때로는 생각을 달리 하는 다른 재일동포 지식인들과의 심한 논쟁을 불러일으키도 했다. 그러나 미녀응원단의 눈물을 “아름답다”고 말했을 때, 북한을 어떻게 보느냐는 정치적인 입장은 큰 의미가 없었다.

“우리 민족이 이루어야 하는 것은 분단의 극복입니다. 그것을 달성할 수 있는 시야나 지식이 지금 우리 민족에 요구되고 있죠. 그러나 5000년 역사를 자랑하는 우리 민족의 우수성이라든지 하는 그런 말은 더 이상 쓰지 맙시다. 타자의 아픔을 이해할 수 있는 그런 민족성이야말로 지금 필요합니다. 재일동포도 마찬가지예요. 조총련도 민단도 과거의 잘못된 부분은 솔직히 스스로 비판하고, 서로의 지혜를 배우고 그것을 살릴 수 있는 자기성찰이 있어야 할 겁니다 ”

그러나 재일동포들, 특히 그중 젊은 세대들이 일본에 동화하는 경향은 갈수록 강해지고 있다. 분단의 극복이나 민족성에 대해 말하더라도 과연 재일동포는 그런 일에 참가할 수 있을 것인가? 그는  대답했다.

“그것은 나도 예상할 수가 없습니다. 요즘의 젊은 세대는 일본사람이 되는 것이 뭐가 나쁘냐고 쉽게 말하는 경우가 많으니까요. 자기 만족의 역사를 모르니까 그런 말이 나오는 거죠. 나는 작가가 문학작품을 통하여 현시대가 안고 있는 위기나 과제를 알리는 종을 울려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젊은 사람들의 그런 모습을 볼수록  우리의 역할이 크다고 느낍니다”

그는 올해 68살이다. 그러나 실제나이 보다 훨신 젊어 보인다. 어떤 재일동포 지식인은 그를 ‘영원한 청년’이라고 블렀다. 늘 시대와 맞서려는 자세가 그를 만년청년으로 만들고 있는지도 모른다. 이성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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