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교포 귀화신청 관련소송을 제기하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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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국교포 귀화신청 관련소송을 제기하며
  • dongpo
  • 승인 2003.09.03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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필자는 얼마전 한 50대 여인의 방문을 받았다. 그녀는 중국 요녕성에서 태어난 중국교포출신으로 중국에서 살기가 너무 힘들어 1993년경 역시 중국교포인 남편과 함께 한국에 들어와 돈을 벌기 위해 열심히 일을 했다고 한다. 그러나 싸구려 여관방에서 숙식하던 그들은 연탄가스에 중독되었고, 여인은 구사일생으로 살아났으나 남편은 끝내 숨지고 말았다는 것이다.

그들 부부는 슬하에 아들이 하나 있었다. 한국에 입국허가를 받을 수 없어 중국에 그냥 머물고 있던 당시 만 18세의 아들은 1994년 3월 아버지의 장례를 치르기 위한 용도의 유효기간 30일짜리 단기비자를 받아 한국에 들어오게 되었다고 한다. 장례를 치른 후 남편을 잃은 여인은 아들과 함께 한국에서 일하며 지내고 싶었으나 당국은 체류기간 연장을 해주지 않았고 결국 아들은 불법체류상태로 한국에 머물게 되었다고 한다.

여인은 이후 1995년 5월에 아이가 둘 딸린 한국 남성과 만나 재혼하였는데, 여인의 새남편은 여인의 아들을 불쌍히 여기고 또 품행이 바른 점을 높이 사 1997년 12월에 양자로 입양하여 자신의 호적에 입적시켰다고 한다. 그러나, 여인의 아들이 한국남성에 의해 입양되었음에도 불구하고 체류허가를 받을 수 없었다는 것이다.

이에 여인과 새남편은 아들에게 한국국적을 취득시켜주고자 귀화신청을 하길 원했으나 서울출입국관리소의 담당창구에서 문전박대를 당하고 귀화신청서를 제출조차 할 수 없었다. 서울출입국관리소는 "중국교포 국적취득신청"이라는 별도의 양식으로 중국교포의 경우 별도 처리를 하고 있었는데, 여인의 아들은 성년이 된 후 한국남성에게 입양된 것이므로 국적법 제6조 제1항에 의한 귀화신청이 가능할 것이나, 위 국적법 제6조 제1항은 "외국인으로서 대한민국에 3년이상 계속하여 주소"가 있을 것을 요구하고 있는 바, 서울출입국관리소는 위 "주소"를 "외국인등록"이 3년 이상 되있을 것으로 해석하여 이를 요구하였던 것이다. 즉, 여인의 아들과 같은 중국교포의 경우 한국에 합법적으로 체류하며 외국인등록을 할 수 있는 길을 사실상 봉쇄하고 있으면서도, 입양이 되어 귀화신청을 하려는 경우 3년이상의 외국인등록을 요구함으로써 사실상 귀화신청의 길조차 막고 있는 것이다.

결국 "눈가리고 아웅"이라고나 할까? 중국교포가 한국국적을 취득 내지 회복할 수 있는 길을 당국은 사실상 봉쇄하고 있는 것이다.

헌법재판소는 2001. 11. 29. 결정 99헌마494 "재외동포의출입국과법적지위에관한법률제2조제2호위헌확인사건"에서 재외동포법의 적용대상에 정부수립이전이주동포, 즉 대부분의 중국동포와 구 소련동포 등을 제외한 것이 평등원칙에 위반되어 위헌이라고 결정하면서 "...정부수립이후이주동포(주로 재미동포, 그 중에서도 시민권을 취득한 재미동포 1세)의 요망사항은 재외동포법에 의하여 거의 완전히 해결된 반면, 정부수립이전이주동포(주로 중국동포 및 구 소련동포)는 재외동포법의 적용대상에서 제외됨으로써 그들이 절실히 필요로 하는 출입국기회와 대한민국 내에서의 취업기회를 차단당하였고,...일제시대 독립운동을 위하여 또는 일제의 강제징용이나 수탈을 피하기 위해 조국을 떠날 수밖에 없었던 중국동포나 구 소련동포가 대부분인 대한민국 정부수립 이전에 이주한 자들에게 외국국적 취득 이전에 대한민국의 국적을 명시적으로 확인받은 사실을 입증하도록 요구함으로써 이들을 재외동포법의 수혜대상에서 제외한 것은 정당성을 인정받기 어렵다."고 판시한 바 있다.

헌법재판소가 적절히 판시한 바와 같이 중국교포들은 일제시대 독립운동을 위하여 또는 일제의 강제징용이나 수탈을 피하기 위해 조국을 떠날 수 밖에 없었던 사람들이다. 그리고, 우리 헌법 전문은 "유구한 역사와 전통에 빛나는 우리 대한민국은 3.1운동으로 건립된 대한민국임시 정부의 법통"을 계승하였다고 선언하고 있다.

그렇다면 독립운동을 위해 혹은 빼앗긴 조국에서 살 수 없어 떠났던 중국교포들이 조국으로 돌아올 수 없도록 하는 당국의 정책은 뭔가 잘못돼도 크게 잘못된 위헌적 정책이라 할 것이다. 당국은 중국교포들이 밀려들어오면 감당하기 힘들다는 사회경제적 이유와 중국교포들이 공산권 출신들이라는 안보적 이유를 들고 있다. 그러나, 중국교포들의 입국이 한국에 어떤 사회적, 경제적 부담을 미칠지 검증된 바도 없고 설사 단기적으로 어느 정도 영향이 있다 하더라도 긴 안목의 역사적 차원에서 볼 때 중국교포들의 입국을 보장하는 것이 국민들의 민족관과 역사의식을 고양시키는데 도움이 되는 것이지 결코 한국에 해가 되는 것은 아니라고 할 것이다. 무엇보다도 우리는 중국교포들에게 역사적 빚을 지고 있는 것이며 따라서 그들을 외면하는 것은 역사적 파렴치성을 드러내는 것이라고 할 수 밖에는 없는 것이다. 공산권 출신 운운하는 핑계에는 사실 대꾸조차 하고 싶지가 않다. 지금이 도대체 박정희, 전두환 군사독재 냉전시대라도 된단 말인가?

필자는 결국 여인의 가족과 상의 끝에 법무부장관을 상대로 "귀화신청반려처분 취소청구의 소"를 서울행정법원에 제기하였다. 입법자나 행정당국이 올바른 길을 가지 못한다면 법원이 그 역할을 해주어야 한다. 헌법정신과 역사의식에 입각한 법원의 전향적 판결을 기대한다. 13.6매 임상철 변호사/본지 객원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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