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서울풍물지(5) 서울식당가의 퓨전열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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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서울풍물지(5) 서울식당가의 퓨전열풍
  • dongpo
  • 승인 2003.09.01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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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 서울의 식당가를 걷다보면 심심찮게 "퓨전"이라는 단어를 많이 보게 된다. 강남, 특히 압구정과 청담동 레스토랑가를 중심으로 번져가는 퓨전 열풍은 앞으로도 계속될 전망이다. 퓨전이라는 장르가 다민족국가도 아닌 한국에서 유행되는 것이 다소 생소할 수도 있다. 지만 어떤 음식이든 자기 나라를 떠나면, 다른 음식문화와 섞이고 그 과정에서 퓨전이라는 장르가 생기는 '문화융합'을 막을 수는 없다. 그런데 서울식당가의 퓨전유행은 다소 억지가 있다는 느낌이다. 가령 고추장, 된장 등 전통 양념을 파스타와 접목시킨다고 퓨전이탤리언이 되지는 않으며, 커리를 밥에 넣는다고 인도식 퓨전밥이 되는건 아니다.

흔히 요리사들은 퓨전을 어느 정도의 경력을 가진 후에 할 수 있는 장르라고 말한다. 그만큼 재료배합이나 스타일의 변화, 조리법의 변화 등이 녹녹하지 않다는 얘기이다. 퓨전의 바탕에는 크로스오버적인 문화가 있거나, 오랜 시간을 거치면서 필요에 의해서 고객들의 검증을 받은 후에 정착이 되는 것이 보통이다. 프랑스의 포 토 푸가 베트남에서 그들의 면문화와 만나면서 Pho라는 세계적인 음식이 나오는 경우나, 일본의 마끼가 미국에서 캘리포니아롤이라는 이름으로 자리잡거나 하는 경우가 그러하다. 유럽의 경우는 여러 음식문화들이 공존하지만, 퓨전되는 경우는 거의 없다. 각 나라의 문화를 여과없이 100% 느끼고 싶어하는 호기심이 강하기 때문일 것이다. 모로코에서의 쿠스쿠스와 파리 한복판에서의 쿠스쿠스가 맛이 그리 다르지 않는 것은 이 때문이다.

사실 퓨전열풍보다 반가운것은 서울 구석구석에 여러나라의 음식점들이 많이 생겼다는 것이다. 이제는 몽골 음식이나, 멕시코 음식, 프렌치 비스트로 음식, 독일의 시골음식을 서울에서 모두 접할 수 있게 되었다. 이런 외래 식문화 중에서 우리와 가장 궁합이 맞는 음식이, 오랜 시간 동안 우리 음식과 자연스레 어울어졌을떄 진정한 한국식 퓨전음식이 탄생하지 않을까? 4.8매 최연구 전문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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