개성이 열리면 통일이 열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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개성이 열리면 통일이 열린다
  • 재외동포신문
  • 승인 2007.06.07 18:5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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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1일부터 발효된 한 · 아세안 FTA에서 개성공업지구의 의류, 신발, 시계 등 100개 품목이 한국산으로 인정돼 관세혜택을 받게 된다고 한다. 한 · 미 FTA에서 미국의 국제노동환경 준수 요구 때문에 관철시키지 못하고 연기된 사안이었다는 점에서 더욱 반가운 소식이 아닐 수 없다.

이번 한 · 아세안 FTA 발효는 개성공업지구의 성장에 분명 자양분으로 작용할 것이다. 개성공업지구는 2003년 착공 당시부터 남북경협의 한계를 보여줄 것이라느니, 일방적인 ‘퍼주기 사업’으로 미래가 불투명하다느니 등의 부정적인 시각이 있어왔다. 하지만 이곳을 방문해 본 사람이라면 누구라도 휴전선 주변에서 벌어지는 엄청난 광경, 곧 닥쳐올 변화에 놀라 입을 다물 수 없게 한다.

그 곳은 이미 통일의 관문이 되고 있다. DMZ를 관통하고 있는 4차선 아스팔트 도로로 매일 700여 명의 인원과 300여대의 차량이 남북군사 당국의 협조 속에서 남북을 왕래하고 있다. 개성공업지구에 남한 중소기업 생산 공장들이 즐비하게 늘어서 있고, 한쪽에서는 공단 확장을 위한 크레인과 불도저 공사가 한창이다. 전에는 군부대가 주둔했던 이 곳이 공단으로 개발되면서 북한은 군사시설을 후방으로 이동시켰다. 경제 협력이 냉전의 공간을 저만큼 밀어내고 있는 것이다.

현재 23개 업체가 가동 중인 이곳에 1단계 공사가 완료되는 2009년 말이면 500여개 기업이 입주한다고 한다. 북쪽 근로자도 현재의 1만 5천여 명에서 그 때쯤이면 10만 명에 이를 전망이다. 개성인구가 8만여 명이므로 다른 지역에서 최소 수 만 명의 근로자를 수혈해 와야 할 정도다.

북한 근로자들의 한 달 임금은 평균 58달러 선. “근무여건이 좋아 할머니가 될 때까지 일하고 싶다”라는 한 메리야스 업체 여공의 말을 빌지 않더라도 개성공업지구는 개성 시민들의 생활의 질 뿐만이 아니라 북한 경제에 커다란 변화를 가져다 줄 것이 분명하다.

개성공업지구는 나아가 대륙진출을 위한 물류 거점으로서의 역할을 하게 된다. 지난 5월 시범 운행했던 경의선 철도가 러시아 횡단철도와 연결되면, 바닷길로 19일 걸리던 유럽 수출로가 9일로 단축돼 물류비용이 크게 절약된다고 한다.

개성공업지구가 우리 민족에게 안겨 줄 가장 큰 의미는 무엇보다 안보적 측면에 있다. 공단 개발로 북한 군부대와 군사시설이 대대적으로 후방으로 이동해 안보지형이 변화하고 있다. 남북을 오가는 수많은 차량과 인원에 협조하는 과정에서 군사적 신뢰관계도 형성되고 있다. 또한 개성공단에서 남북의 근로자들이 한데 섞여 일하면서 친밀감을 형성함으로써 남북 간의 인식의 차이를 줄이고 있다.

개성공업지구는 이렇게 긴장감 완화의 교두보로써 남북관계 개선의 돌파구 역할을 하는 공간이 되고 있다. 앞으로 진행될 EU를 포함한 외국과의 FTA 협상에서 개성공단지구을 역외 관세지역으로 반드시 관철시켜야 하는 이유가 바로 이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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